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거절

우리는 같은 꿈을 꾸지 않는다.

by 바인

작업실 안은 따뜻하고 조용했다.
나는 무언가 말을 꺼낼까 말까,
조금 오래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는 익숙한 자세로 소파 한쪽에 앉아 있었고
나는 천천히 그 옆으로 다가가
말없이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작은 숨소리, 낮게 울리는 음악.
그 사이에 조심스럽게 기대어본마음.
그는 처음엔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몇 초쯤 지나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물 마시고 올게.”
습관처럼 아무렇지 않은 말투였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부엌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고개를 들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어깨 위에 남겨진 공기.
거기에 방금 전 내 마음이 잠깐 놓여 있었다.

그는 다시 돌아왔고,
나는 다리를 꼬고 앉아
아무 의미도 없는 화면을 바라봤다.

그도 아무 말 없이 내 옆에 앉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다음 날, 우리는 평소처럼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언제나처럼 먼저 와 있었고
나는 언제나처럼 인사를 건넸다.

“많이 기다렸어?”
“아니, 나도 방금 왔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멀게 느껴졌다.


우리는 따뜻한 커피를 마셨고,
그는 어제 읽은 책 이야기를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가끔 웃었고,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우리는 마치 어젯밤에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들처럼
조용하고 평온한 시간을 나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가 몸을 일으킨 그 순간부터
내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금이 갔다는 걸.

그 금은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자라고 있었고,
그는 오늘도 평온한 얼굴로 내 옆에 있었다.

가끔 그런 다정한 평온이 가장 아픈 거리감이 된다는 걸.

나는 아주 늦게야 배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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