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즐거운 꿀벌 May 21. 2024

한계 넘어 한계를 경험했던 한 달 반

네버 엔딩 스토리

출처 Pinterest

작성일 2024년 4월 26일


지난 글을 쓴 게 3월 12일이고 오늘이 4월 26일이니까 약 한 달 반이 지났다.

그동안 정말 정신없이 스트레스와 업무에 치여 달려왔고 비로소 오늘에서야 짬을 내서 그간의 일상을 남겨본다.


29화에서 새로온 회계 직원 이야기를 썼는데, 사실은 쓰기가 망설여졌다. 이 직원에게 무슨 반전이 있을까, 결국 내 희망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내 사람보는 안목은 갖다 버려야함이 증명될까 두려웠다. '잘 할거야, 잘 하겠지, 잘 해야만 해'라는 나의 기대와 바람이 물거품이 되고 다시 그 과정을 반복을 하면서 지쳐만 갔다. 마치 링 위에서 KO를 당하고 다시 일어서서 싸우는 권투 선수처럼 말이다.


약 한 달 반의 근황을 큰 일 순서대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첫째, 새로운 회계 직원은 근무 태만과 잦은 병결에 해고 통보를 했고 일주일도 안되어 인수인계도, 허락도 없이 도망을 갔다. 자세한 내막은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하겠지만, 그 와중에 너무도 다행인 것은, 급히 뽑은 직원이 괜찮은 직원이었고 너무 잘 하고 있다.(이마저 반전일지라도 나는 각오가 되어있다.)


둘째, 평소 자주 정전이 되는데 직원이 전기 스위치를 잘못 작동하여 전기가 과부하가 되어 집에 있는 전등, 에어컨, 컴퓨터가 여러대가 고장이 났다. 사무실에 그동안의 모든 자료가 있는 컴퓨터 2대가 운명을 달리했다. 그동안의 모든 자료가 없어져 흩어진 자료를 여기 저기 메신저 대화방과 이메일을 수소문해 찾아 다니느라 애를 먹었다. 거기에다 에어컨을 고쳤는데 돈을 줬는데 기술자가 가고나서 작동이 되질 않았고 기술자는 연락두절되었다. 영수증을 찾아 주인한테 전화를 했더니 돈을 돌려줄수 없다고 배째라는 식이다. 외국에서 살면서 치가 떨리게 싫은 것이 바가지를 씌우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인데, 현지 직원들이 있는데도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는 것은 정말 끔찍한 경험이다. 


그래서 두번째 업체를 불렀는데 우리 집이 큰 집이고 외국인이 주인이라서 인지 바가지를 씌우더라. 그래서 그냥 가지고 오라고 했더니 이미 뜯어서 90%를 고쳤기 때문에 돈을 달라고, 그리고 우리보고 가져가서 알아서 에어컨을 조립을 하라는 것이다. 90%를 고쳤는데 보증기간은 없단다. 그럼 다 고쳐달라고 했더니 처음 얘기했던 수리비보다 더 많은 비용을 부르면서 와서 가져가서 우리보고 설치하란다. 고치지 말고 견적만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깡패가 따로 없다. 그들이 고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비용을 다 지불해도 와서 설치하면 작동이 안될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며칠간의 하루종일 실랑이 끝에 돈을 지불하고 가져왔다. 이 모든 대화의 과정은 정말 더럽고 치가 떨린다. 


어제 캡틴 필립스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이 영화는 소말리아 해적단이 미국 초대형 화물 선박을 침입해 선장을 납치해 풀려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다. 그런데 소말리아 해적단의 말과 표정을 보는데,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몇몇의 현지인들의 모습이 오버랩이 되어 어느새 나는 납치된 선장이 되어 있었다. 극심한 공포와 스트레스에 말을 더듬고 눈물을 터뜨리는 톰 행크스의 연기가 실제 경험자와 같은 반응이라고 역시 명배우라는 댓글을 보면서 이런 스트레스 가운데 잘 견디고 있는 나를 칭찬하고 격려해주었다. 


결국 아는 한인 업체를 불러 고장난 것을 다 고쳤다. 돈이 두 배로 들었지만, 수업료를 내고 배운 것은 무턱대고 모르는 현지인들을 쓰지 말자는 것이다. 어찌보면 별거 아닌, 큰 돈 아닌 사건이었는데, 업체를 두 군데서 연이어 폭탄을 맞으니 분노와 스트레스로 며칠을 기진맥진했다. 이 일을 통해 작은 일로 일희일비하는 내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직면했다. 별거 아닌 것인데, 이런 작은, 말도 안되는 열받게 하는 일들이 하루에 연이어 수십번이 일어나면 어느새 자제력을 잃고 흥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언제까지 이러면서 살아야하나 회의와 환멸, 무기력이 찾아온다.


세번째, 엄마가 3주 전에 건강검진과 치료차 한국에 가셨고 그 이후로 혼자 회사 일을 감당하고 있다. 일년 중 4월은 가장 더운 달이고 김치가 가장 많이 나가는 달이다. 더울수록 사람들은 매운 것을 많이 먹는게 맞나보다. 게다가 명절이 껴있어서 여러 직원들이 그만두었다. 년중 가장 바쁜 스케줄을 매일 소화하면서 부족한 일손을 내가 여기저기 매꾸며 정신력으로 2주를 버티다가 3주가 되면서 과부하가 왔다.


72세인 엄마는 평생을 일만 하면서 사셨고 이번에 검진을 제대로 받게 되어 시기 적절하게 가셨고 때마침 봄에 가셔서 엄마 인생의 봄날이 시작이 됨을 의미하는 것 같아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엄마는 어깨, 목 염증이 있어 시술을 받으셨고 치과, 안과, 피부과등등 여러 치료들을 줄줄이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내가 엄마의 빈 자리를 잘 지켜야 겠다고 다짐을 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의 여러 풍파가 겹겹히 몰아치다보니, 어느 순간, 이러다 내가 병원신세를 지겠구나 싶어 한숨이 나왔다.


이렇게 사는게 맞는 걸까?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할까?

이 상황을 좋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끊임없이 묻는 질문이다. 

그럼에도 이 와중에 견딜 힘을 주는 것은, 몇몇의 직원들이다.

나를 왕처럼 받들고 섬기고 따라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정말 특별한 힘을 얻는다.


새로운 회계 직원, 다낙을 보내고 새로운 직원을 맞이하며 경험하고 배운 것들,

그리고 나에게 힘이 되는 정말 특별하고 소중한 우리 직원 몇명에 대해 다음 화에 자세히 나눠보겠다.

이전 19화 알다가도 모를 직원 채용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