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조용함, 나의 혼잣말

우리는 같은 꿈을 꾸지 않는다.

by 바인

그날 밤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창밖의 바람도, 오래 틀어둔 라디오의 음악도,
그 사람의 숨소리처럼 작게 웅얼거렸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가까이 있었고,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마음까지 닿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오늘은… 어땠어?”
나는 일부러 천천히 물었다.
그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게 대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자꾸 말을 걸고 싶어졌다.
그가 대답하지 않으면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그 말엔 나도 모르게 숨이 섞여 있었다.
그는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눈빛은 부드러웠지만,

그 부드러움이 꼭 벽처럼 느껴졌다.
나는 자리에서 살짝 몸을 틀었다.

우리 사이엔 늘 말보다 긴 침묵이 있었지만,
오늘은 그 침묵이 낯설게 느껴졌다.
같은 소파에 앉아 있는데도
마음은 따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미움 같은 게 피어올랐다.
심술이 되어 가슴을 밀어냈다.
그 마음을 알리고 싶었다.
아니, 사실은 그가 알고 있는지… 그게 궁금했다.

“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겠지…”
생각보다 먼저 말이 튀어나왔다.
뭐라 끝내야 할지 몰라 울컥한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 말에 그는 머뭇이다가
조용히 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말했다.

“너랑 있으면… 그 조용함조차 다정하게 느껴져.”

그 말은 참 예뻤다

하지만 나는 웃지 못했다.

마치 내가 지금 느끼는 불편함과 서운함이
괜히 예민한 감정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말 같았다.

예쁜 말은 가끔, 가장 잔인하게 들린다.
내가 꺼낸 마음은 조용한 다정함 안에 흘러가 버렸다.

그가 안고 있는 침묵은 따뜻했겠지만 나는 그 속에 혼자였다.

나는 말로 다정함을 주고 싶었고 그는 말 없는 다정함으로 나를 감싸려 했다.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도 마음은 쉽게 어긋나는 걸까?


우리는 아무 다툼 없이 그 밤을 지나쳤다.
그는 금세 잠들었고 나는 옆에서 한참 동안 잠들지 못한 채
그의 숨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우린, 같은 곳에 있지만 같은 꿈을 꾸는 건 아닐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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