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전부였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못하는 1월 1일 내 생일이 싫은 적도 있었다. 게다가 친구들은 당연하게 미역국을 먹는 생일에 엄마는 떡국 먹을래 미역국 먹을래 내게 선택권을 주는 것 같았지만, 눈치 빠른 나는 늘 가족들 먹고 싶은 걸로 하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생일이 대단히 특별한 날인줄만 알았던 어린 시절의 생일들은 괜한 서운함이 더 많기도 했다. 생일이 뭐라고 참 철없는 날의 연속이었다.
삼십 대 후반인 지금은 생일에 대한 감흥도 서운함도 없지만 오히려 1월 1일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누구나 어릴 때 매일같이 보던 친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각자의 삶과 무게를 지고 살아가기에 일주일에 한 번 보던 사이가 1년에 한 번 보는 사이가 되어버리는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멀어지고 몇 해가 지나면 선뜻 연락하기가 망설여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하기 쉬운 생일인 덕분인지, 여러 지인들은 내 생일을 잊을 수 없다며 고맙게 연락을 주고 서로 안부를 묻고 새해 덕담을 나눈다.
이번에도 생각지 못한 지인들의 고마운 연락에 조용하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냈는데, 그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말은 ‘너로 인해 내가 많이 성장한 것 같아’라는 메시지였다.
나는 만나서 의미 없이 웃고 떠드는 사이보다
같이 성장한다거나, 긍정에너지를 주고받는다거나, 마음의 안식처같은 몇 안되는 오랜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 내가 지향하는 삶에 한 발 다가간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더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해주는 울림이 있는 말이었다.
그리고 오늘 우연히 김지윤 박사님의 강연을 보고 이제는 잘하지 않는 새해 다짐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속으로 매일 혼잣말처럼 다짐을 하는 편이라 특별히 새해라고 다짐하는 일들은 이제 거의 없다.)
어쨌든 강연의 주제는 청렴이었지만, 김지윤 박사님의 강연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쪽팔리게 살지 말자’
이 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지만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배려하고 선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지향하는 삶의 메시지가 담겨있어서 깊이 와닿았다.
사실 31일과 1일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 내 주변을 이루는 많은 것들은 변하지 않았다.
단지 새해를 맞이하는 내 마음가짐을 새로이 할 뿐.
그렇다고 대단한 마음가짐은 아니지만
저 문장에 담겨있는 의미를 생각해보며 새해를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