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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토끼 Mar 22. 2024

점점 말수가 줄어드는데…

나의 좁은 인간관계 속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는 과연 몇이나 있을까.

대화가 어려웠던, 불편했던 기억

 - 어떤 이유로 조직을 떠나는 사람들은 대개 본인이 있었던 자리에 대해 안좋은 인상을 가지고 떠나는지 '거기 업무는 어땠어요?' 라는 질문에 '사람들이 별로였어요, 조직문화가 그래요, 상사가 또는 직원이 또는 업무가..그것도 아니면 돈이 적어요 ...까지  와 같은 대답들을 많이 했다. 당연히 힘든 부분이 있었을 테니까 떠나는 거였겠지만.

현재 있는 곳의 단점을 말하라면 나도 밤을 새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버틸만 한 장점도 있으니까 또는 버틸만 하니까 또는 그만 둘 수 없으니까. 그만두지 않은 거다. 그래서 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너무 떠난 자리를 안좋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보라서 그렇게 단점만 가득한 곳에 남아있는 게 아니니까.

​  - 배려 실종의 대화

특히 조직 내 상하 관계에 있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라면 대화라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하다.  일방적인 말하기와 듣기만 있을 뿐이므로 따로 얘기 하겠다.

예를 들면, 머리숱이 없는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는 머리숱에 대한 이야기는 화두로 삼지 않고, 뚱뚱한 사람이 있다면 몸에 대해 지적을 하지 않고, 결혼이 하고 싶은 사람에게  또는 아이를 얻고 싶은 사람에게 조심해야 하는 그런 말들.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무시하고 그냥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쓰고보니 거의 얼평, 몸평, 개인사 관련이니까. 조심해야겠다.)

그리고, 대화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대화를 들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사실 조심해야할 주제가 있다면 조심하게 되는데  이것은 과한 배려일까. 개인적 검열일까.

뒷자리에 대머리인 사람이 있는데 설령 그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굳이 대머리가 유전이라느니, 치료제가 어떻다느니 이런말은 안하는게 예의 아닌가.

 - 어떤사람의 기분도 불쾌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건 과한 욕심일까.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불쾌하게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느날 마음이 불편해졌다. 할 수 있다면 일일이 찾아가서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들은 나를 불쾌하게 할 때가 없었던가. 나에게도 누구하나 사과하지 않았고 그냥 흘려버렸다. 그렇게 기억에서 흘려버리는 게 나에게 스트레스를 덜주는 유리한 방식이라는 걸 배운 것 같다. 그럼 내가 실수 한 것, 다른 사람이 나에게 실수 한 것(과연 실수인가!) 퉁 칠수 있나.  

대화에서 기본적인 매너는 당연히 지키고 대화하는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그리고 심지어  유쾌하기 까지 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은 엄청난 능력이 되어버린 것 같다. ' 설마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나'라고 착각에 빠질 때가 있는데 아마 아닐 것이다. 그냥 나는 조심스런 쭈글이일 뿐.

정치적 올바름도 고려해야하고 개인사도 고려해야하고 예의도 지켜야하고 옆테이블에 있는 사람도 고려해야하니 종종 대화가 정말 피곤하게 느껴진다.

과연 모두가 유쾌한 대화가 애초에 가능하기나 한건지.  배려없는 화법에 매일 매일 뜨악거리는게 현실이라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나 또한 어떤 사람에게 불쾌감을 줬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그냥 묵언수행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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