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중학생인 건우는 또래 남학생들처럼 책 읽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꼼꼼한 성격이라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남들보다 시간을 많이 쓴다. 글을 쓰는 것도 느릿느릿 쓴다.
생각이 뚜렷해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창의적인 답변을 곧잘 해 가르치는 사람을 기대하게 만든다. <하늘은 맑건만>은 짧아서 그런지 몇 번씩 읽었다고 했다.
책도 잘 읽었으니까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가동해 볼까나요? 했더니
책만 읽으면 안 돼요?
다른 때는 책도 열심히 안 읽어오잖아.
다음에 꼭 쓸 테니까 오늘은 그냥 넘어가요.
어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네. 고장 난 녹음기도 아니고, 지난 시간에 했던 말을 또 하시네.
녹음기 새 걸로 바꾸시오.
이번 한 번만요.
무슨 소리.책은 읽으라고 있는 거고, 글은 쓰라고 있는 거랍니다. 자, 지금부터 쓰기 실시!
처음 등록하고 글쓰기가 자리잡기 전에는 매번 이런 상황이 되풀이된다. 그런데 습관 잡기가 어렵지 한번 길을 들여놓으면 그냥 쓰는 걸로 알고 쓰게 된다. 책을 읽고 나서는 반드시 어떠한 형태로든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세 줄 감상 평도 괜찮고, 마인드맵으로 정리해도 좋다. 꼭 완벽하게 완성된 글이 아니어도 괜찮다. 완성된 글을 써내느라 부담감을 갖게 되면 글쓰기를 싫어하게 됨은 물론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되면 독서 습관도 안 잡힐뿐더러 책 읽는 거 자체를 아예 안 하려고 해서 오히려 안 하니만 못하다.
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우선 예열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질문 거리를 던져준다.
* 문기는 어떤 아이라고 생각되니?
- 엄마 돌아가시고 작은 아버지 댁에 산다. 잘못 받는 거스름돈이 돈을 받는다. 수만이한테 꼬임을 당할 정도로 유혹에 약하다. 수만이의 협박을 받는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거짓말 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한다.
* 문기가 거짓말을 하게 된 시초는 무엇이지?
-숙모 심부름으로 갔다가 고깃간에서 거스름돈을 잘못 받는다.
* 문기한테 일어난 일을 “일이 일어난 차례대로” 말해볼까?.
-거스름돈을 잘못 받는다. 수만 이한테 말을 하자 수만이는 좋은 일이 있다며 문기를 유혹한다. 공, 만년필, 쌍안경, 만화책도 사고 활동사진 보러도 간다. 중문 안 안반 뒤에 숨겨뒀던 공을 작은 아버지한테 걸린다. 삼촌의 훈계를 듣고 문기는 양심에 찔린다. 공을 강물에 던져 버리고 남은 돈은 고깃집 마당에 던진다. 돈이 남아 있는 줄 알고 수만은 협박을 한다. 숙모의 돈을 훔쳐 수만에게 준다. 도둑질한 것으로 누명을 쓴 점순이는 아랫집에서 쫓겨난다. 학교에서 정직에 대해 수업을 듣던 문기는 뜨끔해한다. 길을 걷다가 자동차에 치게 된다. 병원에서 삼촌에게 그동안의 있었던 일을 다 말한다. 속이 시원해지며 내일의 하늘은 맑아지리라 생각한다.
<의견 나누기>
*문기는 수만이가 시키는 대로 한 거니까 자기 책임은 없는 듯싶었고, 수만이는 수만이대로 돈은 문기가 만든 돈이니까 나중에 무슨 일이 난다 해도 자기 책임은 없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행동을 남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잘못이다. 잘못 받은 거스름돈을 쓰자고 하는 수만이도 나쁘지만, 그것을 허락하는 문기에게도 책임이 있다.
듬성듬성 읽는 아이들은 “일이 일어난 차례대로 말해보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 아이들 보고 줄거리 요약을 해보라고 하면 처음과 중간의 큰 사건 하나 정도 말하고 급하게 결말을 말해버린다. 차례대로 말해보는 것은 고학년이나 중등 정도 돼야 가능하다. 개 중에는 초등학교 4학년만 돼도 잘하는 친구들이 있긴 하다. 그런데 대부분이 초등 고 학년 정도 되어야 빠뜨리지 않고 잘한다.
일이 일어난 차례대로 말해보게 하는 데 흔히 쓰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로 일이 일어난 시간과 장소를 찾아본다.두 번째로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인물이 한 일을것으로 시정리한다. 세 번째는 조금 디테일한간과 장소를 나타내는 말을 써 본다.
이렇게 꼼꼼히 잘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독해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또 모든 학습 능력의 기초가 된다. 게다가 올바른 독해는 이해력을 향상시켜 제대로 된 감상을 할 수 있게 된다. 덤으로 깊이 있는 감상문도 챙길 수 있다.
중1 교과서에 실린 현덕의 <하늘은 맑건만>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작은 아버지 집에 얹혀서 사는 문기는 뜻하지 않게 거스름돈을 잘못 받는다.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것도 많았던 문기는 친구 수만의 꾐에 쉽게 넘어간다. 갑자기 문기한테 공과 쌍원경이 있는 것을 찾아낸 작은 아버지에게서 훈계를 듣는다. 양심에 찔린 문기는 공은 강물에 던져버리고 돈도 고깃집 마당에 던져놓고 온다.
하지만 수만은 문기의 말을 믿지 못한다. 이때부터 문기의 악몽은 시작된다. 수만의 협박으로 숙모의 돈을 훔치고 의심받던 점순은 쫓겨나게 된다. 괴로움에 정신줄을 놓아버린 문기는 자동차에 치이게 된다. 그간의 사정을 삼촌께 고백을 하고 홀가분해진다.
“내일도 해는 뜨고 하늘은 맑아지리라.” 문기는 그 하늘을 떳떳이 마음껏 쳐다볼 수 있을 것이라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구성의 단계별로 설명을 했다. 사건의 실마리에 해당하는 거스름돈을 잘못 받는 것은 문기의 삶을 옥죄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발단, 전개) 수만의 협박으로 뜻하지 않게 점순은 쫓겨나게 된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던 문기는 교통사고를 당하는데, (위기, 절정)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은 받은 것”이라고 말하며 삼촌한테 고백하는 것으로 주제가 구현된다.(결말)
마인드 맵으로 구성의 5단계에 맞춰 정리를 하고 주가지 하나를 뽑아 내 생각을 쓰게 했다.
마인드 맵을 토대로 한 편의 글을 완성했다. 860자 정도의 글을 써냈다.
단계별로 쓸 수 있는 마인드 맵이라는 도구에 맞춰서 쓰다 보니까 그냥저냥 힘 안 들이고 써냈다. 오늘만 글 안 쓰면 안 될까요 할 때와 다르게 글밥이 긴 글을 썼다. 글을 쓰는 동안 몰입이 되다 보니 심리적인 안정감도 가져다준 듯했다.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 마음이 가라앉아서 그랬는지 갈 때는 뭔 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을 안고 돌아갔다.
건우가 한 것을 건우 어머니께 보내드렸더니
"생각을 정리하는 게 글쓰기의 최고 효과인 거 같아요. 일기도 쓰지 않는 아이들한테 너무 보물같은 시간" 이라는 카톡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