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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꿀벌 May 23. 2024

자신의 의무보다 권리가 더 큰 직원에게 배운 것

사장, 쉽지 않다


출처 Pinterest


21화에 이어 회계 직원 다낙(가명) 이야기를 해 보겠다.


새로 뽑은 회계 직원 다낙은 와서 3주간이나 인수인계를 받고(기장하는 회계 시스템과 거래처별 영수증 발급 및 처리 과정에 대한), 3주가 되는 마지막 날, 투잡을 한다고 얘기를 했다. 면접 때 알았더라면 결코 뽑지 않았을텐데 아차! 했지만 이로써 면접때 확인해야 할 한가지를 더 알게 되었다. 


또 다시 벼랑끝으로 몰린 듯하여, 다낙을 열심히 도와주고 칼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내가 그렸던 그림은, 다낙이 일에 적응하면서 자기 일을 주도적으로 열심히 좀 더 많은 분량을 하길 바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게 보였던 그의 모습은, 

아주 작은 문제들도 해결할 노력도 의지도 없이 다 나한테 이야기를 하고 내가 해결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프린터가 문제가 있으면 껐다 켜보거나 연결된 기기가 무엇인지 확인을 해보거나 와이파이를 확인하면 되는데 아예 시도도 하지 않고 나에게 SOS를 청했다.


우리 사무실 와이파이가 자주 불안정하다.(고쳐도 반복됨) 그러면 이전 직원은 자기 모바일 핫스팟을 쓰고 인터넷 업체에 연락을 해서 고치도록 했다. 하지만 다낙은 그럴 생각도 없이 인터넷이 안된다고 일을 멈추곤 했다. 그래서 한번은 내 전화기 핫스팟을 연결을 해주었다. 그걸 보고 다음에도 나에게 인터넷이 안된다고 일을 멈추고 있더라. 공적인 회사일에 자기 핫스팟을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회사 일을 위해 자기 자산을 쓸수 없다는 공과사 구분 마인드 좋다. 그러면 본인이 받는 월급에 상응하는 문제해결능력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프린트기 하나도 연결하거나 출력하는 (디바이스 체크) 것도 하지 못하면서 전문인의 월급을 받는 마인드는 무슨 마인드?


한번은 냉장 창고를 들어갔는데, 한번 문고리를 살짝 잡더니 문이 안열린다고 직원한테 열어달라고 하는 꼴이 무슨 공주마냥 행동을 하는데 밉상이었다. 이제까지 이런 직원은 본 적이 없다.


한번은 내가 여권이 있냐고 물어보니까, 여권 만들까요? 이러는 것이다. 

내가 우리 회사에서 1년 이상 일하면 해외여행을 시켜준다고 초반에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생각이 나서 그랬나보다. 자신이 일을 해야하는 업무수준과 자기가 받아야 할 대우와 권리, 이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을 그는 아마도 모르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모습 외에 그의 장점도 보았다.

잘 웃고 예의바른 사랑스러운 모습이 있었고 T(MBTI)가 강해서 일을 파악하고 처리하는 것이 깔끔하고 심플하게 받아들이고 의사소통도 핵심을 전달하고 질문하는 것이 일하기에 수월했다.


여러 일상의 작은 반응을 통해 나는 다낙을 여러가지 파악하게 되었고, 이로써 자기 분야의 오랜 경험과 여러 회사를 거쳐보지 않은 직원은 얼마나 작은 테두리 안에서 자기 주장을 하며 적은 능력으로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은지를 알게 되었다. 이 경험을 수업료로 하여, 앞으로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이 기준에 미달이 되면 월급 또한 조정이 될 것을 미리 합의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회계의 일은 매일 거래 영수증 발급과 후처리, 기장이다. 다낙이 일한 지 한 달이 넘어가면서 기장을 단 하루치도 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주 아파 조퇴하고 누워있고를 반복하다가 어느 금요일 병결을 하게 되었고, 나는 해고를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구인 공지를 올리고, 그 다음날 토요일은 다낙이 근무를 안해서 그 날 면접을 보고 2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한 명은 곧 부를테니 대기하고 있고 한 명은 한 달 뒤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여느 때와 같은 평온한 월요일 아침, 다낙에게 오늘 퇴근 전에 지난 달 결재내역을 정리해서 가지고 오라고 했고, 그 날 퇴근 전에 다낙은 정리를 다 하지도 않고 종이 두어 장을 가지고 왔다. 그래서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낙에게 해고를 통보했고 그 다음날 새로운 직원 속끌이 왔다.(자세한 내막은 이 전 이야기 참고)


속끌은 영어를 전공하는 대학교 2학년 학생이고 두어군데에서 회계 관련 기본일을 배운 직원이다. 일을 하는데 의사소통이 중요해서 영어를 잘 하고 회계 일의 기본 경험이 있는 조건이 괜찮아 보여 채용을 했다. 


