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4년 살다 온 성우는 한국어보다 영어가 익숙한 친구이다. 아이들끼리 말싸움하다가 번번이 눈물 바람을 한바탕 치르고야 끝이 난다.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나는데 한국말이 입에서 빨리빨리 안 나와서 늘 놀림을 받는다.
오늘도 남 놀리기 좋아하는 민재랑 한판 붙었다. 그것도 게임 때문에. 쉬는 시간에 성우 스마트폰 가지고 게임을 하는 데 민재가 오늘도 또 빌려달라고 했다. 친구들은 다 폰이 있는데 민재 어머니는 당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어서 중3 때까지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해 안타깝게도 개구쟁이 민재만 폰이 없다.
민재는 나서기를 좋아해서 발표할 때도 혼자서 리사이틀을 하려고 한다. 토론에는 토론 환경의 공정정 못지않게 토론 기회도 공평해야 하니까 다른 친구 발표하게 기다려 달라고 민재를 말리고 있는 처지다. 자기 폰이 없어도 민재는 먼저 나서서 뭔가를 빌려달라기를 잘한다. 그런데 오늘 폰 때문에 사달이 났다.
성우는 하루 한 시간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성우 어머니께서 스크린 타임을 걸어놨다. 게임이라는 것이 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려 아이들한테는 늘 시간이 모자란다. 자기 할 게임시간도 부족한데도 성우는 친구들이 하고 싶다고 하면 5분 정도는 하게 해 준다. 쉬는 시간이 되자 오늘도 영락없이 민재는 성우 옆에 찰싹 붙었다. 민재가 5분도 아니고 10분만 게임하게 해달라고 하니 오늘따라 성우가 1분도 안 된다고, 나도 ‘카트’ 할 시간이 모자란다고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다. 아이들이 주로 하는 게임은 ‘카트 라이더’인데 보통 ‘카트’라고 줄여서 말한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출처: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806915
빈정이 상한 민재는 성우에게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병신이라고 약을 올리기 시작했다. 또 설명하나 똑바르게 못한다고, 맨날 말할 때마다 엄~ 엄~ 거리면서 엄마만 찾는 마마보이라고 강도를 높여서 골려주고 있었다. 화가 난 성우가 재빨리 대응을 하고 싶은데 민재한테 대적할 말이 떠오르지 않나 보다. 성우는 민재를 향해 “너는~ 음, 엄, 음, 엄” 하더니 “너도 병신이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에 질세라 민재가 때를 놓치지 않고 “야, 병신이란 뜻을 말해봐. 너 뜻도 모르고 하는 말이지?” 하니 성우가 “엄~ 엄~ 음~ ” 하더니 Fuck you! 를 날렸다.
지켜만 보고 있다가 소리를 빽 지르고 교과서를 펼치게 했다. <관계는 첫인상부터 시작된다>라는 설명문을 갖고 글을 분석한 다음 신문에서 기사를 갖고 설명문을 쓰게 했다.
일단 설명은 교과서랑 자습서에 나와 있는 기본대로 했다.
처음 부분에는 설명하려는 대상을 소개하고, 설명의 동기나 이유 목적 등을 제시한다. 설명 대상과 관계되는 사항 등을 먼저 말해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본격적인 설명을 준비한다.
중간 부분에는 소개한 대상에 대해 구체적이고 자세한 설명을 하도록 한다. 다양한 전개 방법을 사용해 체계적으로 전개하는 파트이다. 학교에서는 수행평가로 ‘정의, 예시, 비교, 대조, 분류, 구분, 인과, 분석’과 설명 방법을 알려주고 이와 같은 방법을 이용해 한 편의 설명문을 쓰게 한다.
끝 부분에는 본문에 해당되는 중간 부분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고 마무리를 한다. 설명의 의의나 전망이나 당부와 같은 제언을 쓴다. 간혹 전문가로서의 견해를 덧붙이기도 한다.
칠판에 표를 그려서 설명을 했더니 본문이 뭐냐고 질문을 해 글의 뼈대가 되는 중간 부분이라고 설명을 해도 못 알아들었다. 이해를 시키려고 하면 할수록 어려워했다. 급한 김에 ‘body’야 했더니 그제서야 이해를 했다.
(아이고, 이제 국어 선생도 간단한 영어가 필요한 세상입니다.ㅠ)
성우가 게임과 관련된 기사를 가위로 잘라냈다. 기사에 대한 정확한 독해가 필요해서 글의 구조에 맞게 구조도를 그린 다음 내용을 채우게 했다.
관련기사- [중앙일보-2020.06.22] 모바일 게임 죽쑤던 넥슨, 12개 접더니 드디어 눈 떴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806915
설명문을 쓰기 위해 어떻게 무엇을 쓸 건지 말해 보게 했다.
교사: 뭐 설명할 건데
성우: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요
그러면 카트라이더가 설명할 대상이네. 그거 설명하고 ‘카트’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건데? 했더니 꼼꼼하게 표에 써넣었다.
그것을 토대로 850자 가까이 되는 한 편의 설명문을 순식간에 써냈다.
모바일 게임에서 죽 쑤던 넥슨이 눈을 떴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로 성공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란 자신이 있는 카트 가지고 랭킹전, 무한 부스터, 아이템전 등 여러 가지의 레이싱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이런 레이싱들도 결승선에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이기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게임에는 모바일로도 할 수 있고 컴퓨터로도 할 수 있는 게임인데 드리프트, 투 드립 등 여러 가지의 기술들이 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여러 가지 카트와 재미있는 맵들이 매력적이다. 카트라이더를 만든 게임회사 넥슨도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모바일 게임 순위 1위로 오른 성공적인 게임을 만들었다. 글로벌누적 이용자가 1250만 명의 사용자가 즐기게 됐다.
넥슨은 수년간 모바일 게임을 출시했지만 실패를 했다. 지난해에는 야생의 땅은 개발 기간이 6년이 걸렸고 200억 원 이상이 들어간 대작이었지만 서비스 기간 2년도 채우지 못했다. 올해는 삼국지조조선 온라인 게임 등 여러 모바일 게임을 만들었지만 7개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가 유행하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말 출시한 V4를 기점으로 서비스 초기 흥행에 잇따라 성공한 넥슨의 모바일 문법 학습 효과다. 몇 시간씩 집중하는 온라인 PC 게임과 이용자층이 다른 차이를 체득했기 때문이다. 유행하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구난방식 개발에서 벗어나 신규 개발 방식의 단순화에 있다. 을 단순화한 게임들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같이 넥슨의 성공 이유는 모바일 문법에 맞게 짬짬이 간단한 터치로 즐기도록 한 것과 개발 방식의 단순화에 있다. 죽을 쑤던 넥슨은 게임 12개를 접더니 드디어 눈을 뜨게 되었고 여러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세련되고 완벽한 설명문은 아니어도 성우는 나름대로 호흡이 긴 한 편의 설명문을 써냈다. 자기가 생각해도 자기 자신이 뿌듯했던지 수업한 거 사진 찍어서 엄마에게 보여드리면 안 되겠냐고 했다. 당연히 스캔 떠서 어머니께 보내드릴 거야 했더니 흡족해하면서 돌아갔다.
글이라는 것은 잘 못써도 일단 써야 글이 는다. 글을 꾸준히 써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