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나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지금 사는 일상이 평범하진 않기 때문이다. 아마 두 번 다신 이런 일상을 못 가질 가능성이 아주 아주 높다.
나는 카카오에서 3년 반 정도 개발자로 일하다 지금은 백수가 되었다. 해외 대학원에 지원서를 쓰고, 결과가 나오기 한참 전에 미리 퇴사를 해버렸다.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퇴사를 한 이유? 아쉽게도 그건 비밀이다! 하지만 아주 합당한.. 아주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아, 카카오와 관련한 일은 아니다! 철저히 개인적인 일이다.
그래서 플랜 B 없이 '해외 대학원 떨어지면.. 글쎄??', '모 아니면 도' 식으로 퇴사를 했다. 퇴사 후 첫 1개월은 대학원 원서와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느라 정신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바쁜 일이 끝나고 시간이 붕 뜨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조금 안 좋은 일이 겹친 것도 있고! 다들 어딘가에 속해서 제 할 일을 하는데 난 지금 뭘 하는 거지? 친구들도 출근해서 직장 사람들과 교류하며 재밌고 보람차게(?) 일을 하고 있는데 나는 혼자 뭘 해야 할까? 사랑하는 여자 친구도 없고!
뭐든 하기 위해 매일 카페에 가서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개발 공부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는 했지만, 대학원 하나만 바라보고 퇴사를 한 셈이라 '대학원 결과는 대체 언제 나오냐!!'라는 생각에 얽매여 뭐든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물론, 내가 자초한 일이지만! 나는 참 미련하다.
하지만, 최근부터 다시 나의 중심을 찾아가고 있다. 최근에 만난 친구도 작년에 해외 대학원에 지원했었는데, 대학원 홈페이지에 적힌 것과는 다르게 결과가 엄청 늦게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아, 지금부터 이렇게 마음 졸이면서 기다릴 필요가 없구나'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그냥 새로운 일상에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레 무엇을 해야 할지 더 보이게 된 것도 있다.
'이런 시간은 흔치 않아! 이때 네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맘껏 하라구!' 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나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으로 이해하고 실제로 실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내 몸과 마음이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질 때까지의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일들을 많이 시작했다.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마사지도 배우고, 댄스도 배우고, 인스타툰도 그리고, 새로운 사이드 프로젝트를 (또) 시작하고, 4월부터는 제빵도 시작할 예정이고, 이렇게 글도 써보게 되었다. 예전부터 엄청 하고 싶었던 일이라기보다는, 내가 새로 원하게 되었고 필요하게 된 일들이다. 모두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를 위한 걸음들이다.
아무튼, 백수의 일상을 써보려고 한다. 하루하루 바쁘게 움직이는 백수의 일상이 될 예정이다. '이럴 때 그냥 좀 쉬는 건 어때?'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오, 가만히 쉬는 건 고등학생과 대학생 때 지겹도록 했다. 병으로 몸이 안 좋아서 수업 외에는 밖에 나가지도 않고 하루 종일 누워서 짱구나 보곤 했다. 원망스럽진 않다. 그 시절의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알기 때문에. 다만, 그렇게 보낸 시간이 지금은 너무 아쉬워서 이제는 가만히 쉬는 거에는 흥미가 없다.
그리고, 감사 일기 형태로 써 갈 것이다. 아템포님이 쓰고 계시는 감사 일기들을 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감사 일기 앱을 배포하면서 나도 개인적으로 쓰고는 있었는데, 아템포님의 감사 일기들을 읽으면서 '아, 이렇게 다른 사람의 감사 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앞으로 쓰고 공유할 감사 일기도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특히, 나랑 비슷하게 백수 생활로 마음이 허전한 사람들에겐 더 와닿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바람!
정말 신기한 나날들이다. 특별히 신경 쓰고 책임져야 할 사람도 없이, 어느 조직에도 속해있지 않고 해야 할 일들을 강요받지 않는, 오로지 나 스스로 하루하루 할 일들을 찾아가야 하는 자유롭지만 불안정하기도 한 상태.
재밌게 써봐야지! 아마도 다신 오지 않을 이 천금과도 같은 나날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