속끌이 온 첫 날, 내가 느낀 사무실 분위기는 이랬다.

다낙은 내가 평소에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식사도 자주 해다 바친 친절한 사장이었는데, 갑자기 자기를 해고해서 어리둥절하고 이렇게 좋은 조건(칼퇴, 업무양도 쉽고 많지 않고(다 안하고 가니까), 이 정도의 월급)의 회사를 이제 다닐수 없다는 것이 아쉬운 듯 했다. 그런데,


속끌은 시키는 일을 족족 바로 끝내고 나에게 와서 일을 다 끝냈다고 그 다음 무엇을 해야하냐고 물었다. 한 번은 다낙이 일을 시켰는데 속끌이 곧 와서 다른 것을 이야기하길래, 방금 시킨거 다 했냐고 물으니, 다 했다고 그 다음 뭐해야 하냐고 묻더라. 다낙의 벙찐 반응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통쾌했다.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을 통해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서 였다. 그가 거기까지 생각하고 받아들였을 거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속끌이 일 한 지 3일째 되는 목요일, 다낙이 나에게 다음주 월요일부터 안나와도 되냐고 물었다. 자기가 3주를 인수인계 교육을 받은 것을 단 4일을 가르쳐놓고 그만둔다니 어이가 없었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인수인계를 20%도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화를 참으며 말했다. "인수인계는 다해놓고 가야지. 너는 3주동안을 교육받았는데 지금 4일 했잖아."


그리고 다음 날인 금요일(토요일은 근무를 안한다), 다낙은 나에게 사무실 키를 주는 것이다. 이제 안나오겠다는 것이다. 뭔가 시간이 갈수록 그의 정도를 벗어난 모습들이 나오는 것 같아 소름이 끼쳤다.


"인수인계 아직 다 안했잖아. 먼저 다 끝내."

그리고 키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다낙에게 이렇게 문자가 왔다. 



사장님, 저는 1일부터(다음날인 다음주 월요일) 안나옵니다. 한 달 지나고 그만둔다고 했는데, 괜찮아요. 사장님이 힘든 모습을 더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실수를 많이 해서 저도 그만두려고 생각했었는데 사장님이 제 앞에서 그 얘길 해서 너무 놀랬어요. 그래요. 사장님이 얘기하실 때 저도 너무 화가 났어요. 저는 지금 개인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어요. 맞아요. 저는 저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여러가지로 배려를 해줬는데도 마무리 없이 도망을 가겠다는 기본적인 책임감도 없고 이기적인 모습에 기가 막혔다. 보통 이 정도의 월급을 받는 전문인들은 이렇게 행동하는 법이 없다. 열이면 열, 다 면접을 볼 때, 2주에서 한 달의 시간을 달라고, 이전 회사에서 마무리를 하고 나오겠다고 한다. 


인수인계를 다 못하고 가면 월급을 다 줄수 없다고 미리 이야기했지만, 다낙이 이렇게 나오는 것으로 봐서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을 거 같았다. 


결국 그 다음날부터 나오지 않았고, 아침부터 전화를 했다. 월급을 지금 보내달라고. 지금 엄마가 아프셔서 병원이란다. 


"너 이런 식으로 그만두면 안되지" 그랬더니

"왜요? 제가 안나온다고 말했잖아요." 이런다.

"응. 그래서 내가 안된다고 했잖아. 회사에 허락도 없이 그만두면 안되지." 그랬더니 자기가 안나온다고 말했단다. 자기 말 반복. 대화 안됨.


사람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고, 나는 다낙의 뚜껑을 열어보고 알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낙의 언행은 기가 막혔고, 미친 듯이 쏟아지는 일들과 매일 고장나고 문제가 생기고 직원들이 안나오고 그만두고 말을 안듣는 여러 일들과 씨름을 하면서, 나에게 힘을 주는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나를 옆에 딱 붙어 바로바로 일을 처리해주는 속끌이었다.


마치 거친 황야를 통과하면서 느린 동물들 스무마리를 줄을 끌어당기며 모래바람을 헤치며 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경주마가 나타나 나와 함께 줄을 끌어당기며 내 옆에 바짝 붙어서 엄청난 힘과 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고작 대학교 2학년 밖에 안 된 이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멀리 고지를 바라보는 총명한 눈과 머리부터 등까지 나있는 갈귀를 모래바람에 휘날리며 힘찬 발걸음 소리를 내며 달리는 준마를 보는 감동이 있었다.


결국 월급은 약간 깎고 여러 실랑이 끝에 정리를 했다.

열받고 피곤한 과정이었지만, 내가 미처 생각치 못하고 내가 가지지 못한 사장으로서의 스킬, 자질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새로운 직원을 뽑기 전,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명시를 할 것.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때 발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할 것.

감정으로 대하지 말고 구체적인 조건과 사실, 데이터로 이야기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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