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에서 담당하던 두 사업 중 한 사업이 사라졌다. 담당하던 팀원 2명이 으쌰 으쌰 해서 열심히 다듬어오던 사업을,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1년 만에 접게 되었다. 나를 포함해 3명이 담당하던 또 다른 사업은, 사업의 일부를 다른 계열사로 이관하게 되면서 마찬가지로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다가 연말이 다가오는 시기인지라 조직개편 이야기가 나오게 되어 분위기가 뒤숭숭한 요즘.
2주 전부터는 다들 두세 번씩 팀장님과 면담을 가진 반면에 나의 면담은 한 번으로 끝났다. 하고 싶은 다른 업무가 있었냐는 질문을 받았고, 아직은 지금 담당한 프로덕트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이 많으므로 계속 이 프로덕트를 담당하며 배워나가고 싶다고 대답했다. 솔직히는 계속 이 프로덕트를 담당하고 싶은 마음보다 계속 사수님과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사수님도 이 사업을 계속 담당하게 될 거라고 들었던 터였다. 누구는 옆팀으로 옮긴다더라, 누구는 결국 이 일을 하게 되었다더라 하는데 나만 별다른 얘기가 없길래 '사수님이랑 계속 지금처럼 하던 거 하게 되나 보다.' 하고 안도했다.
그리고는 내가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했는지, 퇴근 직전에 뒤통수를 연타로 두 대 맞았다.
우선,
3명이 담당하던 사업을 나 혼자 담당하게 되었다. 물론 사업 범위는 대폭 줄어들어 기존에 3명이 각각 담당하던 여러 상품들을 대부분 계열사로 이관시킬 예정이란다. 다른 팀이 담당하는 사업에 비해 매출 규모가 작기 때문에, 3명의 리소스를 쓰기에는 인력이 아깝다는 것이 윗분들의 생각이었다. 사수님은 계속 이쪽 업계 일을 해오던 경력을 살려 다른관련 부서로 가고, 다른 한분은 팀장님이 새로 맡게 될 업무를 함께 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지금의 우리 팀은 없다. 나는 옆팀으로 소속을 옮기게 될 거다. 즉, 전혀 다른 사업을 하는 옆팀 팀원들 사이에서 나 홀로 이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
입사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내가 이 프로덕트를 혼자 안고 가야 한다는 것에 1차 뒤통수 가격, 그리고 우리 팀이 공중분해되고 나는 다른 팀으로 옮기게 된다는 것에 2연타를 맞았다. 우리 팀이 공중분해가 된다고? 그건 대형사고 치는 팀에나 해당하는 것 아니었나? 우리 팀은 모두가 인정하는 모범생팀이었는데,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지금은 낙동강 오리알이 된 기분인데, 옆팀으로 옮기고 나면 곧 백조 무리 속 미운 오리 새끼가 될 나의 미래가 그려졌다. 뒤통수를 2대나 맡고 나니 너무 얼얼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고 회의실에서 나오자마자 짐을 챙겨 퇴근했다.
회사에서 나오자마자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에 지쳐서 엉엉 울던 날에도, 종일 긴장했던 출근 첫날의 퇴근길에도 아빠에게 전화를 했었다. 아빠 목소리를 듣자마자 팀장님 앞에서 꾹꾹 눌러 담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그래도 내가 나름 잘해왔으니까 믿고 맡기는 것 아니겠냐는 아빠의 위로에도, 그보다는 당장 우리 팀을 떠나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 크게 느껴졌다.
내가 정말 잘 해와서 한번 맡겨보는 걸까? 잘 안돼도 상관없는 사업이기에 별 신경 쓰지 않고 버리다시피 하는 건 아닐까? 내가 혼자서도 계속 이 사업을 잘 키워간다면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혼자서 백방으로 뛰고 몸고생 마음고생만 하다가 아무런 인정도 못 받은 채 상처투성이로 끝나면?
"면담 끝나갈 무렵에 팀장님이 위기는 기회라는 말도 있지 않냐고 그러셨어. 그런데 이건 그야말로 도박인 것 같아, 아빠. 안 그래?"
"도박이긴 도박이지. 그런데 아예 카드가 보이지 않는 그런 도박이 아니잖아. 카드가 보이잖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방향이 보이는 도박이잖아."
나도 "못하겠어요"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어쩌면 기회일 수도 있는 위기니까, 조만간 펼쳐질 이 도박판에 뛰어들기로 했다. 아직은 카드 볼 줄 모르는 초보지만, 누군 뭐 처음부터 타짜였나. 카드 보는 법 배워 나가다 보면 타짜도 되고 그러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