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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꿀벌 May 24. 2024

강형욱 논란을 사장 입장에서 볼 때

모두를 이해하지만 아쉬운 것

출처 Pinterest


여기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인한테 그분의 경험담을 들었다.

집에서 현지인 직원들 몇과 숙식을 같이 하는데, 어느날 밤 잠깐 나갔다가 들어왔는데 문이 잠겨 있었단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비를 쫄딱 맞으며 직원들을 고래고래 불렀단다. 결국 30~40분이 지나 직원이 나와서 문을 열어주었는데, 그 분이 너무 열이 받아서 직원들을 다 불러서 한 명씩 물어봤단다. 내가 부른거 못 들었냐고. 그런데 직원들이 모두 다 들었단다. 그러면 왜 바로 나와서 문을 안열어줬냐고 물었더니, 직원들이 다 대답하기를, 자기 이름을 부르지 않아서 안나왔단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정말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 그 직원들이 좀 특이한 게 아닐까, 아니면 이 이야기 안에 그 상황이 벌어질 만한 특수한 요소들을 내가 다 몰라서 그런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면서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그런데 내가 현지인 직원들을 데리고 식당일을 하고 김치를 담으면서, 이것이 이 나라의 문화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적인 예로, 직원들 여럿이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앞에서 내가 누구를 부르거나 무슨 이야기를 하면, 그 당사자가 못들었을 때, 내 이야기를 듣는 직원들 아무도 그 직원을 부르거나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는다. 두리번거리거나 신경을 쓰지 않고 일을 한다. 그리고 내가 없으면 자기들끼리 별별 이야기를 다 한다. 일을 한지 오래되어 일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고 있지만 옆에서 일을 잘 못하고 있어도 쳐다보지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또 내 전화기가 계속 울려도 이야기를 하거나 전화기를 가져다 주는 직원이 없다.


이런 모습이 정말 잔인하리만큼 무식하고 무정하게 여겨질 때가 종종 있다. 어떻게 저렇게 순진무구, 천진난만한 사랑스러운 미소를 담은 얼굴을 하고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참으로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미궁 속 세계다.


얼마전 이웃나라에 행사가 있어서 갔는데, 한국에 있을 때는 동남아가 다 비슷한 동네라고 느꼈는데, 가서 내 눈이 뒤집혔다. 이런 선진국이 있다니... 예전엔 동남아는 관심도 없었는데 내가 가난하다고 여겼던 이 나라에 와서 눈이 뒤집히는 걸 보고 내가 정말 얼마나 열악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왔는지 온몸으로 실감했던 순간이었다. 


거기 교민 한분이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 아들이 현지인 직원을 보면서, "엄마, 이들은 사람이 아니야. 어떻게 이렇게 이렇게 ~ 할 수가 있지?"라며 경험담을 이야기 했단다. 내가 그 말을 들으면서, 웃음이 나왔다. '아니, 이런 선진국 동네에서도 이런 말이 나올 정도면 난 오죽하겠슈~' 스스로를 격려하며 대견히 여긴 순간이었다. 


다시 우리 회사로 돌아와서 이어가보자.

우리가 음식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위생은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는 위생 관념이 거의 없다. 그래서 매일 외치며 강조하고 또 강조하지만, 직원들이 바뀌면 또 제자리다. 옆에서 이야기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김치 포장을 하다가 비닐 장갑을 통채로 넣은게 두 번 발견이 되었다. 손님이 페이스북에 올려서 알게 되었다. 여기에 다 적을 수 없을 만큼의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면서 나는 어느새 악덕 사장이 되어 있었다. 이런 내 모습에 자괴감이 들어 참고 또 참으며 좋게 이야기를 해야겠다 결심하기를 수천번을 했다. 하지만 막상 직원들 모습을 보면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에 기겁하고 거품을 품어내며 여기까지 왔다.


이 과정들을 겪으며 나는 참 많은 것을 배웠고 나 자신에 대해 사람에 대해 인생에 대한 스펙트럼이 많이 넓어졌다. 그리고 경영이 얼마나 힘든지, 여러 문제들을 겪으며 나름의 노하우를 쌓아오며 왔다는 것을 이번 강형욱 훈련사의 보도에 대한 내 반응을 보면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서론이 너무 길었네^^;;)


예전에 나라면, 수많은 댓글처럼, 이중인격이네 충격이네 하며 돌아섰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다. 


