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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un 19. 2020

띄어쓰기 고민이 되어요

<‘지구상’의 띄어쓰기>

어휘가 어려워요     


해외에서 4년 살고 온 중1 여학생 현지는 어휘 부분에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절개節槪’와 ‘절개切開’의 차이를 전혀 이해를 못했다. “신념, 신의 따위를 굽히지 아니하고 굳게 지키는 꿋꿋한 태도”를 말하는 ‘절개節槪’의 뜻을 모를뿐더러 “째거나 갈라서 벌림”을 뜻하는 ‘절개切開’ 구분하지 못했다.    

   

현지 어머니께서 처음 상담하실 때부터 현지의 국어 어휘 부분이 약하다고 하시긴 했다. 동음이의어 ‘절개節槪’와 ‘절개切開’를 분간하기 어려워하는 것에 이해가 갔다. 한창 어휘에 물이 오를 초등학교 2학년부터 나가 있다가 6학년에 한국에 왔기에 부족한 것이 당연했다. 한국에만 있었던 아이들도 이 단어는 모르는 아이들이 부지기수이긴 하다. 그래도 ‘절개’가 그냥 꿋꿋하게 어떤 것을 지켜내는 것이라는 감 정도는 잡는다. 현지는 ‘절개節槪’에 대해 전혀 예측도 못했다. 자구책으로 영어 사전을 찾아 알려주니 그제서야 이해를 했다.      


어휘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는 듯 했다. 현지처럼 독해를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신문을 활용하면 효과가 좋다. 내용도 지루하지 않을뿐더러 글자 수도 800자 이내의 짧은 글이어서 지겨워하지 않는다. 짧지만 교육적 효과가 큰 칼럼 한 편을 갖고 수업을 진행했다.     


우리말 나들이     


가볍게 유튜브의 ‘우리말 나들이’를 보며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간판을 비교했다. 프랑스는 자국어로 쓰지 않으면 간판을 달 수 없도록 법으로 엄격하게 정했단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간판들이 외국어로 도배하다시피 되어 있었다. 현지가 생각을 깊게 하도록 시간을 충분히 줬다.


현지, 영상자료 본 너의 생각은 어때?

음, 엄, 엄, 엄 ~ 하더니


“프랑스처럼은 아니어도 간판에는 외국어 옆에 한글을 써놓도록 법으로 정해야 될 것 같아요.” 자신 없는 태도로 말을 했다. 틀린 답을 말할까 봐 고심하는 듯했다.


현지야, 그 말하는 게 그렇게 조심스러우니. 너의 생각을 말하는 거니까 맞고 틀리는 것이 없는 거야. 네 생각을 제대로 표현만 하면 그게 맞는 거지. 다음부터는 그냥 네 생각을 편하게 말해라고 하며 안심을 시켰다.


https://www.youtube.com/watch?v=aHfbl1Tz-DE&list=PLPB9HoRV6KnU0IHvfV7RCfEoIqZfC-bqn&index=11     


핵심어와 중심 생각을 찾아 글쓰기      


책이든 신문이든 어떤 글을 잘 이해하려면 글쓴이의 중심 생각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중심 생각을 찾아내려면 핵심어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읽기 자료를 정확하게 읽어내려면 먼저 그 자료에서 핵심어가 무엇인지부터 찾는다.  

    

'핵심어'는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뜻을 담은 단어를 말한다.

핵심어를 찾을 때는 그 글이  ‘무엇’에 대해 쓰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핵심어는 주로 글의 중심 문장 안에 들어 있다. 핵심어를 찾으면 중요한 정보와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가려낼 수 있다. 핵심어를 정확하게 찾을수록 글을 이해하는 속도도 빨라져 더 많은 자료를, 책을 읽어낼 수 있다.


