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뉴 Dec 09. 2020

우물 안 개구리의 우물 탈출기

용감한 개구리가 되어 보기로 했다

팀이 바뀐 지 6개월 만에 또 팀이 바뀌었다. 입사한 지 겨우 1년 반이 되었는데 벌써 세 번째 팀이라니!


직전 팀은 행정적으로 소속되어 있을 뿐, 예전 팀에서 하던 업무를 그대로 가져와 혼자서 소속 팀과는 전혀 상관없는 업무를 해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진정한 의미의 부서이동이랄까. 예전 팀에서 하던 업무를 그대로 가져온 건 마찬가지이지만, 대신 내가 하던 업무의 일부를 팀원들과 분담하고 나 역시 새로운 팀의 업무 중 일부를 분담하기로 했다.


입사한 이래 줄곧 한 프로덕트만 담당하다 보니 스스로 고인물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때로는 반복되는 업무에 질리기도 하던 와중에 한 줄기 빛이 보이는 기분이다. 그러나 내 의지와 무관한 타의적인 부서이동이기도 했고, 마음의 준비랄 것도 없이 순식간에 또 팀을 옮기게 되어서일까. '새로운 시작'이라는 표현이 주는 가벼운 설렘은 새로운 팀과 새로운 업무에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의 무게에 짓눌려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또다시 0에서 시작하여 처음부터 나를 증명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아무것도 몰랐을 때부터 시작해 웬만한 건 응당 알아야만 하는 지금의 프로덕트 담당자가 되기까지, 내가 그 '담당자'로서의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며 지나온 날들이 있다.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된다는 것은, 또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원점에서 시작해 작년의 그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때마침 내가 부서이동을 하는 날짜에 같은 팀으로 입사하는 신입의 존재도 부담감에 무게를 보탰다.


새로운 업무에 대해 모르는 것은 그 신입이나 나나 마찬가지면서도, 어쨌든 회사에 1년 반 먼저 입사한 만큼 어엿한 선배의 본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지금까지 신입이라는 또는 막내라는 이유로 받았던 편의가 이제는 내 몫이 아니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적은 연차가 핑계가 되지 못할 것이고, 앞으로는 선배로서의 역할이 하나 더 추가될 것이다. 내 위의 선배들이 그래야 했듯이.




작년에 처음 팀이 폭파되고 누군가는 다른 회사로, 누군가는 다른 부서로 흩어졌을 때, 나는 여전히 내가 담당하던 업무의 우물 안에 머물러있었다. 혼자만 우물 안 개구리가 될까 봐 전전긍긍하며 그 우물을 탈출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마음 한편에는, 이 우물에 대해서만큼은 내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우물 안의 세상을 잘 안다는 것에서 나오는 자신감은, 사실 우물 밖의 세상을 잘 알아갈 자신이 없기에 빈껍데기인 것을 알면서도 붙잡고 있는 허울일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를 우물 밖으로 꺼내 주었을 때, 눈앞에 펼쳐진 미지의 세계에 겁먹은 개구리는 작은 우물로 되돌아갈 것이고, 그 미지의 세계로의 모험을 감수하는 용감한 개구리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겠지.


팀을 옮긴 지 어느덧 2주 차. 용감한 개구리가 되어보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