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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느 Jun 26. 2024

일기 쓰듯이 (3)

240626 ~

“세상에는 생각보다 더 다양한 사람이 있어요.”


캔맥주를 마시며 그와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길을 가다가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주변을 어지럽히고 남이 치우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여기는 사람, 입에 욕설을 달고 다니는 사람, 상대에게 상처되는 언행이 상처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등의 사례를 말하며 통 이해되지 않는다는 투로 얘기했더니 다소 날이 선 목소리로 답이 돌아왔다.


그를 두어 해 알고 지낸 동안 들어본 적 없는 소리를, 이토록 차갑고 날카로운 지적을 할 수도 있는 사람이란 걸 오늘 알았듯이.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복합적인 산물. 나의 시선으로는 상대가 비상식적인 짓을 하고 다니는 사람일 수 있겠으나, 또 다른 사람에게는 한없이 좋은 사람일 수도 있겠구나. 베일 듯이 날 선 그의 말은 처음에는 상처로 다가왔으나, 이내 조각가의 그것이 되었다. 나의 갇힌 생각을 산산이 찢어 또 다른 모양을 빚어주는 듯한.


오래도록 나는 타인이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곤 했다. 그것은 한 해가 지날수록 점점 더 심화되었는데, 상대와 오래 알고 지냈건 처음 만났건간에 버릇처럼 상황과 대화를 통해서 안 맞는 사람, 맞는 사람 양분해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 이에게만 연락을 더 진득이 하는 식이었다. 한 사람의 몫을 하며 살아가기도 벅찬 지금 시대에 내가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만 보고 살아도 힘들지 않나 하는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갔고, 그래서 요즘엔 음식 편식하는 것처럼 사람 또한 그러한 마음으로 대했더니. 그의 눈에 보였나 보다.


“다양성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요, 이제는. 어렵네요, 참.”


캔을 만지작거리다가 혼잣말인 것처럼 내뱉었다. 이내 단숨에 맥주를 들이켰다. 냉장고에 계속 넣어두어 차가워야 할 텐데도. 어쩐 일인지 목이 타들어가고 얼굴에 열이 홧홧하게 올랐다. 무더위가 시작되려는지 밤공기가 후덥지근했다. 괜히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좀 덥네요’ 중얼거리기도 했다. 이 기분이 지나가면 유연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대할 수 있을까. 그러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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