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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형 변호사 Jul 01. 2018

한국 이커머스에서 아마존이 나올 수 없는 이유

아마존은 20년 전에 했던 것, 한국은 여전히 안되는 것

한국의 아마존


한국에서 이커머스 좀 한다는 업체들이 내세우는 공통의 목표입니다.



이베이가 모회사인 G마켓과 옥션 빼고는 다 적어도 한 번씩은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 같습니다. 주로 배송 서비스나 인공지능에 의한 추천 등을 강화해서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압도적으로 차지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년 전 아마존이 미국 소비자들을 꽉 잡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배송도 아니고 추천도 아닙니다. 바로,


원클릭 결제


입니다.


아마존을 써 보신 우리나라 사람들은 처음에 약간 무서운 느낌이 들 정도로 버튼 한 번만 클릭, 터치하면 결제가 완료되는 아마존의 원클릭 결제에 놀랍니다. 초고속 인터넷도 제대로 보급되어 있지 않았던 20년 전, 이것을 경험한 미국 소비자들은 얼마나 더 놀랐을까요. 모바일 시대로 넘어온 지금 우리나라의 쇼핑 앱들도 아직 결제 누르면 다른 창이나 앱이 뜨는 것을 '간편결제'라고 하고 있는데 말이죠.


이 원클릭 결제는 1997년 아마존이 미국 특허를 등록한 기술입니다. 때문에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은 원클릭 결제를 이용하지 못하거나(반즈앤노블), 아마존에 많은 돈을 주고 사용허락을 받아서 원클릭 결제를 써야만 했습니다(애플).


아마존 원클릭 결제 특허의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아래 글이 잘 설명해 주고 있네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원클릭 결제가 안되는 건 특허 때문이 아닙니다.


규제와 기득권 때문이죠.


아마존과 같은 원클릭 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쇼핑몰 사이트(서버)에 신용카드 번호를 저장해 둬야 하는데, 2014년까지는 이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했습니다. 소비자 보호라는 이유로 어떤 것을 아예 못하게 하는 것. 이게 우리나라 규제의 특징이죠.


2014년부터는 이런 저런 요건을 갖추면 신용카드 번호를 저장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번에는 기득권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이용자가 우리나라 쇼핑앱에서 (1)결제를 하면 보통 (2)결제대행(PG) 회사와 (3)부가통신망(VAN) 회사를 거쳐 (4)신용카드회사에게 조회를 해서 카드가 맞으면 결제를 해 주는 복잡한 경로를 거칩니다.


만원 결제하는데 뭐 이리 끼어드는 회사들이 많..


그런데, 쇼핑몰 차원에서 원클릭 결제를 하면 중간 회사들이 필요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쇼핑앱이 원클릭 결제를 지원하면 따로 결제대행(PG) 회사나 부가통신망(VAN) 회사 필요 없이 바로 신용카드사에 조회를 해서 결제를 시켜줄 수 있으니, 중간에 있는 PG나 VAN은 다 없어질 판인 거죠. 기술적으로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밥그릇 논리가 강하게 끼어 있는 거죠. 게다가 이 사이사이가 다 힘의 논리로 협상하는 수수료 사업들이어서, 거대 신용카드사 입장에서도 계속 영세한 사업자(VAN, PG)들을 상대하고 싶어하지 소비자 정보를 갖고 직접 협상하는 거대 쇼핑몰이 나오는 것을 전혀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쇼핑앱들 입장에서도, 이미 이런 식으로 거래하면서 성장했는데, 그리고 다들 똑같이 불편한 결제 방식 쓰고 있는데, 굳이 원클릭 결제에 필요한 투자를 하면서 모험을 걸 필요가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누군가 결단을 한다면 그 회사가 한국의 아마존이 될 겁니다).


보안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긴 한국


공인인증서, 액티브엑스 이런 복잡한 방식은 결국 금융회사가 책임져야 할 보안 책임과 투자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 넘긴 것과 같습니다. '정보는 내가 아닌 당신이 저장했으니 당신이 책임져야지'. 이런 방식이니까요.


미국은 어떤 쇼핑몰에서 정보 유출 사고가 나서 내 카드를 다른 사람이 이용하게 되면, 쇼핑몰이나 금융회사가 바로 모두 보상해 줍니다. 그러면 쇼핑몰, 카드사나 은행은 손해를 보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사고가 날 때를 대비해서 보험을 들어 놓았거든요. 보험회사에서 쇼핑몰이나 금융회사의 손해를 대신 갚아 줍니다.


한국 금융회사들은 카드 보안사고율이 아주 낮다는 것을 자랑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1/10 수준입니다 (한국 0.01%, 미국 0.1% 정도. 2012년 기준). 하지만 당연합니다. 진짜 주인도 결제하는데 10배 어려우니까요. 훨씬 더 불편하게 하면 (예를 들어, 천원 이상 결제는 은행 직원과 항상 통화하도록? 농담입니다), 보안사고율은 훨씬 더 낮아지겠죠 :)


진짜 한국판 아마존이 나오길 바라며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는 회사들이, 배송이나 AI 이런 것보다 먼저 결제에서 소비자를 대신해서 규제 기관이나 기득권과 싸워 주길 바랍니다. 그게 아마존 되는 것의 걸음마인데요. 한국은 인터넷 결제에서 정말 많이 뒤떨어진 후진국입니다. 중국도 이미 오래 전부터 노점상에서도 QR코드로 결제하는 시대인데요. 아마존 알리바바 무섭다고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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