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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선 Nov 24. 2023

비건, 미니 김장

원하신다면, 젓갈 없이 담그는 맛있는 김치 레시피를 알려드립니다

  늘 그렇듯 어떤 일이든 일어날 일은 갑자기, 꼭 일어나고야 만다. 이 핑계 저 핑계할 일을 미루다 가도 반드시 해야 할 시기가 오면 해내고야 말 듯이 '김장'도 어쩜 그런 일이 아닐까 싶다. 


  "올해는 배추 100 포기를 했네, 200 포기를 했네"의 세대는 아니지만 11월에 들어서면 머릿속에 '김장'이란 단어가 맴돈다. 젓갈을 넣지 않은 비건 김치를 먹으려면 반드시 내 손으로 만들어 먹어야만 했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검색창에 '비건 김치'를 입력하면 주문할 수 있는 사이트가 꽤 여러 곳이 나타난다. 이럴 때마다 새삼 느끼지만 비건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무슨 주부가 김치를 주문해서 먹냐고 잔소리할 만큼 가족 중 담력이 큰 대상도 없지만, 문득 총각 무 김치가 떠오르는 거였다. 김장을 하기 위해 쓰는 그 시간을 온전한 창작의 시간으로 쓸 거라는 확신 또한 솔직히 말해서 없다. 그러니 더 이상 미룰 이유를 찾지 못한 어느 날, 근처 농협 마트에 나가보았다. 마침 싱싱한 총각 무가 쌓여있었다. 싱싱한 배추도 몇 망이나 있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쓰레기 배출을 경험한 주문 절임배추의 기억이 너무도 선명했기에 주문을 망설이던 차이기도 했다. 즉흥적, 아니 사실은 늘 생각해 오던 그것을 거기서 결정하기로 했다. 싱싱한 채소들의 빛깔이 마음에 들어 싹쓸이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온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아야 했으니, 내겐 김치를 제대로 절여줄 거대한 고무통도 절인 배추의 물기를 빼줄 넉넉한 크기의 채반도 없기 때문이었다. (살림 대충 하는 편)


  비건 김치의 감칠맛을 내는데 만큼은 결코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능력과 소질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편. 올해도 최상(?)의 비건 김치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혹자는 특유의 감칠맛을 위해 잔 생선들을 썩혀서(순화된 표현으론 발효) 만들어낸 젓갈 없이 김장을 한다고?라고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특별한 비건김치의 맛을 본 사람이라면 그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식성과 취향의 차이는 존재하기에 존중하지만 논 비건 중에도 젓갈 김치를 싫어하는 이들을 보아왔다.)


  

  알타리 3단과 배추를 다듬고 씻어 절이는 일에도 품이 많이 들었으나 내가 갖고 있는 품과 능력에 잘 맞춘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장용 무와 배추가 절여지는 사이 준비해야 할 건 맛있게 속을 채워줄 '소'였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통통한 다시마를 잠시 물에 불렸다가 넉넉한 시간을 두고 끓여내는 일이다. 다시마 채수를 끓일 때 대파 뿌리와 표고버섯과 무를 넣기도 하지만 이번엔 다시마만 끓였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내고 싶었다. 작가의 길을 걷거나, 걷고 싶은 한국의 여성이자 주부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서부터 배합이 중요하다. 적당한 양의 마늘과 생강 한쪽 양파 3개를 알맞은 크기로 잘라서 믹서기에 갈아놓는다. 고춧가루는 3~4시간 이상 식힌 다시마 채수물에 개어서 잘 풀어지도록 충분한 시간을 준다. 그다음 순서는 5시간 이상 충분히 절여진 배추와 총각 무를 슬쩍 헹구어서 물기가 빠지도록 채반에 걸쳐놓는다. (2시간 정도 지난 후 한 번 뒤집어놓으면 좋다.) 다음으로는 김치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김치수 속이 숙성되는 동안 속과 함께 버무려 담을 통을 준비해 닦고 대기해 놓는다.  자 이제 버무려 담을 적당한 때를 기다려 이때다 싶을 때 담아 넣으면 완성이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한 미니 김장이었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이 좋았다. 비건 김치는 해놓은 직후 바로 먹어도 비린 맛이 없어서인지 한국식 매운 샐러드를 먹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신선한 맛이 난다. 숫자에 약한 편이라 레시피도 대충 하는 편인데 이 맛있는 비건 김치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레시피를 요약해 올려놓기로 했다. 


{비건으로 미니 김장 담그기 레시피}


<재료>  

김장 채소: 배추 3 포기, 총각 무 3단, 깐 쪽파 크게 한 단, 대파 3줄기, 갓 1단

김장 속   : 고춧가루, 다시마, 양파 3개, 배 1개, 연시 5개, 마늘, 생강, 국간장, 죽염, 연두 약간


<만들기>

1. 배추 밑동을 자르고 머릿 부분 2 등분하고 알타리 무를 다듬는다. 

2. 소금과 소금물을 준비해 5시간 이상 절인다.

3. 흐르는 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4. 고춧가루를 다시마 끓여서 식힌 물에 미리 몇 시간 담가서 걸쭉해지도록 둔다.(일종의 숙성과정)

5. 마늘과 생강과 양파 배를 함께 갈아서 놓는다.

6. 갓과 쪽파, 대파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놓는다.

7. 준비한 4에 5와 6을 버무릴 큰 통에 담아 잘 섞는다. 이 과정에서 국간장과 죽염, 연두 약간을 첨가한다.

8. 물기가 잘 빠진 배추와 총각 무를 이제 버무린다.

9. 배추는 켜켜에 잘 바르며 맨 끝 잎으로 감싸 담고, 알타리도 소를 잘 발라서 시래기 잎으로 감싸서 각각의 통에 담는다. 

10. 바로 냉장고에 넣지 말고 이틀 정도 실 온데 뒀다가 딤채에 넣는다. 중간중간에 숙성되느라 올라오는 김치 국물에 김치가 잠기도록 눌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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