먼저 이 보도를 통해 한국 사회의 두 가지 단면을 보았는데, 하나는 대중의 무서운 힘이고 또 하나는 성공한 사람 근처에 멘토나 코치가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의 실체(?)를 알고 경악을 금치 못하며 온갖 여론에서 마치 특종을 잡았다는 듯이 그의 언행을 파헤치고 보도하며 마녀사냥을 하는 것 같은 모습에 나는 서글픔을 느꼈다. 그랬구나, 그럴수 있지, 잘못했지만 다시는 그러지 말자라는 이해와 용서, 아량의 반응이라든지, 그가 우리나라 반려동물 교육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한 인정은 온데간데 없다.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많은 경험과 노하우, 그의 부드럽고 친절한 성품을 녹여 반려동물을 훈련하는 모습은 내 일상에 소소한 기쁨과 교훈을 주었다. 그러나 대중의 환호와 비난은 한 순간에 돌아서며 강력하다. 이래서 사람들이 자살을 하나 싶다.


두번째로, 사실 나는 사장 입장으로서 직원들에 대한 불만족과 분노를 이해한다. 사장은 수많은 일들과 사람들에 치이며 전쟁을 치르며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이런 상황 속에서, 누구나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아니, 나는 오히려 더 하다. 다만 좀 아쉬운 것은, 그런 마음을 지속적으로 표현하며 문제가 붉어질 때까지 그 주변에 그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지난주에 미국 리더십 분야의 유명한 코치가 와서 강연회를 갔었는데, 그분이 하는 말이 자기가 여기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나보다 더 훌륭하고 똑똑하고 성숙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배울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그 이야기가 떠오르며 강형욱 훈련사님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동안 그의 프로그램을 즐겨보며 여러가지를 배웠던 나에게 그는 고마운 존재다. 그가 훈련사로서만 활동을 하고 회사 경영을 다른 전문인에게 맡겼다면 훈련사로서 더욱 기량을 넓히며 활동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나 아쉽다. 내가 그와 친분이 있었더라면 회사 경영에 대한 많은 이야기와 솔루션을 주며 보듬 컴퍼니를 지속하라고 감히 조언을 해주었을 것 같다.


대략 보니, 직원 관리와 교육이 부족했던 것 같다. 직원들의 시간별 업무 내용들을 짜주고 보고를 받고 감독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감정소모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말은 쉽지 실제는 참 어렵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의 입장에서 새롭게 바라본게 있다.

직원들이 피해를 입은 내용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나 역시도 사장의 횡포에 내가 벌레나 개미가 되어 한번에 짓밟히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오래 전 일인데, 언니가 동대문 매점에서 며칠 일을 하다가 그만둔 적이 있었는데, 그만둘 때 대타를 구해놓고 가지 않으면 월급을 안준다는 조항이 있었고, 대타를 구해놓지 않고 그만두면서 월급 미지급을 이유로 내가 노동부에 신고를 했었다. 그랬더니 사장이 쌍욕을 하면서, 거기 가만 있으라고 내가 가서 둘다 죽여버린다고 해서 며칠을 근처 슈퍼도 못나가고 벌벌 떨었던 기억이 있다.  사회는 참 무서운 세상이다. 


이 단편 경험이 사회학적으로는 우울하고 냉엄한 현실 이야기지만, 내 삶에서는 사장으로서 직원을 좀더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과 노력을 할 수 있는 거름과 자양분이 되었다. 비록 나는 매일 분노하고 잔소리를 하지만, 이런 경험 마저 없었으면 난 얼마나 더 괴물이 되어있을까.


숨도 쉬지 말라고 하는 말을 듣거나, 배변 봉투에 담긴 스팸을 선물로 받거나, 만원도 안되는 돈을 월급으로 받는 이런 처참한 대우가 물론 공정하게 심의와 판단, 해명, 처리와 보상으로 이어져야 할 필요는 있지만, 


직원들이여, 

상사의 무례하고 거친 말에 무너지지 마세요. 잘못된 대우는 법적으로 처리하고(요즘 노동부 시스템 잘되어 있더라구요), 똥이 묻으면 털고 씻으면 됩니다. 당신이 못된 상사를 만났더라도 당신은 여전히 사랑받는 아들, 딸이며 소중한 사람입니다. 다만 일을 하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시정해보고 더 훌륭한 직원이 되어 가는 과정을 좌절하지 말고 포기치 말고 계속 이어가길 응원합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다른 직장을 구해서 또 배우고 경험하고 그리고 또 다른 회사를 가고... 이것이 인생 아닐까요. 먼 훗날, 당신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수십명 있는 회사의 사장이 되었을 때, 당신은 지금과는 다른 감정과 생각을 가질 수 있거든요. 사장의 언행의 잘못된 점을 직시하고 대응하되 자신의 가치와 삶의 빛을 잃지 마세요.


우리는 인생에서 때로는 직원으로, 사장으로, 때로는 갑으로, 을로 지낸다. 그 모든 입장을 이해하고 그 자리에서 가장 현명하게 성장하는 방법을 서로 공유하고 돕는 그런 분위기가 없다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나는 오늘도 사장 수업을 받으며 여러가지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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