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일 또 만나 독립영화-
"인생은 가장자리에서 살아야 한다."
"사랑을 구걸하는 것 그것만큼 시간 낭비도 없거든. 니는 나중에 그카지 마라"
"사랑하는 나의 자식들아 너그들은 용기 있게 살아라."
엄마가 동준에게 말하는 말이 꼭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 독립영화!
독립영화 중 손에 꼽힌다. 감히 최고라 말하고 싶다.
1995년 가을 대구
사유를 즐기는 고등학생 동준. 그를 위로하고 곁에 있어 주는 같은 학교 선배인 강현.
동준은 강현의 모든 것들을 동경한다. 책, 음악, 심지어 행동까지.
강현이 항상 높은 곳을 오르면서 걷는 것을 즐기는 것까지 동경하는 동준.
강현이 어느 날 묻는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동준은 지금 내가 너무너무 지긋지긋하게 싫어서 다른 내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지구 과학 시간에 평행우주라는 것을 배웠는데, 다른 우주에는 지금 자신처럼 살고 있지 않은 다른 동준이 살고 있을 거라고 그렇게 살고 싶다고
나 또한 지금의 삶이 지긋지긋하게 싫어서 다르게 살아 보고 싶은 욕구가 많은 사람이다. 늘 바삐 움직이며 사는 데도 하루하루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 자리인 듯 같고 남들은 매일 성장하는 것 같은데 나는 매일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현실이 동감이 되었다.
그때 강현이 묻는다.
"만일 다른 우주에 있는 네가 지금에 너보다 더 지긋지긋하다면 어쩔 거냐고"?
이 질문에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지금의 삶도 지긋하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평행우주에서는 나보다 더 못난 내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현실적으로 암담하게 느껴지고 지금 나의 모습이 위안이 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현실.
이 영화는 세 번의 평행우주가 그려진다.
2020년 가을 동준에 세 번의 생이 비추어진다.
세 번의 어떤 삶을 살았든 동준은 결국 강현을 향한 미안함과 자책감으로 평생 강현을 그리워하면서 그날에 경찰차를 멈추지 못했던 강현을 외면했던 자신을 원망 자책하며 그리워한다.
결국 수많은 우주 속에서 단 한 사람만이 나를 알아가고 너를 알아갈 수 있다.
온전히 자신을 내어 주고 사랑해 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어쩜 삶에 전부일지도 모른다.
지금 나의 삶에도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해 주는 나의 해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가족이다.
가족이란 때론 지긋하고, 남보다 못한 존재 같기도 하고 애증이란 표현이 뒤섞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들. 미워하고 싶지만 결국 미워할 수 없는 존재.
나 또한 가족의 일원으로 다른 가족들에게 이런 존재일 수 있다. 나는 욕할 수 있어도 세상 사람들이 욕하며 참을 수 없고, 나는 돌을 던질 수 있어도 세상 사람들, 돌은 못 참는 아이러니함이 가족이다.
그나마 세 번의 삶 안에서도 동준을 사랑해 주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어서 위안이 되었다. 가족이란 이런 것이구나 느낀 영화이다.
두 번의 인생 차에 경찰차를 세우지 못한 채 그저 쳐다보고 망설이기만 했던 동준은 세 번의 평행우주 인생 차에서 경찰차를 멈춘다.
"형 같이 가자. 나도 같이 가자"
"내일 또 만나자는" 강연의 마지막 대화로 두 사람은 20년 만에 재회하게 된다.
강현의 마지막 대사
"어제 본 것 같다."
이 영화는 만일이라는 단어로 시작되는 영화다.
만일 이란 단어가 이렇게 슬프고 먹먹할 줄이야.
세상 가장 슬픈 단어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되는 단어 만일!
아슬아슬한 서커스 공중 줄타기 사진을 보면서 이런 줄타기 삶에도 내면의 중심을 잘 잡고 한발 한발 걷다 보면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어 있지 않을지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
수많은 인생에 걸림돌에서도 나를 찾아가고 중심을 잡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과거의 죄책감과 후회 시간에 외면이 아닌 조금 더 용기를 내어서 형을 붙잡았던 세 번의 평행우주 인생 동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는 어쩜 인생에서 수많은 줄타기를 하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우정이란 줄타기!
사랑이란 줄타기!
관계라는 줄타기!
삶에서 중심이란 단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내면의 중심을 잡고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일인지 이 영화가 말해 주고 있다.
수많은 상업 영화 보다 이 짧은 한 편의 독립영화가 나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울림을 준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의 인생에도 중심을 잘 잡고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기를 그 곁에 따뜻한 손길을 마주하는 단 한 사람이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