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대우병원 리노베이션
이번 주에는 이사회, 두 차례의 수상자 인터뷰, 세 차례의 완도대우병원 리노베이션 미팅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완도 사업 관련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완도대우병원은 1980년에 노화도에 설립되어 2010년까지 운영되었습니다. 1978년에 설립된 대우재단의 첫 번째 목적사업이었죠. 1977년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이는 도시나 500인 이상 규모의 기업이 위치한 부촌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였습니다. 가난한 농어촌에는 언감생심이였죠.
1978년, 김우중 회장께서 50억원을 출연해 의료시설이 없던 낙도오지에 신안(비금도), 진도(하조도), 완도(노화도), 무주(설천면)에 병원을 세웠습니다. 그 중 완도는 가장 늦게 설립되었지만 섬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가장 오래 운영되었습니다. 이후 행복나눔섬지역센터로 이름을 바꿔 뜻 있는 주민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뚝 잘라 2022년, 지역은 양극화와 저출생이 결합되어 힘을 잃어가고 있었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시행되었습니다. 그 때 완도군에서 저희 완도 사업장에 공동 사업을 제안해왔습니다. 기금이 들어가는 공공사업은 기부체납이 원칙인데, 저희 사업장이 병원을 비롯한 공공사업을 수행해왔고 40년 이상 지역주민들의 신뢰가 쌓인 덕분에 민관협력 사업 형태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오랜시간 사업장을 지켜온 센터장님의 숨은 공이 가장 컸습니다.
기금사업은 저희 재단에도 노화도에도 큰 전환점이 되어주었습니다. 1차 기금사업으로는 공간의 역사성을 살려 '도서민 건강돌봄센터'가 조성되었습니다. 재단이 의료활동을 할 규모는 안되지만 여전히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기능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주민들의 바람이 모인 자연스런 결과였습니다. 현재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하며 타겟과 기능을 디테일하게 다듬어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2차 기금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음치유센터(가칭)'로 가정하고 출발했지만 그 기능은 창의적인 예술공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재단의 아트선재센터가 축적해온 현대 미술의 저력을 핵심축으로 삼는 접근이죠. 45년 전에 의료시설이 없던 노화도와 보길도-소안도에 병원이라는 씨앗을 심었듯이, 이번에는 문화시설이 없는 완도에 미술관이라는 씨앗을 심고자 하는 겁니다.
꿈의 씨앗을 심는다는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과정들은 쉽지 않습니다. 가장 큰 장애물은 재원입니다. 재단의 재원이 넉넉하다면 마음껏 펼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니까요. 그럼에도 아트선재센터의 저력으로 세계적인 큐레이터, 건축가, 조경가분들이 함께 작품을 구상중입니다. 이 분들은 모두 40년전 외딴 섬에 병원을 세운 설립자의 행보에 놀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 때마다 저도 또 한번 놀라고 감사할뿐입니다.
마음이 맞는 분들과 함께 작품을 만든다는 일은 그 자체로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녹록치 않습니다. 별들이 모이면 별들의 전쟁이 펼쳐지거든요. 꽤나 뜨겁습니다ㅎ.ㅎ 그럼에도 여전히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고 새롭게 만들어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멋진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목격할 수 있음을 크나큰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한 걸음 물러나 45년전의 별들의 전쟁도 상상해봅니다. 당시에는 의료계 거장들이 그 자리에 있었겠죠. 김효규 연세대 의료원장을 비롯한 병원건립위원회가 회의를 하며 의료취약지를 선정하고, 대우, 보건사회부, 전라남도, 각 군청들이 공문을 주고받으며 부지를 마련하고 개간하며 함께 섬의 첫 병원을 세우는 작업은 얼마나 드라마틱했을까요? 화룡정점은 도서오지 병원장 모집 광고를 보고 심장이 뛰기 시작한 의사분들이었겠죠.
어떤 작품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함께하는 저희 모두에게 큰 즐거움이기 되기를 바랍니다. 내년 이맘때면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도록 한번 달려보겠습니다. 우엉우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