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꿈을 꾸지 않는다.
서로 마음이 닿았다고 생각하면
늘 어딘가 아주 작게 어긋났다.
그와 마주 앉아 있는 순간에도
문득 텅 빈 의자 하나가 더 놓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연인이 아니었고
친구라 하기엔 어떤 마음들이
너무 조용히 깊었다.
서로를 붙잡지도 않았고
스쳐도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애썼지만
함께 보낸 시간은 어느새 벽지처럼
일상에 붙어 있었다.
말없이 건네던 찻잔,
같은 속도로 걷던 발걸음,
작업실에서 책을 함께 바라보던 밤들.
그런 것들이
왜 자꾸 가슴 안에서 자라나는 걸까.
그저 익숙함일까,
아니면 이름을 갖지 못한 어떤 감정일까.
나는 내 안에서 자꾸만 방향을 바꾸는
마음을 따라가 보려 했지만
그 마음은 손에 쥐는 순간 물처럼 빠져나갔다.
무언가 설명하려 하면 모래처럼 흩어졌고,
결국 말이 되지 못한 채 조용히 쌓여만 갔다.
그는 여전히 무심한 얼굴로 웃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그 무심함 안에 너무 조심스러운 마음이
깃들어 있다는 걸.
어떤 날은 팔짱을 껴도 아무렇지 않다가도
어떤 순간엔 손끝의 닿음에도 놀라며
긴장하던 사람.
쉽게 허락하지도,
완전히 닫지도 않는 사람.
그런 사람 옆에서
나는 점점 더 내 마음을 어떻게 들여다봐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창밖엔 어둠이 내려앉았고
내 마음은 조용한 숲처럼
그 안에서 길을 잃고 있었다.
“조심히 가.”
나는 언제나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해맑고 밝게,
마치 오늘이 그저 평범한 하루였다는 듯.
그도 늘 그 미소를 보고 따라 웃었고,
우리는 짧은 인사처럼 가벼운 이별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가 시야에서 사라진 후,
나는 늘 몇 초간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있었다.
허공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무언가를
두고 온 사람처럼.
어떤 감정은
남에게 보이지 않게 껴안고 가야 할 때가 있다.
나는 그걸 알았고,
그래서 더 환하게 웃었다.
떠나는 순간이 쓸쓸하단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언제나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그날따라 바람이 묘하게 찼다.
인사를 마치고 돌아선 내 뒤로,
그가 아주 잠깐 멈춰 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확인하진 않았다.
확신도 없었다.
나는 다만, 혼자 걸어가는 길 위에서
그가 남긴 공기를 천천히 마셨다.
아무 냄새도,
아무 무게도 없는 그 공기 속에서
자꾸만 무언가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왜, 늘 웃으며 보내는 사람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