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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작가 Feb 05. 2021

01. 밀리의 서재

취준생의 PM 준비하기


나는 언제, 그리고 왜 '밀리의 서재'를 이용했나?


언제 밀리의 서재를 이용했나?

퇴사하고 소설을 쓸 때 궁금한 게 많았다. 이야기를 어떤 시점으로 쓸지, 시점을 정했다면 주인공은 어떤 인물로 정할지, 이전 수상작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새벽에 활동하는 걸 선호했기에 늦은 밤에 호기심이 생기면 이를 해결하는 게 무척 곤란했다. 서점은 일찍 문을 닫았고, 알라딘에 주문을 해도 내일에나 받아볼 수 있었으니까. 또한 이것저것 읽으려고 하니 금전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게 느껴졌다.


이때,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부담스러운 비용을 해결해준 게 전자책이었다. 본래 종이책의 '사그락' 넘기는 소리와 특유의 냄새를 좋아해서 전자책은 이용하지 않았지만, 여러 조건을 따졌을 때 내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고 이용한 경험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왜 밀리의 서재를 이용했나?

책 정기구독 서비스
전자책
E-book
...


전자책 서비스는 리디 셀렉트(리디북스), YES24 북클럽, 밀리의 서재 등 다양하다. 그렇다면 전자책을 논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서비스는 무엇인가. 나의 경우 재작년 초까지만 해도 전자책이란 키워드를 통해 떠오르는 건  '리디북스'였다. 하지만 요즘은 리디북스보다 '밀리의 서재'를 먼저 떠올린다. 18년도 마케팅을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밀리의 서재는 인지도가 높아졌고, 주변에서 이용 후기가 점점 더 많이 들려와 자연스럽게 서비스 이용까지 연결됐다.


밀리의 서재 광고(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 캠페인_독서 배틀 편: https://youtu.be/UUJXNK7NDvU)



1. 내가 원하는 책이 있는가?
2. 사용해볼 수 있는가?(한 달 무료)
3. 이용에 불편이 없는가?


당시 리디북스가 아닌 밀리의 서재를 사용했던 이유가 인지도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리디북스가 더 귀에 익었기 때문에 리디북스에 먼저 접근했었다. 하지만 책의 보유 여부, 체험 가능의 여부, 사용 경험의 매끄러움까지 3가지 항목을 충족하는 서비스는 밀리의 서재뿐이었다. 찾던 책이 다른 서비스에 없었고 1번 항목부터 밀리의 서재 말고는 제외돼 버렸기 때문이다.







1. 앱의 목적과 사용자 층

1) '밀리의 서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시됐을까?


Pain Point

전자책 서비스는 어떤 문제(Pain Point)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일까. 종이책이 가진 단점을 커버하고 대신하기 위해서?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전자책 자체는 종이책의 대체제로 보면 안 된다. 오히려 보완재에 가깝다. 실제로 전자책 서비스가 출시될 당시 출판사들의 우려가 컸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출판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했다.



(1) 독서 습관의 어려움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


위 슬로건은 김영하 작가의 모습과 함께 광고를 통해 자주 등장한다. 밀리의 서재는 독서 습관을 가지고 싶지만 어려워하는 사용자들의 모습을 캐치했고, 독서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밀리를 이용하며 시간을 가치 있게 채워나가길 바라고 있다. 작년 1월 서영택 대표는 밀리의 서재가 페이스북, 유튜브와 경쟁하는 거라고 밝힌 바 있다. 즉, 독서는 취미의 영역이기 때문에 여가 시간을 페이스북, 인스타의 피드를 보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게 아니라 독서로 채울 수 있도록 유도하겠단 말이다. 실제로 신규 가입하는 유저의 44%가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고자 가입한다고 설문에 응했으니 사용자의 문제(Pain point) 하나를 제대로 짚었다고 볼 수 있다.



(2) 금전적 부담

책 한 권 가격(월 9900원)으로 무제한 이용.

거창하게 '나는 독서 습관을 가지고 말 거야!'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도 오랜만에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전에 책을 구매해둔 게 있다면 그걸 읽을 것이고, 책이 없다면 독서를 위해 서점을 가거나 온라인으로 주문을 한다. 그것도 아니면 전자책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생각으로 그친 채 포기해버린다. 하지만 책을 한 번이라도 구매해본 사람들은 안다. 책은 산다고 다 읽는 게 아니란 것을. 구매할 때는 분명 재밌어 보이고 책을 읽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뿌듯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이 몇 권이었던가.


여기서 문제점은 1. 책이 있는데 안 읽은 거라면 흥미가 안 생겨서 완독이 힘들다. 술술 읽히는 책을 그냥 두는 사람은 없다. 독서 습관이 없는 사람이 책장에서 다시 책을 꺼내 들고 재밌게 책을 읽는 경험을 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2. 책이 없다면 바로 구매가 필요한 행위로 이어진다. 방금 말했듯이 책은 산다고 다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재밌을지 모르는데, 책 선택에 있어 실패하고 싶진 않으니까 남들이 많이 봤다고 하는 베스트셀러가 꾸준히 잘 팔리는 거다. (실제로 같은 책이라도 베스트셀러로 표기됐을 때가 훨씬 많이 판매된다.) 책 선택에 실패한다면 돈은 돈대로 쓰고 책장에 책만 더 쌓일 뿐이다. 추가로 구매하기 위해서 필요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2권만 되더라도 3만 원 돈인데 어디 그게 적은 돈인가. 게다가 책을 읽고 싶은 건 지금인데 내일의 내가, 밖에 나가서 책을 사들고 온 내가, 여전히 책을 읽고 싶을지도 미지수다.


여가 시간에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그 과정에 필요한 비용이(접근성, 시간, 돈) 커질수록 독서 경험은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넷플릭스, 라프텔, 밀리의 서재와 같은 여러 서비스에서 점점 더 큐레이팅을 중요시하고 있다. 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이런 비용을 줄여주기 위함이다. 그렇게 원할 때 바로 이용할 수 있고, 고객의 데이터를 이용해서 탐색 과정을 줄여주고, 직관적으로 납득할만한 가격을 제시한다.




Pain Killer


어떤 점이 사용자에게 진통제(PainKiller)의 역할로 작용하는지는 '밀리의 서재' 김태형 팀장의 인터뷰 내용을 참고하면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이는 곧 밀리가 추구하는 바와 연관이 있다.

Q. 전자책, 정확히 말하자면 월정액 서비스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밀리의 서재'가 출판계에 끼친 영향을 자평한다면?

A. 독서의 필요성은 인지하지만, 책 보다 재밌는 다양한 서비스들로 인해 책과 멀어진 사람들의 욕구를 '밀리의 서재' 월정액 도서 서비스가 충족시켜 주면서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다. 기존에는 책을 단권으로 구매해서 읽어야 하는 부담이 컸는데 '밀리의 서재'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월정액 서비스를 선보이다 보니 멜론이나 넷플릭스 등 기존 월정액 서비스에 익숙한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출처: https://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1967)

밀리는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책 한 권 가격으로 무제한 이용'과 같은 문장을 내세우며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사용자가 독서 습관을 만들고 싶어 하고, 책 구매에 필요한 금액을 부담스러워하니까 "우리가 독서 습관 만드는 걸 도와줄게!", "우리가 독서에 필요한 금전적인 부담을 덜어줄게!"라고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1) 독서 루틴 만들기

사용자의 Pain Killer를 위해 '밀리의 서재'는 독서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여러 기능과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의 방안만으로는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러 겹으로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배치해두었다.



