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꿈을 꾸지 않는다.
작업실 옆 우리가 자주 가던 사케집이 있었다.
차분히 가라앉은 공기, 나무 냄새, 조용한 조명.
일본에 살았던 그가 특히 좋아하던 곳이었다.
아주 작은 가게였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둘이
앉는 자리만은 늘 비어 있었다.
겨울이면 어묵 국물 위로 사케 향이 피어올랐고
여름이면 차가운 맥주 옆에 바삭한 가라아게가 놓였다.
우리가 앉던 구석엔 작은 창문이 하나 있었다.
비 오는 날, 햇살 좋은 날, 첫눈이 내리던 날.
계절은 그 창을 지나
조용히 우리 곁에 머물다 가곤 했다.
그럴 때면 그는 평소엔 잘하지 않던 일본어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곤 했다.
그 낮은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부드럽고, 더 조용했다.
나는 그 말들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괜찮았다.
단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 조용하고 다정한 공기 속에서,
나는 이유 없이 울고 싶어졌다
[비 오는 날의 사케집]
이상하게 우리 둘이 있으면 비가 오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생각에도 없던 커피숍이나 식당, 술집에 들어갔다.
그렇게 우리가 좋아하는 둘만의 장소들이 생겼다.
이 사케집도 그랬다.
비가 오던 어느 날 작업실을 앞에 두고 비를 피해 들어섰던
아주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던 곳이었다.
수건이 한 장뿐이라며 미안해하던 사장님께
그가 괜찮다고 웃으며 수건을 받아왔다.
나는 대충 물기를 닦고 수건을 그에게 건넸다.
그런데 그는 벗어둔 내 겉옷을 조용히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물기를 닦아내는 손길은 어색하지도
특별해 보이지도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조심스러웠다.
“아니야, 괜찮아. 너 먼저 닦아.”
황급히 말렸지만 그는 손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괜찮아”
짧은 말과 함께 끝까지
내 옷의 물기를 다 닦아냈다.
나는 그동안
그의 앞머리에서 떨어지려 맺히는 물방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훗날 이 순간을
기억이라도 하려는 듯.
시간을 쪼개듯, 그 조각들을 조용히 눈에 담았다.
그의 손이 옷에서 떨어진 뒤 나는 한동안
그의 손이 닿았던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 손길에 그의 마음이 잠깐 놓여 있었던 것처럼.
그 뒤로 여러 계절이 그 창을 지나 조용히 우리 곁에
머물다 가곤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처음 이곳에 들어섰던 그날이 떠올랐고,
그의 앞머리에 맺혀 있던 작은 물방울이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