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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Mar 24. 2024

잊었노라

김소월, <먼 훗날>

먼 훗날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8주간 읽은 백석을 보내고 김소월을 만났다.

아내와 같이 세상을 떠나려던 김소월이 그토록 못 잊어하던 님은 누굴까.

그 술잔을 마시기 전에는 결국 잊었을까.


<먼 훗날>을 읽으며 믿기지 않는 소식을 전했던, 무척 그리던,

잊으려 애쓰다 밤 지새워 울던 시절의 밤이 떠올랐다.

추거운 베갯가에서 머리를 들면 창 밖도 추거웠던 시절이었다.

목소리를 잊을까 듣고 또 듣다 다 늘어난 테이프와

읽고 또 읽어 외워버린, 글자가 다 사라진 편지들.


믿기지 않던 소식은 이제 보니 기쁨의 소식이었다.

조그마한 세상을 보내느라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던 시간.

누군가를 위로하는 옛이야기가 된 과거의 시간들.


찾아도 나무라도 진정으로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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