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인생의 시작, 정리정돈과 청소 1

Starter 입문 과정기

by 즐거운 꿀벌

나는 정리정돈, 청소를 잘하지 못한다.

그거에 굳이 원인을 찾아보자면, 어렸을 때부터 정리정돈이나 청소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MBTI에서 P이며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은 내가 ADHD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항상 아이디어가 많고 과도한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나는 항상 바쁘고 일이 많으니까 못 치우는 것은 당연하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던 것 같다. 그리고 특별히 어질어져 있는 환경에 대해 그다지 불편함이나 개선의 여지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엄마가 항상 물건을 제 자리에 놓으라고 잔소리를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이게 다 제 자리에 있는 거고 뭐가 어디에 있는지 나는 다 안다며 응수를 했다. 뭔가 복잡하지만 내 눈앞에 물건이 늘어지거나 또는 쌓여서 내 눈앞에 다 보이는 이런 환경이 뭔가 편안함과 알 수 없는 안도감이랄까, 이렇게 글로 쓰고 나니 뭔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나 싶기도 하다.ㅎ 이번 기회에 이 깊은 마음과 감정, 삶의 뿌리를 제대로 캐보고 싶다.


가끔씩 한국이든 외국에 갈 때, 에어비앤비를 가서 아름다운 인테리어에 잘 정돈되고 짐이 거의 없는 집에서 머무르면서 마치 그 집에서 사는 것처럼 빨래도 하고 장도 보고 밥도 해 먹고 일도 하고 숙소 안을 산책도 하는 등 리얼리티 쇼를 혼자 찍으며 쏠쏠한 재미를 누린다. 내 짐이 하나도 없는 낯선 외국인데도 거기서 내가 가져온 캐리어 하나로 단 며칠이지만서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에 새삼 놀랜다. 그리고 살면서 생각보다 짐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또 그런 삶이 가볍고 쾌적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다. 이런 작은 경험들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깔끔하게 잘 정리정돈된 환경에서 살아보고 싶은 열망을 조금씩 갖게 되었다.


아래는 최근 묵었던 에어비앤비 숙소들이다. 내가 느낀 상쾌함과 쾌적함의 실체를 공개한다.ㅎ

사진을 다시 보니,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느꼈던 감동과 그 공간에서 오롯이 혼자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똥을 싸고 그 공간을 누렸던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이 몸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듯하다.


이런 경험은 마치 구덩이 속에 사는 나에게 180도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해 준 생명의 사다리와도 같다. 그럼에도 아쉽게도 그동안 내 생활에는 크게 변화가 없었다.


엄마는 엄청 깔끔하고 주기적으로 방의 가구 위치를 재배치하고 방에 들어가면 내 방과는 공기가 다르다.

얼마 전 엄마가 두 달 만에 한국에 갔다가 돌아와서는 하시는 말씀이,

들어오자마자 쾌쾌하고 묵은 먼지 냄새로 콱 숨이 막혔다고 한다.

그에 나는 "나도 그런 냄새 맡아봤으면 좋겠네"라고 답을 하면서 나의 심각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엄마 죽기 전 소원이 내가 깔끔하게 치우고 사는 거라고 한다.

엄마 왈, 방 못 치우면 아무것도 못한다, 어려운 건 잘하면서 왜 쉬운 건 못하냐..


정리정돈을 하고 청소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왜 못할까?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그리고 그 유익을 이제는 알았기에 달라져야겠다 다짐했다.


청소를 위해 내가 디딘 첫걸음은 유튜브에서 조던 피터슨의 청소에 관한 유익을 찾아 정리하는 것이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나도 모르게 이 엄청난 걸음을 디디기 전에 나를 가득 충전하고 싶었다.


아니, 청소를 하려고 했는데 논문이라도 쓸 기세로 몇 시간을 앉아서 700여개의 댓글 내용을 차분히 정리를 하고 있는 이 인간은 누구인가? 딴 짓에 빠져 신나는 내 모습을 보며 ADHD의 전형적인 샘플이 여기 있구나 싶었다.


앞을 다투어 자기의 도파민 터지는 좋은 경험들을 나눈 댓글들을 꼼꼼히 "정리"(이런 정리는 너무 잘한다ㅋㅋ)해 보았다.



댓글을 읽으면서 나는 마치 아주 큰 규모의 "청소, 정리정돈 박람회"에서 각자의 집을 부스에 세팅해 놓고 앞에 앉아 자신의 경험담을 나눠주는 것 같은 상상이 들었다. 그들의 삶의 공간에 들어가 그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삶에서 느낀 활력과 신선한 에너지가 생생하게 전달되는 듯했다.


수십명의 부스를 둘러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그동안 40여년 평생 이걸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십여년을 학교에서 목숨을 걸고 열심히 공부한 세월이 너무 야속하게 느껴졌다.


"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자질과 기술을 배우지 못했구나"


자기 주변을 말끔하게 정리정돈 하고 자신의 몸을 깨끗히 하고 꾸미는 것을 왜 학교는 가르쳐주지 않는 걸까? 아니, 대놓고 과목으로 배우지는 않았더라도 일상에 모든 커리큘럼이 녹여있었는데 나만 못배운걸까?


이 기술과 자질은 너무나도 중요한데, 배우는데 돈이 들지 않는다.

정작 공짜로 익힐수 있는 것은 습득하지 않고 돈이 많이 드는 교육을 들으려고 혈안이 되었던 내 모습이 안타깝다. 잘 티가 나지 않지만 이런 삶의 자질과 기술을 자신의 삶에 견고히 세워서 자신을 가꿔나가는 사람들을 볼때면 진심으로 존경심이 들고 그 매력에 박수를 보낸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나도 깊은 반성과 새로운 매력의 세계로 들어가 보려고 한다.

앞으로 내 주변 환경과 나를 잘 정돈하고 가꾸면서 경험하는 신세계를 소소히 기록해 보고자 한다.

화이팅~!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10화해외에서 먹는 라면과 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