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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un 19. 2020

이것 좀 해주세요

건의하는 글쓰기

이해하면서 읽고, 개념을 정의하는 습관은 올바른 공부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이다. 이 두 가지를 실천하지 않으면 무엇을 공부하든 부분적인 지식밖에 얻지 못한다.
 『공부책』, 조지 스웨인, 유유, 70쪽,      



좋은 방향으로 해주세요    

 

이것 좀 해주세요 저것 좀 이렇게 해주세요 등 등 어떤 일을 더 나은 쪽으로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의견을 글로 써내는 것을 초등학교에서는 ‘제안하는 글’이라고 한다. 중학교에서는 ‘건의문’이라고 부른다.    

   

중학교 교과서에는 건의문의 개념을 “개인이나 단체가 어떤 문제에 대해 개선할 점이나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제안하는 글이든 건의하는 글이든 문제가 되는 상황에 대해 더 좋은 쪽으로 해결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건의문을 쓸 때는 문제 상황을 보고 누구에게 제안하려는 지 그 까닭에 대해 적는다. ‘누구’라고  정해진 독자가 있으면 그 ‘건의 대상’에게 쓴다. 글을 쓸 때는 문제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를 한다. 인식한 것을 토대로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제안하는 글이나 건의문이나 모두 독자를 설득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아니면 적어도 요구를 수용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의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설득해야 하므로  ‘건의 대상’인 독자에 맞는 격식과 예의를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모든 글에 짜임이 있듯이 건의문도 처음-중간-끝의 형식을 갖는다.   

처음 부분에는 건의 대상에 대해 언급하고 첫인사와 자기소개를 한다. 중간 부분에는 건의하고자 하는 문제 상황을 제시한다. 아울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 방안이나 근거, 기대 효과를 제시한다.

끝 부분에는 건의한 내용을 요약하고 건의한 내용이 수용되기를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끝인사와 날짜를 쓰고, 서명을 한다.      


아이들에게 제안하는 글이나 건의문을 작성할 때는 교과서에서 건의문 쓰기를 배운 대로, 그 형식에 따라 진행을 한다. 특히 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해 한글 지문이 익숙지 않은 친구나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미흡한 친구들에게 활동지를 만들어 그 순서에 맞춰 채워놓게 한다. 그렇게 하고 글을 쓰게 하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쉬운 대로 학교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글을 써낸다.   

   

다음은 외국에서 3년 넘게 살다 온 호영이의 수업 사례이다. 중앙일보의 칼럼 “[분수대] 싸이월드”를 갖고 진행을 했다. 늘 하던 대로 칼럼을 고른 다음에는 훑어보기를 빠르게 하고 -적극적으로 읽고- 단락별 소주제문을 찾고- 마인드맵을 한다. 핵심어와 중심 문장을 쓰고 토론을 한 후 ‘내 생각’을 쓰게 했다.  

   

  

출처: 네이버 이미지


[읽기 자료: 중앙일보] [분수대] 싸이월드/ 2020.06.18

https://news.joins.com/article/23804253     


싸이월드

 ‘싸이질’이란 말이 있었다. ‘싸이월드를 이용한다’는 뜻이다. 2000년대 중반, 당시 20대는 싸이질에 빠졌다. 전성기 가입자 수가 2700만 명에 달했다.

 1999년 시작된 싸이월드가 인기를 끈 건 2003년쯤부터다. 똑딱이(컴팩트) 디지털카메라, 휴대폰 카메라의 보급과 맞아떨어졌다. 자신의 사진과 콘텐츠를 쉽게 꾸미고 자랑할 수 있는 서비스에 젊은 층이 열광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방문자 수는 인기의 척도였다. 미니홈피 꾸미기에 이용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1개에 100원인 사이버머니 ‘도토리’를 충전해 아이템을 구입했다. 배경음악 하나에 도토리 5개, 글씨체 10개, 홈피 스킨은 20~50개였다. 도토리 하루 매출이 3억 원. 광고가 아닌 디지털 아이템 판매로 수익구조를 차별화한 사례였다.

