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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헌문학 Oct 22. 2023

남아있는 나날들에의 임무


“예쁜 꽃들 지고 봄날이 지는 이럴 때 참 이쁘지. 

근데 진짜 예쁘니까 보내기가 괜히 슬픈 거 같아. 

그래서 이맘때 마단 좀 쓸쓸해지는 거 같아“           

오늘 낮에 잠깐 산책을 하는데 함께 동행한 분이 뜬금없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왠지는 모르지만 수줍으시다는 듯이 툭, 한 마디 던진 한 마디였어요.      

우리 생에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시간’ 그런 시절을 '화양연화'라고 한다죠

그런 화양연화의 시간들이 마냥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겠죠.

아이들이 영원히 품에 안을 수 있는 갓난아이일 수만은 없고 

우리가 영원히 젊은 청춘일수 만은 없는 것처럼요.     

그렇게 어린 싹을 틔우던 봄날도 장성한 성년의 여름으로 표정을 바꾸고 있어요. 

사람들은 이런 속절없는 이별에 '화무십일홍', '화무십일홍' 이라고 했던 걸테구요.          

청순하고 청명한 5월의 마지막 날.      

흔히 하는 말로 '쏘아진 화살'처럼 잡을 수 없는 봄날이 지나면 

무언의 약속이라도 했다는 듯 여름이 올 텐데요. 

말간 얼굴로 미소를 짖고 떠나는 봄. 

우리도 예쁘게 손 흔들어 배웅하고 

문 앞에서 기다리는 여름도 정중히 맞이해야겠어요. 

이 저녁이 지나면 달력 한 장은 또 찢기고,

올해의 봄은 또 한 조각의 추억으로 남겠죠.      

우리 생애 가장 찬란한 한 때.

즐거운 곳에서 정겨운 이들과의 한 때 포착해 영원히 저장해 둘 

사진들, 일기 같은 것들은 부지런히 욕심 껏들 남겨 두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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