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는 어떻게 변해왔는가.

지난 10년간 클라우드의 전략적 진화

by Yameh

"Cloud Computing is not a technology shift - it's a business model shift"

- David Linthicum


10여년 전만 해도 클라우드는 IT 인프라 선택지 중 하나였다.

도입한 기업보다 도입하지 않은 기업디 더 많았고,

'보안에 취약하다', '비용이 오히려 증가한다', '우리 같은 제조업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클라우드는 더 이상 특정 산업이나 일부 기업의 선택이 아니다.

기업의 규모나 업종, 디지털화 수준과 관계없이 누구나 클라우드를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클라우드는 단순히 '서버를 옮기는 기술'이 아니다.

기업이 운영 방식을 바꾸고, 데이터를 활용하고, AI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까지 바꾸는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클라우드는 기술이지만, 기술 이상의 무언가가 되었다.


특히 ChatGPT를 필두로 한 AI의 확산은 클라우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로 만들고 있다.

기업이 AI를 쓰고자 한다면, 결국 클라우드를 써야한다.

클라우드로 AI를 안 안 쓸수도 있으나, 클라우드를 쓸 때보다 더 많은 제반 비용을 감수해야할 수도 있다.

즉, 자체적으로 모든 AI 인프라와 모델을 갖추는 기업은 극소수이다.

대부분은 클라우드 위에서 제공되는 AI기능(API, SaaS, 서비스형 모델)을 활용할 수 밖에 없다.

클라우드는 이제 AI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자, 기업의 변화와 혁신을 떠받치는 기반 인프라가 되었다.


이 글에서는 클라우드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시대의 변화와 맞물려 어떻게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왜 지금 클라우드를 도입하거나 재정의해야 하는지를 기술보다 앞선 흐름의 관점에서 다시 점검해본다.


클라우드 환경의 변화 - 클라우드는 어떻게 전략 패러다임을 바꿨나

우리가 이야기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2000년대 중반 지금과 같은 형태의 인프라 중심 서비스 모델로 처음 등장했다.

필자가 클ㄹ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용어를 접하고 해외 사례를 처음 기고한 시점이 2008년이니, 미국을 중심으로 한 클라우드 컴퓨팅의 활성화는 이미 10년을 훌쩍 넘긴 셈이다.


이후 클라우드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에서 시작해, 기업 전략의 중심 구조로 진화해왔다.

특히 201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시기는, 단계별로 클라우드를 바라보는 전략적 관점이 근본적으로 변화해 온 과정이었다.

그 과정은 다음의 세 시기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1. 퍼블릭 클라우드가 정답이던 시절 (2015-2018)

"Public Cloud First"

이 시기는 퍼블릭 클라우드가 가장 이상적인 해법처럼 받아들여졌던 시기였다.

AWS, Azure, GCP가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했고, Iaas, PaaS 모델을 중심으로 'IT를 직접 구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대한 기대가 폭발했다.


비용 효율성과 빠른 확장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확산되었고, 초기 성공 사례들이 이를 뒷받침했다.

Netflix, airbnb, Spotify 등 기술 선도 기업은 이 시기에 전면 클라우드 전략을 공개했고,

국내에서도 스타트업, 유통기업 그리고 대기업 일부가 퍼블릭 클라우드(PoC 형태 포함)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전 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2015년 기준 약 1,260억 달러 규모였고,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Statistica, 2024).

하지만 이 시기는 어디까지나 표준화된 기술 낙관의 시기였다.

TCO 구조, 운영 책임 분담, 보안 통제력 등의 문제는 본격적으로는 논의되지 않았다.


2. 퍼블릭 클라우드 회의론의 대두 (2019-2022)

"올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2019년 이후, 퍼블릭 클라우드를 향한 열정은 점차 현실적인 의문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ERP, 그룹웨어, 통합 시스템 등을 클라우드로 이전한 기업들이 비용 급증, 운영상의 복잡성, 내부 전문성 부족, MSP의 한계, 복잡한 클라우드 사용 규제 등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2020년 팬데믹은 클라우드 전환을 가속화했지만, 동시에 '올리면 끝'이라는 착각을 무너뜨렸다.

MSP에 전적으로 맡긴 결과, 구조를 통제하지 못하고 IT 비용이 지속 상승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 시기 이후 많은 기업이 TCO 재산정과 구조적 점검을 시작했다.


대표 사례로는 Zoom이 AWS를 기반으로 하되 트래픽 확장을 위해 자체 OpenStack 기반 인프라를 병행한 구조가 있다. 국내 제조기업들도 ERP 마이그레이션 후 성능 저하와 비용 이슈로 인해 클라우드 운영 모델을 재정의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이 시기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5,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Statistica, 2024),

IT 지출 대비 클라우드 지출 비중도 45%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Gartner, 2023).


동시에 "리패트리에이션(Repatriation, 클라우드 회귀)"이라는 개념도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퍼블릭에서 프라이빗으로 되돌아가는 기업들이 실제로 나타났고, 클라우드의 본질은 도입이 아니라 기업의 비지니스를 잘 지원할 수 있는 구조의 설계라는 인식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3. 선택과 조합의 전략으로 - 멀티/하이브리드 시대 (2023~)

"이제는 조합이 전략이다"

2023년 이후, 기업들은 클라우드를 '선택하고 조합하는 전략 구조'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퍼블릭 클라우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보안, 거버넌스, 성능, AI 특화 워크로드 이슈가 부각되었고,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멀티 클라우드, 엣지 클라우드 등의 복합 아키텍처

기본 구조로 자리잡게 되었다.


특히 AI의 급격한 확산은 클라우드를 다시 전략의 전면으로 끌어올렸다.

생성형 AI, 대규모 언어모델, GPU 인프라 등의 수요는 클라우드 없이 충족할 수 없는 현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동시에 AI는 고비용 구조를 동반하고 있어, 인프라 전략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되었다.


대표 사례로는 Google의 Anthos, Microsoft의 Azure Arc, AWS의 Outposts 등 CSP들의 하이브리드 제품군이 있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은 자체 인프라와 퍼블릭 클라우드를 연계한 멀티클라우드 구조를 공식화했으며, NHN 클라우드와 삼성 SDS 또한 이기종 클라우드 연동과 통합 운영을 중심으로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NHN 클라우드 기술 블로그, 삼성 SDS IR 자료 등 발췌)


Flexera 2024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92%가 멀티클라우드 환경을 채택 중이며, 이 중 78%는 하이브리드 환경을 병행하고 있다 (Flexera, 2024 State of the Cloud Report).

McKinsey 역시 2023년 보고서에서, AI 프로젝트 추진 기업 다수가 클라우드 인프라를 병행 도입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가 클라우드를 이야기할 때 꼭 짚어야 할 기본 개념들을 하나씩 풀어보려고 합니다.

'클라우드는 결국 무엇을 바꾸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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