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과 기쁨
여기서 생활하는 약 7년 동안 엄마를 따라서 농산물 시장을 몇번 가봤지만 거의 차에 있거나 잠깐 구경하는 정도였다. 지금은 엄마가 한국에 잠깐 나가 계셔서 전화로 주문을 하고 배달을 받고 앱으로 송금을 해주기 때문에 시장에 굳이 갈 일은 없다.
그러던 와중에 최근에 배추 공급 업체를 더 알아봐야 할 필요를 느꼈고 매일 야채를 배달해주는 가게가 영수증 계산이 몇 번 틀리면서 거래처를 바꿔야 할 필요를 느껴 가격을 좀 알아보니 다른 업체보다 더 비싼 것을 알게 되어 이제는 칼을 뽑아야 할 때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제는 일이 끝나고 오후 6시즘 우리 배달 직원과 툭툭이를 타고 농산물 시장에 갔다. 몇 주 전, 올 해 처음으로 비가 왔다. 이제 우기가 시작이 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덥긴하다. 툭툭이 옆자리를 앉아서 가야하는데 헬멧을 쓰면 너무 냄새나고 더울것 같아서, 직원에게 헬멧을 써야하냐고 물었더니 옆에 있는 사람은 안써도 된단다. 앗싸~
부릉부릉~
오토바이에 박스형 보관공간이 달린 툭툭이, 나는 그 오토바이 옆 좌석에 앉아 발은 아래 선반에 걸치고 한 손은 위쪽 난간을 잡고 출발한다. 바람에 머리는 시원하게 휘날리며 몸은 붕 떠서 가는 것이 마치 행글라이딩이나 패러슈팅을 하는 기분이다. 도로 위의 차들과 오토바이들이 선명히 보이고 손을 조금만 뻗어도 닿을듯 하니 내 마음은 신이 나서 방방 뛰고 있었다.
순간 며칠전 유명한 패러슈팅 선수가 하강 중 절벽에 부딪혀서 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무모함에 고개를 절래 저었던 내 모습이 떠오르며, 헬멧없이 즐겁게 툭툭이를 타고 있는 내가 같은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깐 숙연해지기도 했다.
드디어 시장에 도착~!
이제 어둑해져 즐비한 야채 가게들에 수많은 조명들이 야채들을 비추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바리바리 야채를 사간다. 야채 가게 앞에는 콘테이너, 트럭, 툭툭이들이 야채를 싣고 나른다. 코 끝에서 쓰레기와 이 나라 향신료나 야채 같은 냄새들이 뒤섞여 진동을 한다. 예전에는 너무 싫고 역겨운 냄새였지만 지금은 냄새가 코로 들어오면서 아~ 이건 무슨 무슨 야채 냄새, 이건 쓰레기 냄새네 하며 필터링하며 분석을 하고 있다.
몇 군데 가게를 돌아보며 보이는 풍경들은 이렇다.
허름한 메리야스나 상의없이 땀을 줄줄 흘리며 일을 하는 가게 주인과 직원들.
이것저것을 열심히 고르고 사서 오토바이에 바리바리 싣고 가는 손님들.
야채들도 그들처럼 옷을 입지 않고 송글송글 물방울이 맺힌게 가게 직원들과 같은 모습이다.
슈퍼나 쇼핑몰처럼 깨끗하지 않고 근사한 포장지는 없지만 쓰레기 냄새가 진동하는 와중에 수많은 야채들과 사람들 속에서 꾸밈없고 신선한 원 재료에서 느껴지는 생생함과 활력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
옥수수가 보이길래 21개를 샀다. 비닐에 하나씩 골라 담는 재미도 쏠쏠했다.
간단한 시장조사와 소풍같은 장보기를 마치고 좀 더 시원해진 매연 바람을 맞으며 시장에서 느낀 원초적 활력과 흥미진진함, 삶에 대한 열정을 마음에 새기며 돌아왔다.
오늘, 오후에 옥수수를 삶아서 일이 끝나고 하나씩 간식으로 먹었다.
토요일 일이 끝나고 옥수수를 먹으며 주말을 맞이하는 시간이 즐거웠는지, 몇몇 아이들이 회사를 떠나며 활짝 웃으며 두손을 모으고 반갑게 하이 톤으로 인사를 하고 갔다. 이게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보니, 예전에 직장에서 일하다가 3~4시 정도 배고플 즘, 떡볶이와 튀김을 먹을 때 행복했던 때가 생각이 나며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시장에 다녀온 또다른 보람을 느끼며 오늘도 감사히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