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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성 Oct 11. 2023

오감 속에서 인도 골목을 돌아보다.

12월 26일 철수네 카페

12월 26일 14시 20분 철수 카페


하루가 길다. 아직 2시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의 미세먼지는 거의 최고치를 찍은 것 같다. 아침에 추워서 7시에 일어났다. 일어나서 한 시간 반 정도 뭉그적거리며 시간을 때우다가 휴대폰을 봤다. 9시 정도 되니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침대에서 나와서 짜이 한 잔 마시기 위해 옥탑으로 갔는데 조식을 주고 있었다. 빵과 계란, 짜이로 한국에서 먹는 아침과 거의 비슷했다. 계란 프라이가 조금 짠 것 말고는 먹을만했다. 신기하게 계란이 흰색이다. 


오늘은 진짜 갠지스강을 만나는 날이다. 인생에 대해 목욕재계가 필요한 시기이긴 한데, 들어가는 건 무섭다. 어제 들린 갠지스강은 잠시 스쳐 지나간 인연 같은 거고, 오늘 제대로 보려고 한다. 친구보다 먼저 준비 마치고 기다리는 동안 옥탑에 다시 올라가 기다렸다. 그런데 아침 먹을 때 본 영국인 친구 한 명이 담배 한 대만 달라고 해서 줬다. 학연, 지연, 흡연은 전 세계 공통인가 보다.


이야기해 보니 베이징에서 영어 선생으로 일했고 우리랑 일정도 거의 비슷한 친구였다. 우리는 여기서 이제 아그라로 내일모레 떠나는데 이 친구는 내일 아그라 갔다가 우리의 그다음 목적지인 자이푸르로 간다고 한다. 다시 만날 수도 있겠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다시 우연한 인연을 약속하지만 기대하지 않고. 게스트하우스만의 묘미다.

한동안 이야기 나누다가 내려와서 밖으로 나갔다. 나가면서 휴대폰 유심 어디서 사는지 물어보고 가서 사려는데 충전만 되고 구매는 안 되는 곳이었다. 어쩔 수 없이 우선 철수 카페로 출발했다. 철수 카페는 바라나시에 오는 한국인들의 성지다. 유창한 한국어로 인도의 문화와 바라나시의 역사를 말해주는 보트 투어와 김밥천국만큼 다양한 한식이 준비되어 있고, 한국인들의 오프라인 커뮤니티가 되어주는 이곳. 한비야가 철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소문이 있는 철수 씨의 식당은 한국인 바라나시 여행객들이 모이는 곳이다.


골목 사이에 있어 찾기 힘들긴 한 곳이다. 갠지스 강을 따라가다가 골목으로 다시 들어가면 좋다는 말을 듣고 우선 강가로 갔다. 그런데, 어젯밤과 다르게 가트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16시 05분 이름 모를 카페


오늘이 무슨 날인 것 같다. 아까 가트에도 사람이 많더니 시내에도 많다. 어디에나 사람들이 엄청나게 빠글거린다. 인도 인구가 많다 많다 소문만 들었지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갠지스 강에 도착한 우리가 가장 먼저 놀랐던 것은 이 추운 날 수많은 사람들이 강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모습이었다. 어제는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옷을 입고 수영하고 입수하고 종교의식을 하고 있었다. 여자, 남자, 노인, 어린이 모두 물에 들어갔다 나오고,  향로처럼 생긴 곳에 물을 담아 나온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맞이하는 상인들까지. 온갖 사람들이 가득했다.


우선 아침을 먹을 겸 철수네 카페로 갔다.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신기하다. 한식당이니 더 받아도 될 거 같은데 이 정도면 외국에서 먹는 한식 치고 적당히 저렴했다. 김치찌개, 라면을 시켰는데 각각 4천 원 정도 했다. 오이무침이 밑반찬으로 나오는데 의외로 한국에서 공수해왔나 싶은 맛이었다. 맛있었다. 밥도 안남미를 일부러 한국식으로 조금 질게 요리해서 맛있었다. 옆에 혼자 여행 온 한국분이 있길래 라면 한 입 먹으라고 준 다음 이야기하며 놀았다. 이 분도 혼자 온 분이었다.


밥 먹는데 드디어 말로만 듣던 철수 씨가 왔다. 보트에 대해 물어보고 유심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한국어도 잘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보트는 저녁에 타는 거니 예약을 걸어두었고, 유심은 말해준 곳으로 사러 가는데 내가 찾는 2주 플랜이 없어서 그냥 사지 않았다. 데이터 없이 살다 보니 이제 큰 무리 없어 보인다. 그래서 그냥 내일까지 못 구하면 없이 디지털 디톡스나 해볼까 생각 든다.


20시 54분 게스트하우스


하루종일 놀다 이제 들어왔다. 데이터를 구하지 못한 우리는 다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걷기 시작했다. 무작정 가트 뒷골목을 걸어 다녔다. 이곳은 좌우만 살펴도 안되고, 위아래만 살펴도 안된다. 모든 골목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눈을 사방으로 굴려야 한다. 아래로는 더러운 것을 피하고, 위로는 원숭이와 전선을 피하고 좌우 사방으로는 오가는 사람들과 오토바이를 피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을 경계하며 동시에 오감으로 거리를 즐긴다. 



거리의 한 짜이 집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기고 나서 커피의 씁쓸하지만 시큼한 시나몬 향 비슷한 맛을 느끼고 발바닥으로 아스팔트가 아닌 울퉁불퉁한 흙바닥을 즐긴다. 그리고 온 거리에 가득한 화려한 색색의 거리를 바라보며 사람 사는 소리, 경적 소리, 다양한 소리를 들으며 함께 거리 음식의 냄새를 즐긴다. 오감을 정점으로 사용하는 골목이다. 다양한 크기의 힌두 사원들, 다양한 상점들, 먹거리, 소, 개 모두 한 곳에 섞여 있다. 그 와중에 화장실은 10루피 통일된 가격 정확하다. 


한 참을 걸어가다 가트 쪽으로 다시 내려왔다. 골목에서 한 시간 정도 헤맨 듯했는데 고작 30분 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가트 밖 갠지스 강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아시 가트라는 곳까지 가니 사람들이 다시 많아졌다. 크리켓을 하는 어린아이들 보면서 구경하다가 드디어 이곳에서 피리로 코브라 부르는 사람을 만났다. 신기해서 쳐다보다가 10루피 주는데 50루피라고 내놓으라고 역정을 낸다. 주변에 같이 있던 인도인들이 대신 화를 내주고 돈 안 줘도 된다고 해서 도망칠 수 있었다. 


가트 밖은 그냥 빈촌이었는데 고급 식당이 함께 있는 묘한 동네였다. 그중 하나의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실내는 없고 강이 보이는 멋진 뷰를 가진 카페였다. 우리가 골목에서 마신 커피와 짜이가 합쳐서 50루피였는데 여기서는 같은 음료가 300루피였다. 확실히 이곳에 차 마시러 오는 사람들의 옷차림부터가 다르다. 와이파이 잡고 조금 쉬는데 날이 추워서 그냥 철수네 카페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그런데 친구 인스타가 해킹을 당했다. 인도에서 찍은 사진들이 다 날아가고 이상한 힌디어만 적혀 있는 사진들이 올라와 있었다. 어제는 사기당하고, 오늘은 해킹당하고. 다사다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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