독서 루틴 알림 만들기

독서라는 행위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 직장인이라면 대게 출근할 때, 점심시간에, 퇴근할 때, 퇴근하고 난 후에 여유가 있다. 출근길이나 퇴근길을 떠올리면 대중교통에서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며 SNS를 훑거나 유튜브, 드라마 등의 영상을 시청하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밀리는 이렇게 시간이 남는 순간들에 독서를 위한 개인 푸시 알림을 받도록 설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자신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본인이 독서를 장려하는 방식이다.


독서 루틴 알림 만들기 기능



1일 1밀리

N일 N밀리를 달성하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는 당근마켓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당근마켓에선 프로필에 표시되는 온도를 올리기 위해 딱히 필요하지 않은 물건인데 한 번이라도 더 '당근'하려는 현상이 나타난다. 지표가 눈에 확실히 보일 때 딱히 큰 보상이 없더라도 그것을 채우고 싶어 하는 욕구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다른 예로 스팀 게임의 업적 달성이나 헬스 앱의 배지 획득을 들 수 있는데, 유저들에게 딱히 보상이 주어지지 않지만 도전욕과 성취욕을 자극해서 더 오랜 기간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마찬가지로 밀리의 서재에선 책을 읽었을 때 밀리 수치가 늘어남으로써 습관 형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


N일 N밀리



독서통계(Beta)

본인의 독서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이다. 독서통계는 내서재에서 볼 수 있는데 수치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다. 이를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책이나 좋아하는 저자 등을 참고해 읽고 싶은 책을 찾든지, 독서시간과 루틴을 고려해 독서 계획을 수립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거라 여겨진다. (나는 딱히 필요성을 느끼진 못했다)


독서 습관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 기능(Beta)



독서습관 영상

'밀리로 멋진 일상을 사는 이야기'라는 탭으로 영상을 묶어서 독서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투데이와 다섯가지 독서법, 피드까지 여러 곳에서 반복 노출시키며 독서 습관 만들기를 장려한다.


독서 습관 만들기를 성공한 사람들의 영상 모음



다섯가지 독서법 챌린지

과거에는 '북클럽'이 '스토리' 옆에 띄워져 있었다. 현재는 북클럽을 대신해 '다섯가지 독서법'이라는 명칭의 기능이 대신 자리 잡고 있다. 1) N일 N밀리, 2) 이번 달 독서루틴 공유, 3) 이번 달 책장 만들기, 4) 이번 달 서재 5개 팔로우, 5) 이번 달 이럴 땐 이런 책 추천까지. 해당 챌린지들은 1밀리+ 독서습관 챌린지라는 캠페인을 통해 독서템을 증정하며 독서를 장려했다. 북클럽보다 직접 챌린지에 참여함으로써 사용자들이 더 적극적인 자세로 독서 습관을 형성하게 하기 위함이다.


다섯가지 독서법 챌린지



밀리 독서 입학식

지난 1월 29일, 밀리 독서 입학식이 진행됐다. 박경림, 이동진 님께서 '밀리 독서 리포트 2020'(PDF로 받을 수 있고 생각보다 재밌는 정보가 많으니 밀리를 쓰시는 분이면 한 번쯤 볼만하다)로 밀리 사용자들의 독서 생활 패턴들을 살펴보고, 다섯가지 독서법, 나만의 독서 루틴 만들기, 그리고 독서 일상 기록하고 인생 책 나누기까지 4교시로 구성해서 진행하셨다. 이렇듯 밀리의 서재는 오디오북이나 챗북, 입학식 등 여러 콘텐츠에서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사람들을 데리고 온다. 익숙하지 않은 독서에 친숙한 이미지를 덧입히고 호기심을 자극함으로써 조금이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말이다.


밀리 독서 입학식에 참여해봤다(1/29 PM 07:00)



오디오북, 챗북

'책을 읽기만 할 필요는 없다.'라는 인식의 변화는 독서 습관 형성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로 자영업을 하는 친구의 경우 일을 하면서 간간히 오디오북을 틀어놓고 듣고 있다. 본래라면 독서를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책의 형태가 기존에 국한되지 않고 오디오를 통해 독서할 수 있게 되면서 독서 습관을 들이는데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또한, 긴 글을 읽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챗북이 하나의 해답이 되어주기도 한다.



(2) 월 정기구독 서비스

전자책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전자책뿐만 아니라 모든 서비스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부분은 '기본적인 부분이 다 갖춰졌는가?'이다. 사용자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인 건 원하는 책을 보는 행위이다. 그 책을 오디오북, 챗북의 형태로도 제공하거나 그 외에 LIVE 북클럽을 운영하거나 이벤트를 하거나 이런 건 그다음 문제이다.


밀리의 서재는 지난 4.0 패치(작년 8월 4일)에서 연말까지 10만 권의 도서 확보와 큐레이션 강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실제로 현재 정기구독을 하기 위해 구독 상품 소개에 들어가면 10만 권의 전자책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나의 경우를 따져보더라도 리디에 원하는 책이 없기 때문에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게 됐다. 책의 총 보유량과 신간의 발 빠른 확보는 기본적이지만 가장 어렵고 중요한 부분이다.


밀리의 서재 구독 상품 소개


서영택 대표는 밀리의 서재가 책을 읽는 5%가 아닌 책을 읽지 않는 95%의 사용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읽은 책을 소장하는데 욕심이 있는 사용자가 아니라면 수만 권의 책을 마음껏 이용하면서 9900원의 가격을 지불하는 것은 꽤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책을 소장하고 싶다면 2개월 총 12000원을 더 지불하고 한정판 느낌의 오리지널 책을 받아볼 수도 있다.


이런 구독 상품에서 중요한 건, 독서에 습관이 없는 사람들이 '첫 달 무료'의 유인책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만드는 것과 매끄럽고 좋은 사용 경험을 반복적으로 쌓아 구독을 유지하게 만드는 거다. 서비스를 반복 사용하고 이용하는 시간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가치는 커지고 구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Pain Killer를 위해서도, 핵심 수입원을 위해서도 밀리의 서재가 독서습관을 기르도록 도와야 한다. (그래서 챌린지, 독서통계, 영상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고)


이외에도 계정 이용의 제한을 크게 설정하지 않음으로써 오랫동안 구독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법을 하나 활용하고 있다. 월마다 내는 가격을 여러 명이서 부담하면 만족의 역치가 낮아지기 때문에 구독해지를 방지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에서 같은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넷플릭스에선 9500원, 12000원, 14500원으로 멤버십의 가격을 차등 설정하고 동접자 수와 영상의 화질, 등록 기기를 달리하고 있다. 밀리의 서재에서도 기기를 5개까지 등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여럿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 같이 목글을 진행하고 있는 3명의 친구도 이렇게 부담을 나눔으로써 효용은 그대로지만 적은 가격을 지불해 만족을 높게 가져가고 있다.