싸이월드에선 이름과 생일 같은 기본 정보만 알면 그 사람의 미니홈피를 찾을 수 있었다. 일촌의 일촌을 타고 미니홈피를 탐색하는 ‘일촌 파도타기’ 재미도 쏠쏠했다.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기자들이 가장 먼저 뒤진 것도 미니홈피 속 흔적이었다.

 그리고 2009년 아이폰이 등장했다. PC에서 모바일로 디지털 환경이 급속히 변했지만 싸이월드는 따라가질 못했다. 핵심 서비스 미니홈피가 웹 기반이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과거가 혁신을 막은 셈이다. 싸이월드가 스마트폰에 맞춘 새로운 ‘모바일앱’을 내놓은 건 2012년. 이미 이용자들이 페이스북, 트위터로 떠나간 뒤였다.

2016년 싸이월드가 부활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모집했던 것을 기억한다. 혹시나 하는 기대에 소액이나마 투자를 신청해봤다. 하지만 결과는 목표금액(5억 원)의 12%만 채우면서 투자자 모집 실패. 흘러간 추억은 추억일 뿐. 트렌드는 흘러가도록 내버려 둬야 하는 법이었다.

 최근 국세청이 싸이월드 사업자 등록을 말소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폐업 신청은 안 했지만 사실상 폐업 직전이다.  ‘내 데이터 돌려내라’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제 떠나보낼 때가 됐다고 여긴다. 동시에 깨달았다. 아날로그 자산은 먼지가 쌓이고 색이 바래더라도 남아 있지만, 디지털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더라. 디지털 세상에선 언제든 다 버리고 떠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 한애란 기자(금융팀장)        


칼럼을 읽으면서 간단하게 만든 <건의문 활동지>에 내용을 채우게 한다.



글을 읽는 영화를 보든 어떤 것을 체험하든 간에 읽고 보고 해 봤으면 ‘나만의 질문’이 생겨나야 한다. 질문이 생겼으면 그것에 대해 어떤 입장이나 태도를 취할 것인가를 결정하도록 아이들에게 지도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의 생각에 휘둘리지 않는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칼럼 <싸이월드>를 읽고 난 후에 호영이가 든 생각은 싸이월드가 폐업을 하든 말든 내 데이터는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빨간펜과 초록 펜을 준비해 주장과 근거를 찾는 것부터 했다. 

단락마다 빨간색 밑줄은 소주제문이고 초록색 밑줄은 소주제문에 대한 근거이다. 이것을 찾고 구분해 밑줄을 그었다. 


핵심어로 ‘싸이월드’를 썼고 칼럼의 중심 생각으로 “싸이월드 사용자 등록 말소 소식을 보며 디지털 세상에서는 언젠가 버리고 떠날 준비를 해야 된다”라는 문장을 썼다.     

 


내 생각을 세련되지는 않아도 진솔하게 표현했다. “데이터는 돌려줘야 한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이 힘들게 만든 계정이 다 없어지면 그 사람은 억울할 것이고 자신의 추억도 다 날아갈 것이다. 그런데 싸이월드 사업자 등록이 말소돼 폐업을 하게 된다면 나의 데이터도 없어져 버리는 데 그것을 돌려주지 않는 것은 너무 심하다. 또 자신이 좋아했던 앱과 즐겨하고 자랑하고 싶었던 사진들도 다 없어지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폐업하더라도 그 대가로 데이터를 돌려줘야 한다. 백업해서 보관할 수 있도록 장치를 해 줘야 한다."고 썼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은 아니어도 자신의 생각을 말로 글로 풀어내는 일은 중요하다. 이렇게 작은 발걸음이라도 떼다 보면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호흡이 긴 글, 생각이 제대로 정제된 글을 쓰게 될 날이 곧 오게 된다.       

글을 이해하면서 찬찬히 읽고, 개념을 정확하게 정의하는 습관을 갖다 보면 올바른 공부법이, 제대로 읽는 법이 몸에 붙어 완전한 공부 완벽한 읽기가 가능해진다. 기본기를 탄탄하게 하는 읽기가 풍성해지면 쓰기는 좋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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