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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Oct 04. 2021

미국에서 아이 어린이집 보내기

미국에 가면 얼마간 애를 데리고 있다 바로 어린이집을 보낼 생각이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미리 조사를 했다. 


엑셀 시트에다 가격, 위치, 점심 제공 유무, 종일반 유무, 기타 프로그램(수영 등) 제공 유무 등을 쫙 정리하고 구글 리뷰를 비롯해서 각종 사이트의 별점 등을 꼼꼼히 파악하고 한 곳을 선정했다. 여기서 알게 된 몇 분도 그곳에 보낸다고 해서 안심하고 투어를 했는데 이게 웬걸.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potty training, 즉 배변훈련!


한국에서야 때가 되면 자연스레 하는 통과의례 같은 것으로 여겨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여기서는 배변훈련이 굉장한 단계다. IKEA에 가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은 배변 훈련된 아이들만, 아파트 수영장도 배변 훈련된 아이들만 갈 수 있다. 어린이집 따라서는 같은 연령대의 반이라도 배변훈련 여부에 따라 비용이 다르기도 하다. 우리가 보내기로 한 어린이집도 배변훈련 안 된 아이들은 웨이팅 리스트가 길고 배변 훈련된 아이만 바로 보낼 수가 있단다. 


며칠 동안 아이를 꼬셔도 보고 했지만 오히려 더 안 돼서 포기하고 다른 어린이집들을 알아보기 시작하곤 바로 보낼 수 있는 곳에 등록을 했다. (가격이고 위치고, 점심 제공이고 그냥 보낼 수 있는 곳으로다가....)


그리고 대망의 첫날! 주말 동안 부랴부랴 간단한 인사말을 한국어 영어 번역 버전 노래로 만들어서 불러주기도 하고 어린이집에 가면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 수 있다고 하며 여러 번 잘 일러두었다. 


그리고 첫날 아침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헤어지려는 순간, "으앙~~~~" 애는 애다. 


우는 아이를 뒤로 하고 나와서 남편은 학교에 데려다주고 어린이집 건물 내 카페에서 일을 하다 다시 아이를 픽업하러 갔다. 많이 울었는지 기운도 없고 눈도 퉁퉁 부은 딸이 선생님 품에 안겨있다가 나를 보자 다시 대성통곡을 하며 내게 안겨온다. 그나마 다른 반 선생님 중에 간단한 한국말을 하는 선생님이 계셔서 그분에게 우리 반 선생님들이 "괜찮아"를 배워서 딸에게 여러 번 말해주었다고 한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 "엄마 보고 싶어서 슬펐어" 식당에서 둘이 밥 먹다가, "선생님이 콧물 닦아줬어. 괜찮아 괜찮아했어. 선생님이 안아줬어. 선생님이 토닥토닥해줬어" 하루 동안 어린 마음속에 엄마를 보고 싶은 슬픈 감정이 북받쳤다가, 그래도 달래주는 선생님이 고마웠다가, 여러 감정과 생각이 일렁거렸나 보다. 


"엄마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우리 아가는 어쩌면 이렇게 예쁠까?" 평소보다 더 많이 사랑의 말을 속삭여주고, 딸을 틈날 때마다 꼭 안아주고, 뽀뽀해주며 함께 맛있는 밥을 먹고 카페에서 데이트를 하고 식물원에 가서 재미있게 놀았다. 


그리고 오늘 저녁 둘이 같이 빨래 정리하다가, 딸이 문득 말한다. "엄마 나 내일은 안 울 거야"


딸이 그새 요만큼 더 자란 것만 같다. 내 사랑 내 우주.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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