여러 기기로 등록이 가능한 '밀리의 서재(좌)'와 '넷플릭스(우)'



Pain Point: 독서 습관의 어려움, 금전적인 요인
Pain Killer: 독서 루틴 만들기, 월 정기구독 서비스(책 한 권 가격에 무제한 이용)



2) Primary 유저, Secondary 유저


(1) Primary 유저

Primary 유저는 월 정기구독을 이용하는 사용자이다. 전자책이라는 서비스의 특성상 오프라인 서점에 비해 밀리의 서재에서 획득할 수 있는 데이터는 월등하게 많다. 데이터를 축적해오던 밀리는 '완독 할 확률' '완독 예상 시간', 그리고 이를 활용한 '홀릭, 히든, 마니아, 밀리 픽'으로 구분하는 '밀리 완독 지수' 그래프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해당 정보는 밀리 사용자들이 책을 선택하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밀리의 서재에게도 지침을 제공해준다.


 '밀리 독서 리포트 2020'은 밀리 사용자들의 패턴을 분석한 리포트로 흥미로운 지표가 많이 나타난다. 서점에서는 지식과 교양을 쌓는 인문서를 더 많이 구매하지만, 밀리 사용자들은 소설과 에세이를 훨씬 많이 읽고 있다. 소설은 완독 예상 시간이 무려 3시간으로 일반 책들에 비해 2배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지만 완독 할 확률은 밀리 오리지널 책 다음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Primary 유저에게 더 나은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고 있다. 애초에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그런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2) Secondary 유저

Secondary 유저는 콘텐츠 제공자로 정의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 콘텐츠 제공자는 대표적으로 출판사, 저자를 떠올릴 수 있다. 책이라는 매개체에 있어 출판사와 저자, 독자 사이는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관계니까. 나아가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는 아니지만 오디오북의 리더와 챗북을 재편집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콘텐츠 제공자로 묶는 게 가장 알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밀리는 플랫폼 제공자로서 다양한 형태의 책을 Primary 유저에게 제공하고 있다. 오디오북의 댓글을 보면 '이제훈님 목소리는 좋은데 중간에 건너뛰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맥락이 잘 끊겨요..ㅠㅠ(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히가시노 게이고, 이제훈)''듣기만 해서 이해가 되지 않아 글을 보니 띄엄띄엄 읽어주는 거였네요. 그러니 이해가...(겨울장면, 김엄지, 한예리)'와 같은 댓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오디오북/챗북의 비중을 높게 책정하고 운영하고 있는 밀리의 서재이기 때문에, 책에 오디오를 채워주고 챗북을 편집하는 콘텐츠 제공자들 역시 책을 읽는 경험에서 간과할 수 없는 유저라고 생각한다.








2. 앱 정보구조(IA)

1) '밀리의 서재'앱의 정보구조(IA)


밀리의 서재 정보구조(IA)


밀리의 서재의 핵심 활동은 여러 형태(전자책/오디오북/챗북)의 책을 찾고 보는 것(읽기/듣기)이다. 나아가 선택적으로 기록하는 행동(하이라이트/북마크/메모/포스트/한 줄 리뷰/3분 리뷰)도 가능하다. 책의 형태에 따라 보는 활동이 읽기, 듣기로 차이가 있을 뿐 다른 부분은 거의 같다. 다만 이런 형태의 차이로 인해 같은 기능이라도 경험의 차이가 꽤 크게 나타난 점들도 있었다.


사용자는 찾고, 보고, 기록하는 3가지 핵심 활동을 한다.

좋은 경험은 milie Yellow, 좋지 않은 경험은 Grey, 둘 다 경험했다면 그라데이션을 사용해서 표시했다.



(1) 어떤 점이 좋은 사용자 경험을 주었는가?


책 추천(큐레이션)

서점 베스트셀러

NOW에서 하단으로 내리면 '회원들이 (오늘/이번 주/이번 달/올해) 가장 많이 읽은 책'과 같이 '밀리의 서재'의 데이터를 활용한 추천 책이 나타난다. 서비스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건 기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금 서점의 베스트셀러(오프라인 데이터)를 장르 별로 파악할 수 있단 점이 좋았다.


지금 서점 베스트셀러



취향 일치/함께 읽는 사람/밀리 완독 지수

취향 일치는 넷플릭스, 라프텔과 같은 영상 서비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미 여러 영상을 보고 평가한 넷플릭스에선 '98% 일치'라고 적혀 있으면 믿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정확한 편이다. 이와 같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보가 표기된 점이 좋은 사용자 경험으로 다가왔다. 일치도가 높을 때만 표시되는 것도 좋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해당 책을 읽고 있는지는 마음 놓고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서점의 베스트셀러가 잘 팔리는 심리적 요인과 비슷하다. '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다면 제법 괜찮은 책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니까.


'밀리 완독 지수'는 책을 읽는데 어려움을 느낄수록 더 도움이 될 것처럼 느껴졌다. 완독률이 높다면 나 역시 몰입해서 읽을 가능성이 높고, 필요한 독서 시간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독서를 끝마칠 가능성이 높다. 책을 읽다 보면 '아직도 이만큼 남았어?'와 같은 생각을 몇 번씩 하게 되는데, 시간을 예상하고 읽기 때문에 책이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보다 빨리 읽었을 때 묘한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줬다.


취향 / 함께 읽는 사람 / 밀리 완독 지수



검색하기

트렌딩! 지금 주민들이 열심히 읽는 책

검색을 하기 전에 사용자들이 많이 읽고 있는 책을 추천해주는 게 좋았다. 딱 한 줄, 10권의 추천 책만 나오기 때문에 과하지 않아서 괜찮았다. 이 정보는 밀리 종합 베스트에서 각 장르 별로 랜덤 하게 출력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검색을 누를 때마다 조금씩 바뀌어서 나타난다. 아쉬운 점은 이미 읽은 책도 리스트에 있는 책이라면 노출되고 있다.


검색 자동 완성

검색어를 완성하고 누르기 전에 조금만 입력해도 추천 검색어가 나타난다. 무슨 검색어를 예시로 캡처할지 생각하다가 사랑이란 단어를 입력해봤는데 반가운 드라마 명이 나타났다. '괜찮아, 사랑이야.' 공효진, 조인성 주연으로 한때 본방 사수하며 보던 드라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책을 찾아내는 건 서점에서나 앱에서나 반가운 경험이었다. 바로 서재에 담고 앞부분만 읽어봤는데 해수와 재열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 썩 좋았다.




책 담기

담기/바로 읽기

책 정보에서 '담기'와 '바로 읽기'가 나뉘어 있는 점이 좋았다. 나의 경우 읽고 싶은 책을 몇 권 찾아서 넣어두고 그중에 가장 읽고 싶은 책부터 읽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더보기 버튼을 누르면 다운로드, My favorite, 공유하기, 포스트 쓰기가 나타나는 데 사용 빈도가 많이 차이 날 거라 생각되기에 따로 넣어둔 점이 괜찮았다.



