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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nji 린지 Jul 13. 2018

도토리가 없는 떡갈나무②

아직 열매를 맺지 못한 당신에게 들려주는 동화소설


도토리가 없는 떡갈나무②




“얘, 어린 떡갈나무야.”


그때, 어떤 소리가 들리는 곳은 쪽은 어린 떡갈나무의 밑동 쪽이었다.

줄무늬가 또렷한 어린 다람쥐 한 마리였다. 어린 떡갈나무는 자신의 상상을 들킨 것 같아 깜짝 놀랐지만, 태연한 척 다람쥐를 바라보았다. 


“너도 나에게 줄 도토리가 있으면 가지를 털어 몇 개 떨어뜨려 주지 그러니? 내가 직접 올라가서 따올 수도 있지만, 난 청설모처럼 욕심을 부리는 편이 아니라서 그래.”


어린 다람쥐는 짧은 앞발로 자신의 귀와 이마 그리고 코끝까지 정돈하며 새침하게 말했다. 


“너에게 줄 도토리는 없어.”


어린 떡갈나무는 조용히 대꾸했다. 그 말을 들은 어린 다람쥐는 얼굴 손질하는 것을 멈추고서는 고개를 들어 자신보다 몇 십 배나 큰 어린 떡갈나무를 쳐다봤다. 


“너야말로 정말 욕심쟁이구나.”


“나에게 도토리를 기대하지 마. 게다가 넌 어제 고목들이 떨어뜨린 도토리를 잔뜩 주워갔잖아. 내가 다 봤어!” 


어린 다람쥐는 깜짝 놀라며 허리를 쭉 펴고 뒷다리로 일어섰다. 


“그, 그건 내가 아니라 내 언니였을 거야! 우린 겨우 내내 잠을 자야 한다고! 그러니 많은 도토리를 비축해 놓는 건 당연해! 너같이 어린 떡갈나무는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우린 아주 추운 겨울 동안 꼼짝 않고 잠을 자야 해!”


“그럼 계속 잠이나 잘 것이지 도토리는 뭣 하러 모아 놓는 담.”


어린 떡갈나무는 또 툴툴거리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 말에 어린 다람쥐는 기분이 상해 어린 떡갈나무의 밑동을 갉아 놓을 생각으로 튼튼한 앞니로 쌓인 나뭇잎 사이를 헤집기 시작했다.   


그때, 어디선가 재빠르게 한 마리의 어른 다람쥐가 다가오더니 어린 다람쥐가 하려는 행동을 제지했다. 

그리고서 그 작은 입으로 소곤소곤 거렸다.

어린 다람쥐는 깜짝 놀라더니 아까처럼 뒷다리로 일어서서 어린 떡갈나무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선 잽싸게 어린 떡갈나무를 타고 올라가더니 나뭇가지와 잎사귀 사이사이를 뒤지기 시작했다. 


“우와! 정말 없네? 얘는 도토리가 정말 없나 봐!”


어린 다람쥐는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아래를 내려다보며 어른 다람쥐에게 재밌다는 듯 소리쳤다. 


“도토리가 없는 떡갈나무라니!”


어른 다람쥐는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여기 도토리가 없는 떡갈나무가 있다! 도토리가 없는 떡갈나무다!”


어린 다람쥐는 후다닥 땅으로 내려와 깔깔거리며 밤나무들이 사는 쪽으로 사라졌다. 


어린 떡갈나무는 어찌나 민망하고 화가 났던지 바람이 잠시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잔가지들에 붙어 있는 나뭇잎이 파르르 떨렸다. 아래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어른 다람쥐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미안해.”


“필요 없어.”


어린 떡갈나무는 애써 화를 참았다. 어른 다람쥐는 안절부절못하며 몇 마디를 더 건네려다가 그냥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그 작은 소동에 밤나무들이 잠에서 깼다. 어린 밤나무는 조용히 어린 떡갈나무를 바라보았다. 시선을 느낀 어린 떡갈나무는 뿌리 끝부터 하늘에 닿아있는 작은 나뭇가지까지 뜨겁게 타오르는 기분이었다.

이런 말은 정말 나쁜 말이지만, 당장 재로 변해 사라지고 싶었다. 









[3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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