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만 때로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소통하며 서로의 성장을 지지해 주는 관계는 삶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이제까지 살면서 그런 관계를 많이 가지지 못했던 것이 참 아쉽지만 이제라도 이것을 잘 알고 건강하게 나를 돌보며 좋은 관계를 맺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지금의 대인관계는 엄마와 직원들, 거래처가 다이기 때문에 잘 보일 필요도 없어 수년을 지내다보니 정신 건강이 너무 좋아졌다. 짜증, 화를 내는 것만 빼고 말이다. 여기에 와서 매일 수 없는 상식 밖의 일들을 접하며 여과없이 분노하며 지내다보니 내가 그동안 사회적인 가면을 쓰고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정적인 부분을 자극하는 환경 자체는 스트레스 감이지만 그 상황에서 여과없이 억압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가끔씩 일적으로 한국 사람을 만나거나 한국에 가면 그 사회적 기운이 확 전이가 되면서 답답함을 느낀다. 예전에는 그것이 나의 옷이었기 때문에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그동안 갇혀있는 세상 밖으로 나와 자유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해외 생활의 큰 이점이기도 하다. 물론 그 자유로움 안에는 밀림에서 집을 짓고 먹고 살면서 외부의 공격과 수많은 난관도 패키지 상품으로 들어있지만 말이다.
이런 밀림 환경에서 나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상품의 품질, 효과적인 판매, 효율적인 시스템을 고민하며 지시를 하는 입장에 있다보니 가면 없이 본질적인 고민들을 많이 하며 어느새 내 성격이나 사고방식이 그렇게 맞춰져가는 것을 본다.
사장으로 많은 직원들을 접하면서 가끔씩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는 교훈을 가르쳐 준 몇몇의 직원들이 있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참고로 이곳은 직원들이 주인 앞에서 허리를 숙이고 지나가는 문화가 있다. 이것은 상하 질서가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처음 왔을 때, 우리 식당에서 일을 하던 부부가 있었다. 남자는 툭툭이 배달을 했고 여자는 식당 주방에서 일을 했다. 시골에서 올라와서 우리 식당에서 먹고 자면서 일을 했는데 어느 날, 엄마가 남자 직원에게 월급을 줬는데 눈을 부라리고 성질을 내면서 이것 밖에 안주냐고 소리를 치더란다. 그리고는 같이 시장을 갔는데 물건을 안들어주고 혼자 앞서 막 가더란다. 그때 당시 그 월급이 적은 금액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맘 속으로 칼 자루를 잡고 뽑을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며칠 후, 배달을 갔다가 예상 시간을 한참 넘겨 술에 취해 돌아왔다. 드디어 칼을 뽑을 때가 온 것이다. 칼을 어떻게 뽑을지 고민을 하며 아무 조치없이 그 날을 넘겼다. 다음날 아침, 엄마가 온 건물이 떠나가게 남자 직원을 부르는 것이 내 방까지 쩌렁쩌렁 울렸다. 수없이 불러도 내려오지 않았다. 그 날이 일요일이었고 일요일은 장사를 안했었다. 오후가 되어 남자 직원이 안보였고 배달할 일이 있어서 부인 직원한테 남편한테 전화해서 오라고 했다. 부인 직원이 하는 말이 지금 바빠서 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남자 직원이 왔고 나를 보더니 그냥 지나쳐서 정수기 앞에서 물을 뜨면서 집이 떠나가게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직원 구하기가 어려워서 매일 발을 동동 구르며 지냈던 때였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근엄하게 다음날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에 내려오자 마자, 남자 직원에게 툭툭이 키를 달라고 했더니 급긴장하는 표정으로 바뀌더니 키를 주었다. 아침 먹었냐고 물으니 아직 안먹었단다. 부인이랑 같이 지금 밥 먹고 나한테 오라고 했다. 그 순간 지금까지 한번도 볼 수 없었던 긴장과 두려움의 표정을 보고 당황스러웠다.
5분도 지나지 않아 부부가 왔다. 밥 먹었냐니까 먹었단다. 결국 이 상황을 마주하고 나니, 주인 앞을 지나갈 때 허리를 숙이는 자세에서 나올 법한 표정을 처음 그 부부에게서 보게 되었다. 이미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직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먼저 물었다. 아침에 마담이 불렀는데 들었느냐고. 부인이 먼저 들었는데 남편한테 이야기를 하지 않았단다.(강형욱에 대한 지난 이야기에서 했던 지인의 일화를 나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있었던 잘못을 이야기하며 그만두라고 했고 부부는 한 번만 봐 달라고 사정을 했다. 그래서 내가 봐줄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부인 직원이 그만하라고 듣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것이다. 짐을 싸서 내려왔고 월급을 주는데 남편 직원이 아주 공손하게 인사를 하면서 웃는 것이다.
내가 칼을 들고 있어야 저런 공손한 모습이 나오다니... 정말 씁쓸했다. 그리고 뒷통수를 한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이런게 노예 근성인가...
두번째는 이전 화에서도 여러번 이야기를 했던 소퍼(가명)다.
때로는 언니처럼, 친구처럼 그렇게 속이야기를 하면서 친하게 지내며 나는 그 아이가 내 오른팔임을 확신했다. 그러던 그가 내 전화기까지 손을 대며 내 계좌에서 돈을 야금야금 빼갔고 회사 돈을 쓰고 기장부에 매번 조금씩 다르게 적어 돈을 빼간 것을 알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결국 내가 보여준 신뢰와 친밀함을 담보로 그런 짓을 벌인 것이다. 소퍼 덕에 나는 큰 교훈을 얻었는데 사장과 직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사장인 나의 책임이자 권한이라는 것이다.
가끔씩 소퍼에게 가끔씩 이상한 기운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이유를 알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직원이 있으면 보다 잘 분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칭찬해 주거나 월급을 올려주면 태도가 돌변하고 그 다음날 안나오고 태만해지는 경우를 수없이 보았다. 그래서 지금도 칭찬을 해주려고 하면 마치 도박을 하는 심정이 든다. 칭찬으로 이 아이를 망가뜨리거나 세우거나, 결과를 도저히 알 수 가 없다.
슬프지만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나는 사람별로 상황별로 어떻게 밀땅을 해야하는지 배워가고 있다. 그러나 게중에는 정말 드물게도 밀땅이 필요없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도 안전하고 서로가 진실된 그런 직원들이 있다. 그런 직원은 눈빛만 봐도 서로를 이해하고 쉼이 된다.
앞으로는 더 많은 직원들을 뽑아서 선별하고 또 선별해서 이런 아이들을 잘 키워내고 싶다. 지금도 조금씩 매일 과정 중인 이런 에피소드들을 앞으로 하나씩 풀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