보기(읽기)

보기 설정

밀리의 서재에선 흰색부터 아이보리, 연두, 검은색까지 7가지의 배경색을 제공한다. 본인이 원하는 색으로 바꿔서 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인데 나의 경우는 흰 바탕이나 연두색을 쓴다. 페이지 넘김 방향과 효과는 취향이 상당히 갈리는 부분이라 따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해둔 걸로 보인다. 줄 간격, 상하 여백, 좌우 여백 등 여러 가지 기능이 더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글자 크기와 폰트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밀리의 서재 뷰어의 보기 설정


시선추적 기능

과연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작동해서 신기했다. 약간의 인터랙션을 거치고 나면 카메라 기능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시선을 파악한다. 페이지의 마지막 부분을 보고 있으면 넘기기 기능이 활성화되는데 휴대폰을 거치대에 고정시켜두고 이용하기에 좋았다. 처음 사용을 시작하면 인터랙션으로 사용 방법에 대한 안내가 나오는데 인터랙션 부분에서 사진과 함께 적어두었다.



보기(듣기)

읽는 문장 표시

현재 어느 문장을 읽고 있는지 보라색으로 강조되는 게 좋았다. 이전에 밀리를 이용할 때도 오디오를 켜놓으면서 듣다가 가끔씩 눈으로 좇으며 같이 읽었는데, 이때 어느 부분을 읽고 있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고 책의 내용도 기억에 더 잘 남는 이점이 있었다.


백그라운드 재생

밀리의 서재는 밀리 2.0부터 백그라운드 재생과 TTS 기능을 제공했다. 폰을 꺼놔도 들을 수 있는 백그라운드 기능은 종료 시간 예약과 같이 사용할 때 장점으로 다가왔다. 자기 전에 틀어놓고 눈을 감은 채 듣는 경험은 색달랐다. (TTS는 '나직나직 수진'이 제일 괜찮지만 너무 기계 같고 감정이 결여돼 기능만 확인하고는 사용하지 않는다.)


오디오북의 읽는 문장 표시와 오디오북 설정



기록하기

하이라이트/공유하기

소설을 읽을 때는 기록 자체를 잘 안 하는 편이다. 기록 부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공유'였다. 글을 쓰거나 갑자기 생각난 내용을 적어둘 때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를 애용하는데 책 제목, 저자와 함께 문장을 카피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2) 어떤 점이 좋지 않은 사용자 경험을 주었는가?


검색하기

도서 제안

아무리 밀리의 서재가 책을 많이 보유했다고 하더라도 보유하지 못한 책은 있을 수밖에 없다. 밀리의 서재는 보유하지 못한 도서를 제안할 때의 경험이 좋지 못했다. 1:1 문의를 통해 제안하라고 하는데 '관리-도서 관련 문의-문의하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문의 또한 모든 문의가 같은 양식을 입력하게 되어 있어서 불필요한 양식을 요구하고 있다. OS 버전이나 앱 버전, 인터넷 환경은 버그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인데 도서 관련 문의에도 입력을 권장하고 있다. 앱 버전이 4.3.7.0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려면 작성하던 내용을 취소하고 뒤로 나갔다 와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1:1 문의를 통한 도서 제안



시리즈 찾기

만약 책의 시리즈를 찾고 싶은 사용자라면 어떻게 할까? '시리즈'라는 단어만으론 너무 막연해서 원하는 검색 결과를 찾기 힘들다. 그렇다면 책의 명칭을 일부나 전체를 포함해서 검색을 할 텐데 밀리의 서재에서 책명 뒤에 '시리즈'를 붙이면 검색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고 쳐야 해당하는 책들을 찾아낼 수 있다. 0, 1, 2편의 책이 있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시리즈를 전부 담으려면 책의 상세보기 페이지로 넘어가 하나씩 담는 수밖에 없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시리즈를 찾기 위한 입력 검색어


밀리의 서재는 전자책 검색 결과에 대해서 입력한 검색어와 일치도를 O/X로 따진다고 보면 된다. 검색어가 비어있는 것은 괜찮지만 추가로 들어가 있으면 전부 포함된 결과만을 보여준다. 구글 검색의 ""기능과 비슷한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지적 지식' : 전자책 6권 검색
'지적 지식 얕은' : 전자책 6권 검색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깊은 지식' : 검색 결과 없음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5' : 검색 결과 없음


종이책과 포스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검색어의 일부만 포함되어 있어도 검색 결과에 노출된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검색하면 '커피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나 '성공적인 지식행정을 위한...'과 같이 전혀 상관없는 책들도 함께 볼 수 있다. (전자책만 다르게 해 놓은 이유는 검색한 전자책이 보유하고 있는 책이면 정확하게 그 책만을 보여주고, 책이 없으면 1:1 문의를 통해 입고를 유도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밀리의 서재에서 시리즈와 관련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건 아니다. '투데이'에서 조금 내리다 보면 '밀리 추천 시리즈'가 있다. 이걸 클릭하면 '밀리 시리즈'의 서재로 이동된다. '내서재' 기능을 이용해서 시리즈 별로 서재에 넣어두고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게 책들을 모아볼 수 있도록 해두었다. 서재에 담겨있는 책은 전부 한 번에 내서재로 담아갈 수 있다. 다만 '밀리 추천 시리즈'를 발견하는 경험 자체가 어렵고 맥락이 다르다.


투데이-밀리 추천 시리즈-'밀리 시리즈'의 서재-시리즈 책 찾기


'밀리 추천 시리즈'를 처음 누르는 사람들은 '읽을만한 책이 없을까?' 생각하면서 여러 책을 탐색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원하는 시리즈가 이미 정해져 있는 사람의 입장에선 밀리 시리즈의 서재에 들어가서 해당 책을 찾는 과정 자체가 부자연스럽다. 서재에 들어간다 해도 책을 검색할 수도 없고 검색 기능이 홈 화면에 위치해 있는데 서재로 올 이유도 없다. '시리즈는 밀리 시리즈 서재에서 찾아봐~'가 아니라 사용자가 검색할 때 '시리즈'를 포함하거나 철자나 단어를 조금이라도 틀리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책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검색이 안 돼서 못 본다면 씁쓸하지 않겠는가.


카테고리 찾기

읽을 책을 정해두지 않은 상태에서 취향에 맞는 책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을 기능은 무엇일까? 아마 1) 하나는 큐레이션을 보는 것이고, 2) 다른 하나는 장르 별로 모아둔 카테고리를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용자는 첫 화면이 'NOW-투데이'였던 걸 기억하고 경험적으로 책을 묶여서 추천되는 곳은 투데이라는 걸 인식한다. 살짝 내려봤을 때 바로 나오는 '지금 서점 베스트셀러'를 봤다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1)과 2)에 상관없이 투데이로 유입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된다. 이유는 대형서점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서점에서 원하는 책이 있다면 직원에게 묻거나 PC를 이용해 위치를 검색한다. 반대로 책을 둘러보기 위한 것이라면 분류 별로 모아둔 책장이나 베스트셀러 진열대 앞으로 이동하게 된다. 서점과 마찬가지로 2)에 해당하는 사용자는 검색 기능이 찾을 책이 명확할 때 누르는 거라 무의식적으로 알고 책장, 진열대와 비슷한 투데이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팔로잉하는 사람의 서재로 이동할 수도 있다)


이때 좋지 않았던 점은 투데이에서 장르 별 구분은 베스트셀러 N권씩(26/26/16/31/10권) 보여주는 게 전부이고, 카테고리 별로 보고 싶어도 어디서 찾아야 되는지 헷갈린다. 도서 카테고리는 검색을 누르면 하단에 나타나게 된다. 처음 찾을 때 애먹었던 기억과 이후에도 어디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한번 찾았던 경험이 있어 좋지 않은 경험으로 분류했다.

