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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Aug 06. 2020

온라인 수업으로 알짜배기 글쓰기 훈련을 해보아요

<낙치설>: 이가 빠진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다

학교에서 “온라인 클래스” 수업의 과제가 김창흡의 <낙치설落齒說>이었다. 말 그대로 이가 빠진 경험을 갖고 쓴 이야기다. 거칠게나마 <낙치설>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글쓴이는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읽지 못한 책이 많으니 이제 만년의 세월을 보내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흥얼흥얼 낭독해 보려고 결심을 한다. 계획이 야심차다. 깜깜한 길을 촛불 하나로 밝히듯이 인생의 근원을 낭독을 하며 음미하련다고 포부를 밝힌다. 하지만 노화로 이가 빠지고 나니 말이 새서 그 소리는 ‘깨진 종소리’ 같고 높낮이도 분명하지 않아서 책을 덮어버린다. 인간의 근원을 찾으려는 마음이 유지되지 못해 슬프다고 통탄한다.


옛날부터 노인이 되면 학문과 친하지 말라고 했는데 여기에 동의하지 않고 나이에 맞지 않게 함부로 일을 저질렀다며 반성을 한다. 늙었음을 잊으려고 한들 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지금부터라도 노인으로서 분수를 지켜야겠다며 대오각성한다.    

     

글 읽고 자기 성찰을 오래 한 사람답게 성리학의 창시자인 주자朱子를 끌어와 마음을 다스린다. 주자가 눈이 어두워진을 계기로 마음과 성품을 기르는데 전념하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말소리가 새니 함부로 떠들지 말하야겠다고, 읽는 소리가 낭랑하지 못하니 마음속으로 읽어야겠다고 글쓴이는 생각을 가다듬는다.      

 

자신의 경험인 이가 빠진 일로부터 삶의 서글픔을 표현했고 지금까지의 노인으로서의 분수를 지키지 못한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한다.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되새겨 늙음을 편하게 받아들이고 인생을 즐겁게 살겠노라고 의미부여를 한다.    


 

출처: https://pixabay.com/ko/illustrations/


중1 학생의 학교 과제가 이러다 보니 아이들이 내용이 뭔지 모르겠다고 아우성이어서 모두들 학원으로 달려왔다. 왜 아니겠는가? 고2 문학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기도 하고 2020년 고3 수능특강 고전산문 파트에 실려있기도 하다. 고3 학생들이 하는 걸 중1 과제로 나가서 그런지 학부모님들의 한숨 섞인 전화가 많았다. 우리 아이가 숙제하나 제대로 못하니 어쩌면 좋겠냐는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중1 학생이 읽어내기는 내용도 버거운 데다 흥미 있는 소재가 아니어서 아마 읽기가 어려웠을 거라고 안심을 시켰다.  


학원에 온 아이들에게 일단 <낙치설> 원문과 과제를 출력해줬다. 고전 수필인 설說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한 단락씩 내용 정리를 하고 주제까지 찾아보게 했다. 늘 하던 대로 단락별 소주제문을 찾고 내 생각까지 말하게 한 다음 마인드맵으로 정리하고 한 편의 짧은 글을 쓰게 했다.  참고로 한문 수필은 ‘설說’은 ‘사실과 의견’이나 ‘체험과 깨달음’의 2단 구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분분이며 ‘설說’은 대체로 비유적으로 주제를 드러낸다.  

    

다음은 현오가 쓴 글이다. 고전 수필의 형식인 경험과 성찰과 깨달음으로 나눠서 글을 정리한 다음 자신이 농구하다가 왼쪽 손가락이 다쳤던 경험을 마인드 맵으로 그렸다. 왼 손가락을 다쳐서 두 손으로 하는 운동이나,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 데 부자연스러웠다고 고백했다. 글씨 쓸 때나 종이를 붙잡는데도 불편했으며 왼손임에도 도 쓸 곳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도 했다. 내 몸의 모든 부분이 쓸모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잘 엮어서 글을 써냈다.     

 


글의 형식인 ‘설’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나니 글을 쓸 때도 경험과 반성을 나눠서 정리하고 깨달음을 통한 자신의 느낌도 1400자 이상으로 써낼 수가 있었다. <낙치설>의 내용을 배경지식으로 삼아 살을 붙여가며 긴 호흡의 글을 써냈다.                       




수업을 듣고 현오가 마인드 맵으로 정리한 것임~^^





<낙치설>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   

       

학교에서 온라인 클래스로 <낙치설>을 읽고 숙제를 하게 되었다. 맨 처음에 제목을 보고 ‘낙지’를 잘못 썼나 보다라며 생각하면서 글을 읽게 되었다. ‘낙지’에 관한 글은 아니었다.

낙치설은 글쓴이가 노인이 돼서 경험한 이야기이다. 글쓴이가 노인이 되자 이빨이 다 빠져가지고 얼굴이 일그러지게 되었다. 음식 먹는 것도 불편하고,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잘 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큰 슬픔을 느꼈었는데 오히려 일상생활이 불편해지자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됐다는 내용이다.      


일단 이빨이 빠져서 일상생활이 힘들어지자 글쓴이가 함부로 행동한 것을 반성하게 된다. 표준을 세우지 못하고 살아온 것을 후회하면서도 되풀이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제부터라도 노인으로서의 분수를 지키겠다는 마음을 적어냈다.        


<낙치설>에는 옛날 성인들의 예법에 관한 것도 나온다. 50살이 넘으면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군대를 가지 않고, 학문과의 사이도 멀어진다. 글쓴이 자신은, 옛날에는 이런 이론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성리학을 만든 주자가 눈이 어두워지자 오히려 마음과 성품을 기르는데 전념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을 읽고 노인으로서의 분수를 지키겠다고 다짐한다.      


글쓴이는 예전에 먹었던 마음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빠진 이 때문에 깨닫게 되었다. 빠진 이 덕분에 이제는 말소리가 니 아무 데나 떠들지 말아야 하며, 고기를 씹기 어려우니 부드러운 음식을 먹어야 되고, 글 읽는 소리가 낭랑하지 못하니 마음속으로나 읽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함부로 말을 하지 않으면 실수가 적어진다. 가만히 들어앉아 있으면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이가 빠졌을 때 나라면 화가 나고 짜증도 났을 텐데 이 글을 쓴 사람은 오히려 옛날 지혜로운 학자들의 생각을 따라 하려고 한다.

      

또 늙음을 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은 경망한 자라고 좋게 보지 않는다. 늙음을 편히 여기면 마음 내키는 대로 휴식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죽으므로 눈으로 보는 감각의 세계에서 초탈해 죽음을 염두에 두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생을 즐겁게 사는 일이라는 것을 빠진 이 덕분에 알게 됐다고 솔직하게 표현한다.  

       

<낙치설>의 글쓴이처럼 나도 경험을 통해서 깨달은 적이 많다. 그중의 하나는 농구하다가 왼쪽 손가락을 다친 일이다.(경험) 오른손잡이어서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글씨 쓰거나 지울 때 종이를 제대로 잡기도 어려웠다. 두 손으로 하는 활등들을 다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 손으로 치약 짜고 다른 한 손으로 칫솔 잡는데도 오래 걸렸다.(왼손의 중요성을 생각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 포함되어 있다.) 왼손가락이 다쳤을 때 양손이 있는 것보다 2배 정도로 비효율적이었다. 오른손 잡이어도 왼손이 필요하며, 내 몸 모든 부분이 하나하나 쓸모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 몸에서 소중하지 않은 부분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깨달음)



출처: /pixabay.com/ko/vec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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