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띄어쓰기>
“프랑스처럼은 아니어도 간판에는 외국어 옆에 한글을 써놓도록 법으로 정해야 될 것 같아요.” 자신 없는 태도로 말을 했다. 틀린 답을 말할까 봐 고심하는 듯했다.
[우리말 바루기] ‘지구상’의 띄어쓰기
[중앙일보] 2020.06.08 00:04 | 경제 4면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미국 정보기술 업계도 나섰다. 백인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숨진 플로이드를 기리며 그 어떤 곳에서도 인종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늘날 ‘그 어떤 곳’은 더 이상 오프라인 공간만을 말하지 않는다. 인터넷 등 온라인 공간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추상적인 공간에서의 한 위치를 이를 때 ‘상’이란 말이 뒤따른다. “소셜미디어상에선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해시태그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처럼 표현한다. 이때 ‘상’은 앞말에 붙여야 할까, 띄어야 할까?
띄어야 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소셜미디어상’과 같이 붙이는 게 바르다. 여기서 ‘-상(上)’은 명사가 아니라 접미사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상’ ‘온라인상’도 마찬가지다.
‘-상(上)’이 그것과 관계된 입장 또는 그것에 따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사용될 때도 붙인다. ‘관계상·미관상·외관상·절차상·법률상’처럼 표기한다.
문제는 ‘지구상’이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에 가치를 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가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지지하며 한 이 말에서 ‘지구상’ 역시 붙이면 될까?
원래 “지구 상의 모든 사람”과 같이 띄어야 했다. 지금은 붙이는 것으로 바뀌었다. 국립국어원에서 심의를 거쳐 표준국어대사전 정보를 수정했다. 명사 ‘상(上)’에 포함됐던 뜻풀이를 삭제하고 물체의 위나 위쪽의 의미를 더하는 접미사로 분류했다. “지도상의 한 점” “직선상의 거리” “도로상의 화물”처럼 붙여 쓰게 해 혼란의 소지를 없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