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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변호사 Aug 01. 2024

명품을 갈망하는 사회

‘럭셔리 굿즈(luxury goods)’가 명품일까?

‘그 사람을 가졌는가’ 지기(知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함석헌 선생의 시 제목이다. 닮은 삶의 굴곡과 그 굴곡의 깊이만큼 비슷한 고민을 짊어지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가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변호사가 되기 전 다니던 회사 후배를 수년 만에 만났다. 필자처럼 회사를 그만두고 변호사가 되었다. 같은 회사 밥을 한동안 먹고, 지금도 같은 밥벌이를 해서인지 묘한 동지 의식이 있다.

      

용산역 부근 식당에서 뼈 없는 닭과 함께, 몸담았던 회사 대소사(大小事)를 뼈 있는 안주 삼아 말을 나눴다. 이런 얘기는 오독오독 씹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후배는 인자무적(仁者無敵)이란 말이 어울릴 호인(好人)이라 남 얘기를 잘하지 못했다. 그는 함석헌 선생이 말한 ‘그 사람’에 가까웠다.

     

변호사가 되고 나서 회사에 인사하러 간 적이 있다. 광고국 부장이 된 선배가 필자의 시계를 보며 “변호사가 그런 시계 차고 다니면, 사람들이 검소하다고 생각할 것 같아? 돈 없으면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니든지, 아니면 아예 차지 않는 게 낫다” 딱히 그 말을 따른 건 아니지만, 8년 넘게 차고 다니던 시곗줄이 낡아서 끊어진 후론 차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의 의뢰인들이 변호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비교하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상담하러 변호사 사무실에 와서 인테리어가 으리으리한 걸 보면 ‘이 변호사는 잘 나가나 봐. 여기 맡겨야겠다’고 생각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사무실이 화려한 변호사에 대해 ‘이 변호사는 의뢰인들한테 수임료를 필요 이상으로 받나 보군. 내 돈도 사치하는 데 쓰겠지’ 이렇게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인이 2022년 세계에서 1인당 사치품 소비를 가장 많이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미 CNBC 방송이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인의 2022년 사치품 소비는 그 전년보다 24% 증가한 168억 달러(약 20조 8000억 원)로 추산됐다.   

   

1인당 약 325달러(약 40만 2000원)로, 중국의 55달러(약 6만 8천 원)와 미국의 280달러(약 34만 6000원)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모건스탠리는 구매력 향상과 더불어 사회적 지위를 외적으로 과시하려는 한국인들의 욕구가 사치품 수요를 늘리는 데 일조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대해 사치품 수요층을 감안해서 중산층 이상의 인구를 기준으로 측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있지만, 적어도 필자가 변호사 업계에서 경험한 사람들의 관점을 생각하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에서 영어 ‘럭셔리 굿즈(luxury goods)’가 ‘명품’이라고 불린 이유를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그의 책 <럭셔리 코리아(부제 : 사치의 나라)>에서 “사치품이라는 말이 주는 거부감을 줄이고 소비자들의 선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명품이라는 단어를 쓰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우리 입에 익은 ‘명품’이란 말은 이렇게 상술(商術)로 탄생했다. 사치품, 호화품이라 불러 마땅한 말이 ‘뛰어난 작품’인 명품(masterpiece)이란 과분한 명칭을 누리고 있다. 정명(正名)을 통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그 시계를 가졌는가’ 어쩌면 아직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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