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집에서 기르던 개 이름은 '도그'였다.
다른 집 개 이름이 성의없는 누렁이, 검둥이, 흰둥이이거나, 메리나 해피처럼 간지러운 것들일 때 '도그'는 얼마나 세련된 이름인가.
그나마 이름 없는 아이들도 많았다.
이름없는 아이들을 부를땐 그저 '워리' 하면 됐다.
나는 아이들이 있을 때 더 큰 소리로 '도~그'를 부르며 이름을 자랑스러워했다.
'도그'라는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세월이 흐르고 '도그'가 훗날 Dog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허망했는지 모른다.
개 이름이 '개'였던 거니까.
열 살 무렵, 그 나이 때는 그런 사소한 것에도 예민했다.
우리집 도그는 묶어서 기르지 않았다.
타로처럼 애완이니 반려견이라기보다는 마루 밑의 흰둥이 정도였다.
식구들이 먹다 남은 밥을 먹고 낯선 사람이 오면 왈왈 짖어서 식구들에게 알리는
정도면 도그의 임무로 됐다.
한밤에 누구네 집 개가 짖기 시작하면
우리 '도그'도 어두운 하늘을 향해 왈왈 짖어댔다.
이윽고 동네 개들 죄다 왈왈왈 짖어 밤공기가 수상해지면 한집 두집 불을 켜는 집들이 늘었다.
그런 날 아버지도 마루에는 전등을 켜고, 후래쉬를 들고 집을 한바퀴 돌아보셨는데
나는 눈은 감은채 귀만 열어 밖에서 나는 소리에 신경을 모았다.
엄마는 잠자리를 돌아 누우며 '누구네 집에 손님이 들었나보다'고 혼잣말처럼 했다. 엄마의 잠결인양 한 그 말은 그냥 도둑이 아니라 도둑 보다 무서운 무엇을 상상하게 했다.
도그가 우리 집에서 얼마나 살았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어느날 사라졌는데
엄마는 개장수가 몰래 끌어 갔을 거라고도 하고
아버지는 녀석이 암내가 나서 제발로 집을 나갔다고도 했다.
암내는 발정이 나서 수컷을 유혹하는 냄새를 말한다.
우리 어린 자매들은 괜히 쑥스러워하며 깔깔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