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대로 이루어진다
아이들은 대개 꿈이 없다. 본 것이 있어야 소망을 품는 법인데 본 것이 일천하다 보니 제대로 된 꿈이 없다. 어른들도 바쁘다 보니 아이들의 경험이라는 것도 유튜브나 TV에서 얻을 정도로 한정되어 있다. 당연히 꿈, 목표, 비전 이런 단어는 도덕 시간이나 잠깐 해보는 것쯤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꿈을 만들어 주기 위해 간접 경험이나마 다양한 경험을 접하게 해 주려고 애를 쓰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직업의 세계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W(World Wide Weekly)>를 시청하며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게 하는 시간을 갖는다.
오늘도 준이는 게임에 심취 중이다. 중학교 1학년인 준이는 또래 아이들처럼 게임만 좋아한다. “공부 좀 해야지.” 하면 “좀 이따가 할 거예요. 시간 나면 할 거예요.” 하기에 “이 사람아, 시간이 언제 나는데? 게임하느라 시간이 늘 부족하잖아.” 했더니 “생각나면 할 거라니까요.”하면서 눈도 안 맞추고 게임에만 열중한다. 수업 시간보다 일찍 오는 이유가 잠깐이라도 게임을 더하기 위해서다.
사실 준이도 초등학교 때만 해도 공부를 곧잘 했다. 수학도 선행 학습을 많이 한 데다가 학습력도 좋았다. 심도 있는 공부를 할 시기인 6학년 때 아빠 사업이 바빠지면서 지방 출장이 잦았다. 엄마도 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있어서 퇴근 시간이 늦어지면서 준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때부터 게임에 몰두하기 시작해 지금은 무림의 고수가 된 지 오래다.
공부하는 시간은 아주 적고 학원도 들쭉날쭉 간다. 다른 학원도 늦거나 아프다며 핑계를 대고 학원을 빼먹거나 요일을 변경해 자기 맘대로 다닌다. 요즘은 그것도 귀찮아졌는지 국어만 하고 있는 상태이다.
자극을 주기 위해 <김혜수의 창>을 보게 했다.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극빈층이 많은 가나의 수도 아크라. 그곳에 위치한 전자 쓰레기 마을인 아그보그블로시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줬다. 12살의 아이작도 그곳의 여늬 아이들처럼 전자폐기물을 태워 구리를 모아 판 돈으로 세 식구가 먹고살고 있다. 플라스틱이 타면서 나는 냄새에는 인체에 해로운 다이옥신, 퓨란 등이 배출되지만 아이작은 그만 둘 수가 없는 처지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들을 함께 봤다. 자신보다 어린아이들이 노동하는 모습을 보더니 아이들이 순간 말이 없어졌다.
같은 지구 상에 살면서 힘들게 사는 어린 친구들도 있잖아. 그들에 비해 우리는 좋은 환경에서 더 나은 조건에서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 이왕 태어난 것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사는 게 필요하지 않겠니? 하면서 게임만 하지 말고 우리의 꿈을, 저 바닥 속에 잠들어 있는 꿈을 끄집어내어 목표를 세워보자고 독려했다. 인류에, 지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스스로가 올곧게 서는 것이 필요함을 힘주어 말했다.
준이랑 함께 공부하는 혁이도 꿈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비전 선언문을 쓰기에 앞서 꿈과 비전의 차이점을 말해줬다. 영국 수상이었던 마거릿 대처 여사는 꿈과 비전의 차이를
“비전은 실현 가능한 결과를 수반하는 데 비해 꿈은 꿈으로 끝나 버린다는 것이 다르다.” 며 명쾌하게 설명한 바 있다.
'꿈'이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라고 사전에 실려있듯이 되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처럼 인간이라면 갖고 있는 욕구 같은 것을 의미한다. 그에 비해 '비전'이란 꿈이 실린 하나의 목표를 지칭한다. 행동이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꿈과는 차이가 있다.
비전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계획 세우는 것처럼 비전은 언제까지라는 기간, 완료 시점이 있어야 한다. 비전에는 자신의 미래상을 담는다. 비전을 세울 때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비전의 크기가 크고 원대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5분 안에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 가능해야 한다.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오바마 대통령이 반 아이들 앞에서 “전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라고 당찬 희망을 이야기한 것처럼 비전 선언문은 나중에 말이 씨가 되어 자신의 꿈을 실현하게 만든다. 글로 적으며, 말로 선언해 본다.
비전 선언문을 써보는 것이 중요한 것은 우리 뇌의 망상 활성화 시스템 때문이다.
『종이 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 의 헨리에트 앤 플라우저의 말을 들어보자.
“목표를 적는 행위는 무척 과학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목표를 종이에 기록하는 것은 두뇌의 일부분인 망상활성화 시스템을 자극하고 뇌의 그 특별한 시스템이 당신을 도와 목표를 이루게 하기 때문이다.”
적는 것, 쓰는 것 하나만 했을 뿐인데 삶이 달라진 사람들이 많다. 영화배우 짐 캐리와 만화가 스콧 에덤스도 그중 하나이다.
캐나다 온타리오 출신의 짐 캐리는 영화배우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집도 없이 지낼 정도로 너무도 가난했다. 무작정 할리우드의 가장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 수표책에 출연료 1000만 달러를 쓰고 5년 동안 지갑에 넣고 다녔다. 5년 후에 정확하게 ‘덤 앤 더머’와 ‘배트맨’의 출연료로 1700만 달러를 받았다.
만화 <딜버트>로 세계적인 만화가가 된 스콧 에덤스도 공장의 말단 직원이었지만 사무실 책상에서 끊임없이 썼던 글이 있다. “나는 신문에 만화를 연재하는 유명한 만화가가 될 것이다.”였다. 현재 <딜버트>는 세계적으로 2천 종의 신문에 연재되고 있다.
비전 선언문의 내용이나 형식은 자신에 맞게 작성한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나 일단 아이가 목표하는 대학과 학과를 적는다. 두 번째로 원하는 직업을 적고 세 번째로는 직업과 관련하여 나타낼 수 있는 성과를 적는다. 네 번째로는 성공한 삶을 통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를 쓰게 한다. 은퇴 후에도 어떤 삶을 살 것인지 포트폴리오를 짜보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비전 선언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나의 좌우명을 적는다.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파일에 넣어 갖고 다니면서 틈틈이 마음을 가다듬도록 한다.
비전을 기록하면 좋은 이유는 방향성을 갖고 노력하게 되기 때문이다. 방향을 갖고 하기에 목표 달성 가능성 또한 높다. 중간에 고난이 와도 비전 선언문이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어 자신 앞에 닥친 어려움을 수용하고 헤쳐나가게 한다. 비전을 글로 써놓으면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최선으로 살아가게 만든다. 망상활성화를 자극하는 뇌의 특별한 시스템 덕분에 목표를 이루게 해 준다.
다음은 외교관이 되어 국가 간의 외교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꿈인 현주와 화학 박사가 되어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퇴치에 꿈을 갖고 있는 민석이의 비전 선언문이다. 아이들이 비전 선언문을 쓰기 전에 직업이랑 학과에 관련된 것을 '커리어넷'https://www.career.go.kr/cnet/front/main/main.do에 들어가 검색을 하고 해외 대학은 구글링을 통해 자료를 수집했다.
현주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거다”라는 좌우명을 썼고, 민석이는 “지루한 일을 끈기 있게 해내는 것도 재능이다”라는 글을 썼다.
스캔 떠서 현주와 민석이 어머니께 보내드렸더니 “우리는 참으로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중”이라며 흡족해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