초등학교 때는 다독이 중요한데 핵심어를 빨리 찾음으로써 많은 책을 읽어낼 수 있게 된다. 당연히 배경지식도 넓힐 수 있어 더 정확하고 빠르게 읽어내 독서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핵심어를 찾았으면 글쓴이의 생각이나 의도를 찾아내야 하는 데, 그것이 바로 중심 생각이다. 글쓴이의 말하고자 하는 중심 내용으로 주로 문단의 앞이나 끝에 있다.  

    

다음은 현진이와 중앙일보의 [우리말 바루기] ‘지구상’의 띄어쓰기(2020, 06,08)로 수업을 한 것이다. ‘핵심어’와 글쓴이의 중심 생각인 ‘중심 문장’을 찾아 쓰고 한 편의 글을 쓰게 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795905  

 

[우리말 바루기] ‘지구상’의 띄어쓰기
[중앙일보]  2020.06.08 00:04 | 경제 4면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미국 정보기술 업계도 나섰다. 백인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숨진 플로이드를 기리며 그 어떤 곳에서도 인종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늘날 ‘그 어떤 곳’은 더 이상 오프라인 공간만을 말하지 않는다. 인터넷 등 온라인 공간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추상적인 공간에서의 한 위치를 이를 때 ‘상’이란 말이 뒤따른다. “소셜미디어상에선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해시태그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처럼 표현한다. 이때 ‘상’은 앞말에 붙여야 할까, 띄어야 할까?
 
띄어야 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소셜미디어상’과 같이 붙이는 게 바르다. 여기서 ‘-상(上)’은 명사가 아니라 접미사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상’ ‘온라인상’도 마찬가지다.
 
‘-상(上)’이 그것과 관계된 입장 또는 그것에 따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사용될 때도 붙인다. ‘관계상·미관상·외관상·절차상·법률상’처럼 표기한다.
 
문제는 ‘지구상’이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에 가치를 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가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지지하며 한 이 말에서 ‘지구상’ 역시 붙이면 될까?
 
원래 “지구 상의 모든 사람”과 같이 띄어야 했다. 지금은 붙이는 것으로 바뀌었다. 국립국어원에서 심의를 거쳐 표준국어대사전 정보를 수정했다. 명사 ‘상(上)’에 포함됐던 뜻풀이를 삭제하고 물체의 위나 위쪽의 의미를 더하는 접미사로 분류했다. “지도상의 한 점” “직선상의 거리” “도로상의 화물”처럼 붙여 쓰게 해 혼란의 소지를 없앴다.
 


칼럼을 고르고 훑어보기를 한 다음 적극적으로 읽게 했다. 핵심어를 찾고 중심 문장 즉 주제를 찾았다. 단락별 소주제문을 쓴 다음 마인드맵을 그렸다. <‘지구상’의 띄어쓰기>는 6개의 단락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4개의 단락으로 구분해 마인드맵을 했다.

마인드맵의 가지마다 색깔을 달리해 카테고리별로 분류하고 범주화한 다음 상위 개념 하위 개념으로 위계화했다.




글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은 글을 읽고 나서 자신의 생각을 담은 한 편의 글을 써내는 것이다.  

처음-중간-끝으로 글쓰기의 구성을 짠 다음 바로 글을 쓰게 했다.

현지와 이미 글쓴이의 중심 생각을 찾고 마인드맵을 하고, 글의 뼈대를 잡은 상태라 어렵지 않게 글을 써냈다.

     

“문장이 모여 하나의 중심 생각을 나타내는 덩어리”를 문단이라고 하는데(지식백과),문단을 구분하기 위해 한 칸 들여 쓰기를 한다. 아이들한테는 색깔별로 다르게 쓰게 해 문단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했다.   


   

<‘지구상’의 띄어쓰기>를 읽고 예전에는 ‘상’을 붙였었는데, 지금은 표준국어대사전 정보를 수정했다.

바뀐 정보를 제대로 알고 우리말을 정확하게 써야 한다는 요지로 현지가 글을 써냈다.


신문을 갖고 색깔펜으로 마인드맵도 그리며 읽으니 정확한 독해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뒹굴뒹굴 놀면서 글쓰기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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