검색에서 아래로 내리면 '밀리 도서 카테고리'가 나타난다



느린 로딩 속도

가끔 발생하는 현상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사용할 때마다 몇 번씩은 회색 그림자의 책을 보게 된다. 인터넷 문제나 서버 문제 둘 중 하나일 텐데, 아마 서버 스토리지에 저장된 이미지를 가져올 때 속도가 느려서 그런 걸로 보인다. PC 뷰어에서는 겪지 않는 현상이라 내가 이용하는 LTE가 느려서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미지 파일보다 무거운 영상들을 볼 때도 끊기지 않고 결정적으로 나만 겪는 현상이 아니었다. 구글을 서치하면 독서 앱 비교글 중에 앱의 속도 때문에 리디 셀렉트(리디북스)를 추천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원하는 책을 눌렀을 때 자주 보게 되는 로딩 현상




책 담기

플로팅 북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이용할 때는 선택적으로 영상을 플로팅 할 수 있다. 끄는 방법도 간단해서 몇 번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비슷하게 밀리의 서재에도 읽던 책이 플로팅 되는데 이건 없앨 수가 없다. 읽고 있던 책이 있는 사용자라면 선택의 여지없이 강제로 나타나는데 책을 다 읽은 상태라도 그대로 남아있다. 다른 책을 찾기 위해 검색을 하거나 큐레이션을 보려고 할 때도 플로팅 북이 남아있어 상당히 거슬렸다.

항상 따라다니는 플로팅 북



이 플로팅 북은 하단에 일자 형태로 표시됐었는데 사용자 경험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해서 변경한 걸로 보인다. 밀리의 서재에서 어떤 화면을 보고 있든지 곧바로 뷰어로 넘어갈 수 있는 건 좋다. 하지만 '책을 읽고 싶을 때는 서재에서 꺼내 읽는다'라는 플로우가 딱히 번거롭거나 이상하게 여겨지진 않는다. 오히려 검색을 하거나 책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상시 표시되는 건 불필요하다고 느껴진다. 따라서 선택적으로 플로팅 북을 ON/OFF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개인의 경험으론 플로팅 북보다 차라리 하단에 있는 형태가 더 낫다고 느껴졌다.



보기(듣기)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차이

전자책만 보거나 오디오북만 듣는다면 차이를 알기 힘들지만 둘을 놓고 비교해보면 생각보다 책 내용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오디오북 댓글을 살펴봐도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차이가 생각보다 많이 난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오디오북'이라는 단어와 리더의 이름만 적혀 있을 때 다른 부가적인 설명이 없다면 '아, 유명한 사람들이 책을 읽어주는 건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사람이 읽어주는 거니까 책 내용이 생략될 수도 있겠지.'라는 생각을 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전자책(좌), 오디오북(중), 오디오북(우)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앞부분을 예시로 들면 오디오북은 프롤로그가 싹둑 잘려있다. 페니가 꿈 백화점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이유와 꿈 백화점의 유래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 페니와 달러구트와의 첫 만남이 프롤로그에 모두 들어가 있다. 오디오북은 첫 페이지부터 "그래서 네가 그렇게 대답했더니 달러구트의 표정이 어떻게 바뀌었다고?"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프롤로그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맥락이 뚝 끊겨있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디오북에 프롤로그가 없는 건 아니다. 오디오북의 플레이어를 종료하고 상단의 목차를 눌러서 프롤로그로 이동하면 전자책처럼 스크립트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험 자체가 썩 좋지 않았다.


목차에 오디오 마크가 표시되어 있다고 전부 음성이 녹음돼 있는 것도 아니다. 책 '겨울장면'을 한예리 님이 녹음한 오디오북으로 들어보면 상당히 많은 문장이 생략되어 있다. ('달러구트 책 백화점'도 마찬가지) 이렇게 나타나는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차이는 때로는 좋은 경험을 주기도 때로는 나쁜 경험을 주기도 한다. 확실한 건 사용자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다르게 작동하는 기능은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거다. 만약 이런 차이점을 리더 별로 책을 해석하는 특색을 상이하게 보여주기 위함이라면, 적어도 사용자가 그런 의도를 예상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적은 시간으로 독서 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관점에서도 사용자에게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겨울장면 오디오 14~17



오디오북 재생 플레이어

오디오북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지만, 오디오북을 듣는 사용자 중에는 집중해서 뷰어를 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플레이어를 보고 큰따옴표(")가 들어가 있어서 인물의 대화나 문장 하나 혹은 문단 단위로 구분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나 일정한 규칙 없이 음성 파일을 쪼개어 놓은 대로 들어가 있었다. 규칙이 없다고 느낀 이유는 어떨 때는 한 문장이었고 어떨 때는 한 문단이 되기도 하는 등 리더가 원하는 대로 설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의 사용은 유튜브의 10초 전, 10초 후와 같이 한 두 번의 사용만으로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규칙을 쉽게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 문장 앞으로, 혹은 뒤로 움직이려고 할 때 원하는 위치로 이동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고 '이쯤부터 그냥 들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멈추게 됐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오디오북


나의 경우 오디오북을 듣다가 주로 놓친 부분이 있을 때 플레이어를 다시 조정했다. 하지만 오디오북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는 '일시 정지'와 '앞으로 이동'하는 버튼만 디폴트로 제공해주고 있어서 다소 불편했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정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가 일반적인 사용자들과 달라 불편을 느낀 건지는 모르겠다. 디폴트로 '일시정지/재생'과 '앞으로 이동'을 제공하면서 굳이 '뒤로 이동'하는 버튼만 추가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또 하나 헷갈렸던 부분이 하단의 재생 바가 전자책에선 페이지를 나타내는데 오디오북에선 '음성 파일 346개 중의 7번째'처럼 파일의 순서를 나타낸다는 점이다. 처음에 책 페이지인 줄 알고 넘겨 보다가 인사말을 세 번 정도 듣고 나서 알게 됐다.



책이 보이는, LIVE 북클럽

책이 보이지 않는, LIVE 북클럽

북클럽은 밀리에 있다는 것만 알고 지내다 이번에 처음 써봤다. 유튜브로 종종 접하는 공백 님의 영상을 보면서 이용해봤는데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북클럽'은 오디오북/챗북만큼 비중 있게 다루던 콘텐츠지만 지금은 오디오북/챗북을 클릭했을 때 나타나는 하위 콘텐츠로 바뀌었다. '라이브'버튼을 누르면 지난 방송 다시보기로 연결되고, 하단에 '책이 보이는, LIVE 북클럽'을 누르면 라이브 뷰어를 이용할 수 있다.


'책이 보이는'이라는 문구 때문에 가운데 부분의 책 제목을 누르면 책이 나와서 영상과 함께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책 제목을 누르면 상세보기 페이지로 이동하고 책을 여는 순간 라이브가 종료된다. 그래서 PC 뷰어로 열어두고 책상 앞에 앉아서 번갈아가면서 보다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20분 만에 때려치웠다. 라이브를 눌렀을 때 최근 영상이 1월 6일인 것만 보더라도 이제는 밀리에서 밀어주지 않는 콘텐츠가 아닌가 싶다.


책이 보인다면서요...



