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머문 눈빛

우리는 같은 꿈을 꾸지 않는다.

by 바인

아팠다.
몸도, 마음도. 오래된 감기처럼 깊고 무거운 통증이 계속됐다.

며칠이 아니 몇 주가 그렇게 흘러갔다.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
물론 그에게도.

그도 연락하지 않았다.
그럴 거라 생각했기에 놀랍진 않았다.
다만... 조금 서운했을 뿐이다.

햇살이 살짝 따뜻해진 어느 오후 문득 그가 보고 싶어졌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커튼 틈 사이로 들어온 빛이

이상하게 그를 닮아 있었고, 그게 전부였다.

익숙한 카페, 익숙한 자리, 그가 앉아 있었다.

내가 먼저 도착했지만 왠지 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오랜만이야."
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야윈 얼굴.
아픈 건 나였는데 걱정은 자꾸 반대 방향으로 흘러갔다.

"... 좀 말랐네."
무심코 흘러나온 말이었다.

그는 잠깐 웃으며 말했다.
"요즘 입맛이 없었어."

짧은 한 문장이 긴 공백을 덮어주었다.

"나는..."
말을 잇다 멈췄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몰랐다.

아팠다고 말하긴 이미 지난 일 같고,
서운했다고 말하자니 다시 그 침묵 속으로 빠질까 두려웠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의 컵에 맺힌 물방울을 바라봤다.
그리고 잠깐, 그의 시선이 내 손등 위에 머물렀다.
그게 전부였다.

나만의 조용한 단절은 끝났지만 그 여운은 여전히 우리 사이에 머물러 있었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 단절을 조용히 감싸 안은 채
다시 마주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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