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엉군 Mar 05. 2023

앵봉산 햄버거


#앵봉산


2월의 어느 날 네가 내게 말했다.


아빠, 우리 3월에 산에 갈까?

좋지


마침 건강 탐구생활을 통해 '뒷산' 키워드에 도달했을 무렵이었다. 우리는 동네 명산 북한산을 뒤로 하고, 뒷산 오브 뒷산 앵봉산에 올랐다.


입구까지 차 타고 갈래, 걸어갈래?

산은 걸어가야 맛이지

엄마도 초대할까?

엄마는 산 안 좋아해


긴 초입을 통과했다. 가는 길에 놀이터를 들리고, 원시인 놀이, 포켓몬 놀이, 솔방울 놀이를 거쳐 드디어 무한 계단 앞에 섰다.


아빠, 우리 가위바위보 하자

좋아

바위로 이기면 3칸, 가위는 5칸, 보는 10칸으로 할까?

너무 많다. 3-2-1로 줄이자


 오랜 시간, 끊임없이 재잘대며 우린 올랐다. 너는 낙엽과 열매를 모아 두 손 가득 산밥을 만들어주었다. 평소와 달리 너는 무척이나 즐겁고 여유롭게 숨가쁨 없이 산을 탔다. 정상에 올랐을 때 너는 말했다.


우리 무야호 할까?

음 이건 어때? (레모나를 보여주며)

좋아

하나 둘

근심걱정 던지셔~~~~~~~



#햄버거


산에 오르기 전부터 너는 햄버거 점심을 제안했다. 산행이 3시간이나 이어지자 너는 오늘 햄버거 먹을 수 있냐며 계속 물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로 하산하게 됐다. 추억 어린 눈으로 골목을 훑자 네가 말했다.


아빠 오늘은 햄버거 안 먹어도 돼

엥? 너가 먹고 싶다며

아빠가 어렸을 때 좋아한거 먹자

(심쿵 ㅠ) 아냐 나도 햄버거 먹고 싶어


2시가 넘은 시간. 우린 호떡 집에 들렀다. 부풀어 오른 녹차 호떡은 맛있었다. 배 고팠던 너는 종이컵 호떡을 참새처럼 야무지게 먹었다. 20분은 먹은듯. 정말 맛있었다.


버스를 타고 동네 롯데리아를 향했다. 햄버거 3개를 주문했다. 다 먹을 셈이었다.


아빠 정말 햄버거 두 개 먹을거야?

응 나도 데리버거 먹고 싶은데

그건 엄마 주자

ㅠㅠ


그럼에도 나는 먹으려 했지만 너는 차례  제지했다. 그리고는 감자튀김 먹방을 제안했다. 아이돌 병에 걸린 너는 내게 사진 촬영을 요청했고 나는 찍고 찍혔다.


오늘 재밌었어. 다음 달에 또 갈까?

난 내일 가려고 했는데 :)

.............

아빠, 그네 타러 가자!!



산밥 놀이 네 시간만에 만난 햄버거님



매거진의 이전글 마지막 목욕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