기록하기

오디오북 하이라이트

오디오북을 하이라이트 하려고 드래그할 때 버벅거리는 현상이 있다. 또 현재 읽고 있는 텍스트가 표시되는데 하이라이트를 위해 드래그한 것과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번외) 가로모드 유지 현상

19년도에는 가로모드를 지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고, 이 때문에 불편을 토로하는 사용자들이 있었다. 반면, 특정한 상황이 되면 홈에서 검색을 누르거나 책 읽기를 마치고 홈으로 나왔을 때 모두 가로모드가 유지된다. 상단의 NOW, 오디오북/챗북, 스토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가로모드로 변경되었다. 이 현상은 앱을 다시 켜야 세로모드로 돌아왔기 때문에 불편하게 느껴졌다. 가로모드가 유지된 상태에서 카톡을 들어가도 그대로라 휴대폰의 '자동 회전'기능을 활성화시켜줘야만 세로모드로 돌아왔다.


'검색'을 하거나 'NOW'에서 책을 살필 때, 그리고 기타 다른 기능을 사용할 때는 전부 세로 모드가 더 좋게 느껴졌기 때문에 이는 좋지 않은 사용자 경험이라고 생각했고 꼭 적어야겠다고 정리해뒀다. '밀리의 서재'의 검색은 전부 입력하지 않더라도 추천 검색어가 뜨는 점이 좋았는데 가로모드 상태에서 검색할 때는 이 장점이 사라진 데다가 플로팅 된 키보드가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 불편함 하나 때문에 앱이 아닌 PC 뷰어를 통해 읽고 있었으니까.


+ 한데 이상하다 생각해서 친구한테 물어보니 내 휴대폰에서만 나타난 현상이었다. 앱을 재설치한 이후에는 매끄럽게 이용하고 있는데 왜 그랬는지 아직도 이유를 파악하지 못했다. (아시는 분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때 추천 검색 기능이 가려지고 가로모드 유지로 인한 불편







3. 앱 디자인 시스템과 인터랙션

1) UI 디자인

(1) '밀리의 서재' 컬러

Brand Colors (출처: milie Design Library)


Grey Color의 구분 (출처: milie Design Library)


Background Color의 구분 (출처: milie Design Library)


밀리의 서재는 노란색(#FFEB60)을 Main color로 사용하고 있으며, 강조하는 컬러로 보라색(#A451F7)을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Sub color로는 더 짙은 색(노란색, #FF8904), (보라색, #534165)을 채택했다. 파란색과 빨간색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sucess, fail을 나타낼 때 사용했으며, 특이한 점은 alert, notice, error와 더불어 챗북의 색이 같은 점인데 너무 많은 색상이 사용되는 걸 지양하기 위해 그런 걸로 보인다.


밀리는 도서의 형태가 전자책, 오디오북, 챗북으로 나뉘다 보니 색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 대부분의 경우 블랙과 그레이 컬러만을 사용해서 정보를 전달한다. 이는 각 도서를 상징하는 컬러가 전자책=Black, 오디오북=milie Purple, 챗북=Orange 로 정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바로 읽기'의 버튼이 밀리 퍼플의 색이었으나 오디오북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검은색으로 바뀐 걸 근거로 삼을 수 있겠다.


milie Purple, sub Purple이 사용된 곳


'지금 서점 베스트셀러'의 종합/트렌드/라이프/힐링/지적 교양/소설을 선택하는 부분은 이전에 위의 '휴대폰 번호로 로그인'버튼의 색과 같았다. 현재는 색을 새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심플하게 Black&White로 변경됐는데 로그인에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의도라고 보기엔 브랜드 컬러 중에 없는 색이기도 하고 혹시 누락된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휴대폰 번호로 로그인, 시작하기의 Color 의도일까?



(2) 폰트

폰트는 Google Font만을 사용했다. 국문은 Noto sans KR 본고딕, 영문/숫자/특수문자는 Lato, 포인트를 줄 글씨에는 Noto Serif KR 본명조를 사용했다. 구글 폰트의 경우 상업적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중에서 가장 잘 맞는 폰트로 설정했다고 보인다.


Noto sans KR 본고딕 Bold의 경우 책 제목과 Head 부분에 전부 사용되었고, 저자 명이나 문장이 길게 쓰일 수 있는 파트에는 Regular로 쓰였다. Noto Serif KR 본명조는 오디오북/챗북의 콘텐츠 중에서 오디오북 리더를 설명할 때 이용됐다.

출처: milie Design Library_Font
출처: milie Design Library_Font


* Noto sans KR: https://fonts.google.com/specimen/Noto+Sans+KR

* Noto Serif KR: https://fonts.google.com/specimen/Noto+Serif+KR

* Lato 라토: ttps://fonts.google.com/specimen/Lato

* Google Noto Font: https://www.google.com/get/noto/#sans-lgc 



2) 인터랙션


(1) 밀리 적립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인터랙션이다. 책을 읽을 때, 팔로잉을 할 때, 책장을 만들 때, 리뷰를 적을 때 등 다양한 활동으로 밀리를 쌓을 수 있다. 이때마다 팝업으로 '1밀리 적립'이라고 팝업이 나온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한 팔로잉이나 리뷰 활동에도 1밀리가 적립된다는 점에서 좋았다. 아직 수정되지 않은 걸 하나 발견했는데 팔로잉할 때는 팝업에 '1 밀리 적립'이 다른 활동에서는 '1밀리 적립'이 나온다.

책 읽기, 팔로잉하기, 리뷰 쓰기



(2) 시선 추적

작년 말 새롭게 선보인 '시선추적 기능'은 사용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기능이다. 뷰어에서 처음으로 '시선추적 기능'을 ON 했을 때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다소 복잡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장의 그림 설명과 빨간색 네모 박스를 이용해 사용자가 따라오기 쉽도록 한다. 생각보다 정확도도 높고 시선을 따라오는 반응 속도도 빠르다.

시선 추적 인터랙션



(3) 시리즈 속편

작년 초까지만 해도 애니메이션 시장은 '애니 24'와 같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만연했다. 현재는 사정이 나아졌지만 당시 라프텔과 넷플릭스처럼 애니메이션을 스트리밍 해주는 기업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영상이 더욱 주류인 넷플릭스의 사정은 조금 달랐지만 라프텔의 사정은 좋지 않았다. 불법 사이트가 폐쇄된 이후 라프텔의 가입자 수가 약 100%, 매출액은 약 50% 증가했다는 사실만 봐도 불법 시장으로 인한 피해가 컸던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폐쇄되기 이전부터 라프텔이 불법 사이트들과 확실하게 차별점을 가져간 부분이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큐레이션과 매끄러운 콘텐츠 간의 컨텍스트였다. 


시리즈가 있는 책을 볼 때 1편을 다 읽었다면 2편으로 연결해주는 건 자연스러운 컨텍스트다. 유튜브의 '다음 동영상'이나 넷플릭스의 '다음 화 자동재생'과 같은 맥락이다. 밀리의 서재에서는 책을 다 읽은 뒤 속편이 없다면 '마지막 페이지입니다'라는 알림만 나오고, 속편이 있다면 아래 사진처럼 '다음 권'을 눌러 다운로드를 받고 계속해서 읽을 수 있다.


