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즐거운 꿀벌 May 22. 2024

직원 채용 후 해야할 사장의 임무

테스트와 분별 그리고 결단

출처 Pinterest

작성일 : 2024년 5월 4일


작년 말에 매니저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를 해고하려다가 월급을 삭감했다. 그리고 그는 자진해서 그만두었다.

월급을 삭감하면 그만 둘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본인의 심각성을 알고 고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사람을 뽑는 일은 생각보다 너무 진이 빠진다.


월급 삭감까지의 결정을 내리기까지 큰 일들이 있었다.

직원들 월급을 주라고 현금을 줬는데, 남은 금액(자신의 월급의 반정도)을 써버리고 기억이 안난다고 했던 일,

매일 일과들을 하지 않았는데 했다고 하면서 핑계를 대는 일,

매니저임에도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하지 않고 돌아가는 일을 전혀 모르고 있는 일이었다.


이 과정 가운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 이렇게 일을 엉터리로 할 수가 있는지 기가 막히고 한숨이 나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이렇게 엉터리로 일을 하도록 놔둔 나의 게으름, 잘못된 지도 방식을 발견하게 되었다.


회사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몸으로 직접 부딪혀가며 모든 문제들을 직면하니 분노와 한숨으로 미쳐가고 있었다. 모든 순간을 진심으로 대하며 열심히 살다보니 내가 미쳐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수많은 굴곡을 지나오면서 상대적으로 평온한 순간이 오면 그때서야 내 모습이 조금 보인다.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던 어느 순간, 내가 달라져야 함을 발견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했다. 이 과정은 참 인내와 실행력이 필요하다. 마치 바다에서 바닷물을 한방울씩 통에 담는 과정이랄까. 나의 실행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를 인식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내 삶의 어려움의 크기를 알게 된 것이 나에게는 새로운 승진? 발전?으로 다가왔다.


그간 여러 일화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 매니저가 나가고 3명의 기준 미달의 매니저를 뽑고 보내면서 나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 와중에 갑자기 기둥같은 회계 직원이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제서야 나는 분노가 사치였음을 알게 되었고 정신을 차리고 더욱 낮은 바닥을 한걸음씩 걸어갔다. 매니저 일을 내가 맡으면서 회계 직원 다낙을 뽑았다. 투잡을 한다는 것을 숨기고 3주 후에 이야기를 했다. 매일 칼퇴근에 자주 아파서 누워있고 조퇴를 하던 중에 슬슬 불안이 몰려왔다. 그러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이미 뽑은 직원을 분석하고 이 직원을 데리고 갈지 말지를 심의하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감정적으로 짜증이 나거나 불안하고, 실망, 좌절, 분노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았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사람을 뽑고 실망하고... 이 과정의 무한 반복이었다. 


직원을 뽑고 나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수많은 직원들을 보내면서 새롭게 알게 된 순간, 뭔가 한 줄기 빛이 비추는 느낌이었다. 직원을 냉철한 기준으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힘이 나에게 사막에서 오아시스처럼 다가왔다. 


소리없이 자세히 직원을 지켜보며 그에 대한 데이터(성품, 태도, 업무역량 등)를 얻고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부분을 짚고 넘어가고, 인내심을 가지고 그 부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 경험은 마치 내가 CEO 실습과정을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도 생생하고 살아있는 참 교육, 이런 걸 어디서 배울수 있을까 싶었다. 


기본적인 업무들을 성실히 마치는가,

실수가 있을 때 배우며 반복하지 않는가,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드러내고 소통할 줄 아는가, 

의사 소통을 할 때 얼마나, 어떻게 받아들이는 가,

일을 이해하고 수행하는 데 자발적이고 장악력을 가지고 하려는가,

시간이 지나면서 기준들이 생겨나고 그 직원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다낙이 자주 아파서 사무실에 간이 침대를 펴서 쉴수 있게 해주고 자주 식사를 만들어서 갖다 주었다. 아버지가 당뇨라길래, 당뇨에 좋은 천연 약재도 챙겨주었다. 이런 호의가 직원을 방만, 나태하게 만드는 것을 자주 경험했지만 이런 호의를 멈추지는 않는다. 나에게 부족함이 많기에 내가 할 수 있는 호의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에게 필요한 훈련이라 여긴다. 내가 화를 내거나 날카롭게 지적을 하는 것, 호의를 베푸는 것, 이 모든 것들이 그 사람이 우리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요건같다. 


이러던 와중에 하루는 아파서 출근을 못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 순간 계기판에 빨간 불이 들어온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단호히 그를 보내야 겠다고 결심을 하고 그 날, 구인 광고를 올렸다. 신기하게도 10명이 넘게 이력서가 줄지어 들어왔고 바로 그 다음날(토요일은 다낙이 출근을 안했다) 6명을 면접을 봤고 그 중 2명을 뽑게 되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다낙에게 거래처별 월말 정산서를 정리해서 퇴근 전에 가져오라고 했다. 지난 주부터 이야기 했던 것이었는데 진전이 없었던 터였다. 퇴근 전, 불러서 확인을 했다. 정리를 거의 하지않았고 문제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반응이었다. 그 모습에 화가 나기보다 내 결정이 맞았다는 확신에 일종의 희열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너 투잡 하는거 허용하는 대신 업무에 지장이 있으면 그만두는 것으로 우리가 이야기를 했잖아. 그동안 너가 일을 하는 것을 보면서 네가 이 일을 혼자서 다 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했어. 매일 칼퇴하고 아파서 쉬는 건 좋은데, 네가 할 일을 다 하지 못하면 너를 계속 고용할 수가 없을 거 같아. 한 달 시간을 줄테니 정리하고 내일 새로운 직원이 올거니까 잘 가르쳐줘."


다낙은 약간의 충격을 받은 것 같았으나 알았다고 하고 갔다.


그리고 새로 뽑은 직원, 속끌에게 내일부터 나오라고 연락을 했다.

다낙이 떠난 후, 사무실에 혼자 있는 내 마음은 홀가분하고 다음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이 기대가 되고 스스로 중요한 일을 감당하고 있다는 뭔가 근엄한 힘을 느꼈다. 평소같으면, 그의 태만한 모습에 분노하고 또 누구를 뽑고 가르칠 것에 미리 지쳐 힘들어 했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새 직원 속끌이 왔고 그 때부터 뭔가 상황이 역전되는 것을 느꼈다. 

이전 20화 한계 넘어 한계를 경험했던 한 달 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