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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Dec 10. 2023

프롤로그

청량한 문장들을 시작하며

어릴 적 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친구는 책이었다.

두꺼운 책 속에 파묻힐 때마다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며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회색 벽으로 둘러싸인 우리 집은 단단하고 또 단단했다.

5시 통금시간에 걸리지 않고도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책 표지를 열었다.


우리 집은 단단하고 어두웠지만 다행히 책이 많았다.

엄마가 들여놓은 수많은 소설들, 수필들, 잡지들로 인해 숨을 쉴 수 있었다.

어느 날은 데미안을 만나러 독일의 골목으로 갔고, 어느 날은 테스를 만나러 영국의 시골에 갔다.

그들과 함께 두려워하고 함께 울었다.

사막 여우와 어린 왕자의 대화를 곁에서 들으며 따스함과 쓸쓸함을 함께 누렸다.

에밀과 탐정들은 얼마나 흥미진진했는지, 책장을 덮으면 잡힐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지금 나의 좋은 친구 역시 책이다.

포근한 집에 살면서도 여전히 책과 함께 여행한다.

최지인의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의 아픈 문장들에 공감하고

이지선의 <꽤 괜찮은 해피엔딩>의 즐거운 문장들로 힘을 낸다.

하루를 더 살 힘을 준 책 속의 문장들을 혼자만 가지고 있기가 아까워 일주일에 한 번 나눠보려 한다.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있는 고맙고 청량한 문장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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