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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토끼 Mar 22. 2024

불안이 사라진 날 비로소 나는 행복해졌다.

두려움과 불안이 사라진 건.. 좋아하는 소설가의 소설 한 줄 때문이었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평생의 두려운 마음이 단 한줄의 글로 없어졌다는 게 놀랍지만 그렇게 단순했다.


문장을 만나버린 시공간이  운이 좋게 딱 맞아떨어졌다해도

그때 그 책을 읽은 것, 문장에 시선이 멈춰버렸던 것, 페이지를 돌아와 다시 읽은 것,

두려움에 대해 생각했던 것은... 바로 나자신.

읽었던 시간, 공간, 어두운 밤, 소리가 났던 밤, 알고리즘 처럼 무기력하게 불안해진 나

그 순간, 찰나였다. 더이상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순간


어떤 것도 근원이 없는 두려움을 설명할 수 없었다. 내가 만들어 낸 건지, 나도 모르는 이유가 있는 건지,

있는데도 모른척 해왔는지.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말하기엔 너무나도 하찮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두려움이었다.


글의 힘이나 문장이 어떤 힘을 가졌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 때 그 순간, 시선이 멈춰버린 그 찰나, 그냥 지나가버릴 수 있는 소설 속의 한줄 글을 읽은 후부터

정말 거짓말같이 아무것도 무서워지지 않는 경험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김연수 소설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 중

 '자연이 무섭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자신의 내부에 두려움이 있다는 뜻이었다.'라는 문장이다.

명제가 참이면 대우명제도 참이다. 내부에 두려움이 없다면 자연이 무섭지 않다. 라는 뜻이겠지.

나는 사실 천둥번개가 무섭지 않았다. 바람소리도 무섭지 않았다.

그렇지만 꽤 오랜 시간을 천둥번개와 바람이 의미도 없이 무섭다고 생각했다.

저 명제의 역이 참인지와 별개로 나는 자연이 무섭지 않으므로 나의 내부에 두려움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불안하지 않기 때문에 더이상 혼자있는 밤이 무섭지 않고

빗소리며 천둥소리며 바깥이 시끄러워도 무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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