책뿐만 아니라 모든 콘텐츠들은 잘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자 개개인의 컨텍스트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 책의 상세 페이지만 본 사람, 읽다가 그만둔 사람, 시리즈 중에 1편만 읽은 사람, 계속해서 쌓이는 데이터 안에서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고객 취향 분석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사용자가 가장 좋아할 만한 책을 추천할 수 있어야 한다. 시리즈의 속편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직 개인의 취향에 따른 추천이 어려운 상태에서 컨텍스트를 고려한 가장 기초적인 인터랙션이라고 볼 수 있다.



(4) 오디오 재생 중 오류 알림

오디오 재생 중에는 사용할 수 없는 기능이 있다. 이처럼 몇몇 기능들은 이용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사용 가능 여부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때 단순하게 "오디오 재생 중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가 아니라 "오디오 재생 중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종료 후 사용해주세요."라고 알림이 나온다. 오디오 재생 중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사용자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원인과 함께 알림으로 제공해주고 있다. 에러가 발생했을 때는 원인과 해결방법을 명확히 알려주는 게 좋다는 점에서 좋은 인터랙션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오디오 재생 중에 목차를 클릭했을 때 오류 알림






4. 앱의 시장 위치와 경쟁자

1) 서비스의 마켓 포지션


문체부에서 조사한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종이책 6.1권 전자책 1.2권 오디오북 0.2권으로 7.5권(2019, 현재 가장 최신 조사)이다. 한 달 동안 1권을 채 읽지 않는 것은 물론 2달에 1권을 보는 쪽에 더 가깝다. 가뜩이나 처참했던 1인 독서량이 더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책을 읽던 사람은 어디로 갔으며, 그 많은 사람들은 왜 책을 읽지 않을까?


오히려 늘어난 콘텐츠 소비량

책도 콘텐츠의 범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엄밀히 따졌을 때 전체적인 콘텐츠 소비량은 증가했다. 기존 책, 신문, 잡지와 같은 콘텐츠에서 영상, 웹툰, 웹소설, SNS 등으로 대체되어가고 있을 뿐이다. 유튜브에서의 '가짜 사나이' 열풍, 넷플릭스의 '스위트홈'과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의 파급력을 생각해보라.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할 대체 콘텐츠가 즐비한 게 현실이다.


스낵 컬처, 스낵 콘텐츠

2010년대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스낵 컬처는 스낵 콘텐츠로 연결됐다. 빠르고 쉽게 콘텐츠를 소비하려는 경향이 짙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웹툰, 웹소설, 드라마, 각종 영상들이 쉽게 부상할 수 있던 배경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책을 읽던 사람들도 책을 전부 읽는 것보다 요약본이나 카드 뉴스를 소비하는 쪽으로 변해왔고, 개인 북튜버나 '책 끝을 접다'와 같은 기업의 2차 창작물을 대신 보기도 하게 됐다.


달라져야 했던 출판 시장

책과 관련된 콘텐츠를 본다고 해도 원 저작물인 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적다. 해당 콘텐츠가 독서로 연결될 수 있어야, 종이책 구매로 연결할 수 있어야 더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저 콘텐츠를 소비함으로써 끝이 나니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저 좋은 전자책 서비스를 만들어서는 책을 읽지 않는 이유를 해결할 수는 없다.


서영택 대표는 기존 출판 시장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처음엔 '서재'와 '이웃'의 개념을 도합해 밀리의 서재를 만들었고, 독서를 조금 더 재밌게, 조금은 다르게, 조금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오디오북, 챗북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책을 읽지 않는 95% 중에 독서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 진입 장벽을 넘지 못한 사용자들이 발을 내딛기 쉽게 만드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사용자의 특성(라이프 스타일)에 의한 포지셔닝을 택했고 '구독 상품'의 도입과 '오리지널 종이책'이라는 차별화를 통해 전자책 서비스의 이인자로 여겨졌던 밀리는 점차 전자책 서비스 내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2) 해당 마켓의 경쟁자들


(1) 전자책 시장: 리디북스

리디북스뿐만 아니라 Yes24, 알라딘, 교보문고까지 전자책 시장을 놓고 봤을 때 경쟁자는 어느 하나 간과할 수 없다. 특히 리디북스는 19년까지만 하더라도 MAU, 월간 이용률이 밀리의 서재를 훨씬 웃돌았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밀리의 서재 입장에서 경쟁자는 전자책을 주 콘텐츠로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아니다.



(2) 디지털 콘텐츠 시장: 유튜브, 넷플릭스, 웹툰, ...

전자책(e-book)은 넓은 범주에서 디지털 콘텐츠로 묶인다. 디지털 방송, 디지털 영화, 디지털 애니메이션, 디지털 게임, 디지털 만화 등 다양한 콘텐츠들과 함께. 분명히 콘텐츠 별로 사용자 층과 이용 양상은 다르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20~30대가 많이 쓰고, 여성 유저가 많다는 등 사용자 분석을 떠나서 밀리의 서재가 경쟁자를 전자책 시장이 아닌 디지털 콘텐츠 시장으로 봐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로 밀리의 서재가 서비스의 타깃을 독서하지 않는 사용자 95%로 삼고 있다. 오디오북, 챗북을 필두로 짧은 시간에 기존 독서와 다른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이와 맞물린다. 앞서 오디오북에서 생략하는 부분이 많아 경험이 좋지 않았다고 적었지만, 이런 관점에선 목적에 맞게 서비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 내의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서비스를 경쟁 대상으로 여기고 노력하고 있다.


둘째는 밀리를 떠나가는 이유도 다른 디지털 콘텐츠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설문이나 인터뷰에서 현생이 너무 바빠서 그렇다고 답변하기도 하지만, 따져보면 '내 심적 상태가 책과 같이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하는 콘텐츠를 소비할 정도로는 여유롭지 않다.'는 말이다. 아무리 바빠도 유튜브 영상 하나, 웹툰 하나, 드라마 한 편은 짬이 날 때 보기 마련이다. 그 짬이 나는 시간에 전자책이 채택되지 못했을 뿐이다. 이게 반복되면 이용도 안 하는 서비스에 돈만 내고 있으니 구독을 해지하게 된다. 결과를 놓고 봤을 때 [다른 디지털 콘텐츠>전자책(밀리의 서재)]이기 때문에 해지로 연결되는 것이다. (만약 정말로 무엇 하나 볼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사람이면 그 어떤 콘텐츠가 소용 있겠는가.)


나 역시 밀리의 서재를 해지했던 이유도 다른 디지털 콘텐츠인 영화, 만화, 게임에 몰입하게 됐고 반대로 책에 대한 흥미는 줄었기 때문이었다.

유튜브만큼 오래 쓰는 앱도 없다. (출처: 이데일리)



(3) 오디오북 시장: 윌라 오디오북, 스토리텔

윌라는 2018년 출시된 서비스로 명강의 지식 콘텐츠(클래스)와 오디오북을 이용할 수 있다. 똑같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의 책을 대상으로 밀리의 경우는 55분의 오디오 분량을 가지고, 윌라는 8시간 52분의 오디오 분량을 가지고 있다. 분량만으로 차이가 꽤 많이 나타나는데 그래서인지 밀리의 서재와 동시 소지한 경우가 많다. 스토리텔은 가족 기반으로 계정을 공유해서 사용하길 장려하고 많은 국가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윌라 오디오북(별점 3.9, 100만 다운로드)
스토리텔(별점 4.3, 1000만 다운로드)



3) 서비스의 확장 가능성


샌드박스 네트워크에서 '2020 샌드박스 유튜브 데이터 리포트'(https://www.notion.so/2020-b8c2bd262f0a42efb07638bc46d2d87a)를 공개했다.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이 유튜브인 만큼 그대로 전자책 시장에 적용하진 못하더라도 몇 가지 인사이트를 참고할 수는 있다.


