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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느 Dec 06. 2023

Day 6

나는 다전입니다 (6)

하지만 때로는 결심이 흐려지는 일이 생기기도 했지, 누군가 제 이름을 걸고넘어질 때마다, 김 팀장 같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제멋대로 선을 건너와서는 자신은 아무 짓도 안 했다는 듯이 그 말간 눈빛을 보일 때마다. 내가 예민한가, 계속 신경 쓸만한 일인가, 그렇게 자신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그들의 태도가 아주 신물이 나. 다전은 강변을 따라 달리며 생각했다.


이번 주부터는 15km를 목표로 뛰기 시작했다. 처음엔 죽을 것 같이 힘들었다. 힘이 풀리려고 하는 다리를 억지로 끌며 움직였더니 또 버텨졌다. 한고비를 넘기자 그다음 날부터는 조금씩 수월해졌다. 다전은 또 생각했다. 엄마가 그래서 그렇게나 달렸던 걸까. 다전의 엄마도 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원체 느린 기질이 있는 터라 누가 봐도 빠르다고 감탄할 정도로 달리진 못했지만, 한번 나가면 1시간은 훌쩍 넘길 정도로 꾸준하고도 오래 달리는 사람이었다. 자신은 시작한 지 50분만 되어도 벅차서 숨을 몰아쉬는데. 뛰고서 집으로 돌아온 다전의 엄마는 힘든 기색도 없이 러닝화를 가지런히 벗어 현관에 두었다. 엄마아 왔다! 느릿하게 외치면서. 자신은 언제부터 달렸을까. 다전은 이마와 목을 타고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달리고 또 달렸다.


목표한 거리에 도달하자, 핸드폰 화면이 빛을 내면서 깜빡거렸다. 이윽고 다전의 기록을 보여주는 알림이 떴다. 다전은 천천히 속도를 줄여나가며 뛰다가 이내 걷기 시작했다. 막판 스퍼트를 올리겠다고 1km 정도를 전속력으로 달렸더니 발이 터질 것처럼 욱신거렸다. 이 감각도 일주일 뒤면 익숙해지겠지. 다른 운동은 질색하는 다전이 달리기만큼은 계속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엄마를 따라 처음 달렸을 때, 그녀는 1분 내내 달리는 것도 힘들었다. 엄마가 말한 풍경이 시시각각 변하는 즐거움을 느낄 새고 뭐고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뛰어댔다. 엄, 마. 이걸, 대체, 어떻게 뛰어? 좀, 쉬었다가··· 가자! 다전이 숨을 몰아쉬며 소리치자 한참을 앞서서 뛰던 그녀가 다전을 향해 돌아왔다. 딸, 체력이 이래서어, 수능은 어떻게 치려구우. 아, 엄마악! 윽박지르는 다전을 보며 다전의 엄마는 씨익 웃다가 땀으로 찬 다전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슬슬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좀만 더, 쩌어기까지만. 엄마랑 같이, 가보자아. 오랜만에 잡아보는 엄마의 손, 굳은살이 박인 게 여실히 느껴지는 그 손을 다전은 뿌리치지 못했다. 쾌활하게 뛰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2분은 더 넘게 달렸음을 깨달았다.


(6매, 그간 격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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