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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Aug 15. 2023

산불꿈 수비대


#산불꿈


아빠 나 산불나는 꿈꿨어

그래서 어떻게 됐어?

크게 불이 났는데 불 끄는 사람이 없었어. 나만 어린이였어

안 무서웠어?

나도 불 껐어. 호수 들고. 미래의 아빠도 있었어

미래의 아빠???? 아빠랑 다른 사람인건가?

다른데 아빠랑 똑같이 생겼어

(???@#₩÷????)

아빠 우리 쓰레기 주우러 가자

(엥???@@%)


그렇게 너와 나는 토요일 아침에 쓰레기를 주우러 나갔다. 이게 뭔가 싶었지만, 꿈의 계시로 산책을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하며. 노란 집게와 봉지 두 개를 들고, 우산을 쓰고 길을 나섰다.



#수비대


담배 꽁초가 왜이렇게 많지? 더러워

담배 꽁초 때문에 산불이 많이 난대

왜 바닥에 버리는거야?

집에 버릴 순 없으니까. 담배 꽁초 쓰레기통도 없고

앗 도라에몽이다. 이건 여기에 그냥 둘까?


아파트 화단을 지나 상가를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 옆동네로 나아갔다. 담배 꽁초가 가장 많았고, 작은 비닐 조각들, 간식 쓰레기들 순이었다. 거리 화단 아래는 페트병이 숨어 있었고, 문방구 주변엔 스티커도 나왔다. 


완전 지구경비대구만

응 지구경비대! 우리 노동수 먹을까?

노동수? 나 돈 안가져왔다

아빠 카드 있어?

ㅠㅠ


음... 쥬스 2+1과 빼빼로를 사들고 돌아왔다. 뭔가 기분이 이상했지만 서둘러 생각의 덩쿨줄기를 잘라버렸다. 분리수거장에 들러 재활용 배출을 하고 남은 쓰레기는 버렸다.


잘했다. 집게는 네가 잘 씻고

그런데 지구경비대가 좋아, 지구수비대가 좋아?

수비대!!


집에 들어오자마자 너는 집게를 물로 씻었다. 엄마의 칭찬을 듬뿍 받으며. 그런데 웬걸 바닥에 누우려니 누울 수가 없었다. 종이와 휴지들이 굴러다녔다.


야, 집에 있는 쓰레기 먼저 치워!!!

싫어, 난 지구 쓰레기만 치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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