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꿈을 꾸지 않는다.
작업실엔 오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각자의 캔버스를 마주하고 있었다.
캔버스는 두 개였지만 색감은 어쩐지 닮아 있었다.
말은 없었지만,
붓의 움직임이 대화처럼 이어졌다.
다만, 그날의 대화는
평소보다 조금 느리게 이어졌다.
그가 갑자기 붓을 내려놓았다.
“잠깐만.”
짧은 말과 함께 문을 열고 나갔다.
나는 묻지 않았다.
그저 다시 그림에 집중했다.
붓끝이 물감 위를 지나며 작은 곡선을 만들었고,
그 곡선은 이상하게도 마음속 생각들과 얽혀 있었다.
얼마 후, 문이 다시 열렸다.
그의 손엔 작은 상자가 들려 있었다.
그 안에는 조각 케이크 세 개.
그리고 그중 하나 당근 케이크.
몇 달 전부터,
함께 거리를 걷다 작은 케이크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나는 무심히 말하곤 했었다.
“저 당근 케이크, 언젠간 꼭 먹어봐야지.”
그는 대답하지 않았고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였었다.
나는 그가 잊은 줄 알았다.
“조금 늦었지만… 생일이었잖아.”
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마음도 몸도 괜찮지 않던 때에
생일은 조용히 지나갔고
그는 짧게 인사를 남겼다.
나는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했다.
나는 조용히 붓을 내려놓았다.
그 어떤 말보다 케이크 하나가
그의 마음을 더 정확히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케이크를 나눴다.
나는 당근 케이크를 집었고
그는 그 모습을 보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크는 생각보다 촉촉했고 부드럽게 씹혔다.
그는 초콜릿 케이크를 고르더니
몇 숟갈만 먹고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너는 생각보다 잘 먹는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이 참 예뻤다.
나는 말없이 케이크를 한입 베어 물었다.
이 사람은,
늘 말이 아닌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조금 늦게,
조금 돌아서,
하지만 분명히.
그가 내 찻잔에 조용히 차를 따라주었을 때,
창밖의 햇살이 슬쩍 기울고 있었다.
나는 당근 케이크의 마지막 한 조각을 입에 넣고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며 찻잔을 비웠다.
그는 조용히 다시 찻잔을 채워주었고
나는 그 차를 다 마시지 못했다.
찻잔의 절반쯤 남은 차처럼,
우리 사이도 그랬던 것 같다.
가득하진 않았지만
텅 비어 있지도 않았던.
그날 이후, 다시 그 케이크를
함께 먹는 일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