1. 키즈, 뮤직 카테고리의 꾸준한 강세
2. 오리지널 콘텐츠
3. 콜라보 콘텐츠


(1) 키즈 시장

키즈 시장의 성장은 사그라들 생각이 없다. 자녀의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지만 그와 반대로 아동 1인당 소비 금액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야놀자에선 작년 5월 '아이야놀자'라는 카테고리를 신설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39%의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키즈와 함께 할 수 있는 여가 활동에 대한 수요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배경이 전자책, 오디오북/챗북이라고 다르게 적용될까?


실제로 '스토리텔'의 경우, 키즈(어린이) 카테고리를 따로 묶어둠으로써 아이에게 책을 읽혀주고 싶은 부모들이 서비스로 유입되고 있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에서 키즈를 위한 기능이 제대로 제공될 수만 있다면 전자책, 오디오북 모두 밀리 사용자 층의 확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뮤직 시장

'스페이스 오디티'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음악으로 세상을 이롭게" 만들겠다는 그들의 활동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처음에는 무슨 일을 하는지도 전혀 모르겠고 뭘 하고 싶은지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다 처음으로 스페이스 오디티를 접하게 된 게 연플리였다. 현재는 'PLAYLIST ORIGINALS 플레이리스트 오리지널'이라는 유튜브 채널 명을 가지고 있는 연플리는 수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들로 20대들을 사로잡고 있다.


연플리는 후킹에 많은 신경을 쓴 콘텐츠로 일단 '보게' 만들었고, 노래를 매개로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여 댓글과 공유를 '남기게' 유도했다. 이때 스페이스 오디티는 노래를 매개로 사람들이 콘텐츠에 무언가 남길 수 있도록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의 기획을 도와서 진행했다. 오리지널 영상 콘텐츠와 노래의 콜라보가 충분한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도록 말이다.

출처: https://www.spaceoddity.me/songs


이와 같은 콜라보가 오리지널 영상 콘텐츠가 아닌 밀리의 오리지널 책 콘텐츠와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밀리는 구독권에 따라 2 달마다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을 배송받거나 전자책으로 읽을 수 있다. 밀리가 출판계의 넷플릭스라는 별명이 붙을 수 있던 이유도 다른 데서는 구할 수 없는 밀리의 오리지널 종이책 때문이다. 나 또한 김영하 작가님의 '작별 인사'를 갖고 싶어서 검색을 하다가 밀리에서만 받을 수 있단 걸 알게 돼 구독권을 변경하고 유지하는 계기가 됐었다. 넷플릭스도 오리지널 콘텐츠인 '루머의 루머의 루머 이야기'를 보기 위해 가입했던 게 시발점으로 현재는 프리미엄 멤버십을 유지하고 있다.


서비스가 확장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층을 늘리거나 기존에 서비스를 사용하다 이탈했던 사용자, 아예 관심이 없던 사용자의 관심도 확 이끌어낼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게 넷플릭스에선 '넷플릭스 오리지널'이었고, 넷플릭스는 매출의 대부분을 여기에 투자하고 있다. 그만큼 잘 만든 '오리지널'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기 때문이다.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서비스 내 오리지널 전자책


"단순 책 판매에서 그치지 않고, 2차, 3차 저작물을 양산해 수익 구조를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서영택 대표님이 밝힌 것처럼 밀리만의 '오리지널 종이책'이라는 강점을 더 강하게 가져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영하 작가님의 '작별 인사'가 출판될 예정이라면 해당 책을 읽고 함께 작업할 아티스트를 구하여 노래와 함께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처럼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책과 어울리는 노래를 듣는 경험은 이전에 한번 해본 적이 있다. 혜윤 님의 '퇴사는 여행'을 읽을 때였는데 책과 함께 노래에 몰입되는 감각이 매우 좋았다. (타지에서 흘러나오는 '4 Non Blondes-What's Up?'과 이어폰으로 듣는 Playlist가 똑같았을 때의 경험이란..) 이런 경험은 단발로 끝나지 않고 기억에 강하게 남는 만큼 여러 활동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까지 연결되면서 오래 기억하게 된다.

지금은 QR코드로 연결이 안 되지만 굉장히 신선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밀리의 서재가 원하는 바도 책에 흥미가 적거나, 마음만 먹고 실제로 독서 습관은 들이지 못한 사용자들이 밀리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흘러나오는 노래가 책을 떠올리게 하고, 책이 그 노래를 떠올리게 해 줄 수 있다면 그런 이들이 밀리의 문턱을 넘게 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5. 마치며

1) 글을 마치며


글을 지난주 목요일부터 적기 시작했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이제야 마무리하고 올리게 됐다. 글의 전반적인 구조는 '꽃비내린'님의 넷플릭스 편을 많이 참고했다. (글 잘 봤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밀리의 서재에 대해서도 이미 작성하신 걸 알고 있어서 글을 다 작성한 후에 보게 됐는데, 밀리의 서재가 달라진 점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LIVE 북클럽이 원래는 책을 함께 볼 수 있었다는 점은 다소 충격이었다.


글에는 이것저것 많이 서술해놨지만 실제로 모든 기능을 월 단위로 오랫동안 이용해보지도 않았고, 머릿속에 정립된 올바른 기준 또한 없었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적으면서 많이 했던 생각이 '분명 밀리에서도 충분한 의사 결정을 거쳤을 거고,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만들어냈을 텐데 이렇게 적어도 되나?'라는 거였다. 기술적인 문제로 해결이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관점에서 더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결과일 수 있으니까. 그래도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적은 글이니 너그럽게 봐주시길..!



2) 참고 자료

(넷플릭스편 (上), brunch, 꽃비내린)

(넷플릭스편 (下), brunch, 꽃비내린) 

(해외 면접 앱 크리틱을 통한 UX 실력 상승시키는 방법, brunch, chel)

(밀리의 서재 Design Library) 

(연플리는 어떻게 20대를 점령했는가, 스페이스 오디티)
(독서의 계절 가을, 전자책 구독 앱 집중 분석!, 앱 에이프)
([UX/UI] e-Book 4사 비교글, brunch, Post IT)

([특별 인터뷰]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는 방법ㅣ밀리의 서재, 네이버 포스트)

([특별 인터뷰] 온라인 도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 서영택 대표 “인생 책 담긴 서재 하나씩 만들었으면”, 독서신문)

([인터뷰] 김태형 ‘밀리의 서재’ 콘텐츠전략팀장 “쉽고 짧고 재밌게... 말랑말랑한 독서, 독서신문)

([안혜리의 비즈니스 현장에 묻다] “책 안 읽는 95%가 희망입니다”, 중앙일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앱 1위는 카카오..2위 유튜브, 3위 네이버, 이데일리)

(국민 독서실태조사, 문화체육관광부)



제가 적은 게 틀린 부분이나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다면 지적해주세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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