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일기 1]
간절한 소원이 있나요?
까치가 나뭇가지를 물어 열심히 왔다 갔다 하더니 결국 집 앞 전봇대 위에 둥지를 지었어요. 어찌나 촘촘하고 꼼꼼한지 건축기술에 감탄했답니다. 한 번은 아이가 둥지 위가 궁금하다며 옥상에 가자고 하더군요. 옥상에 올라가 봤더니 둥지 지붕까지 아주 촘촘하게 만들었더군요. 둥지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문처럼 까치들이 드나들고 있었어요.
늘 멀리서 보다가 가까이서 보니 경이롭고 신비로웠어요. 한편으로는 전봇대 위에 지은 둥지집이라 걱정이 됐어요. 사실 지난해에도 까치는 이 전봇대에 둥지를 틀었고 누가 신고를 했는지 어느 날 둥지가 없어졌거든요. 이번에는 새끼들이 둥지에서 나는 연습까지 할 수 있을까요.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새들이 열매를 물고 날아가는 모습, 나뭇가지를 들고 나는 모습, 벌레를 잡아서 기절시키는 모습 등 새의 재미난 일상을 볼 수 있어요. 자연을 관찰한다는 것은 이런 재미겠죠.
사실 저는 그동안 자연을 제대로 관찰해 본 적이 없어요. 평생 도시에 살았고 늘 앞만 보며 걸었지 날아가는 새들은 관찰해 본 적이 없거든요.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서 아이처럼 천천히 걷게 되었고 길가에 핀 꽃들도 천천히 살펴보게 되었어요. 자연을 "만나고" "관찰"하게 된 거죠. 운명처럼요.
아이는 저에게 물었어요. 들에 핀 꽃들의 이름을, 나무의 이름들, 나무에 앉아 있는 새들의 이름을, 새의 엄마의 엄마의 이름을, 공룡의 이름을, 공룡 이전에 살았던 생물들의 이름을, 생물이 없는 지구의 모습을, 지구 밖 우주의 모습을요. 그런데 제가 정말 아는 것이 없더군요. 그래서 그 이름들을 찾으러 저는 처음으로 우주와 공룡, 동물과 식물 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어요. 자연의 이름을 알기 위해 자연을 만나기 시작했어요.
"자연"을 만나는 일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어요. 단순히 자연이 좋다가 아니라, 자연에서 살아가는 동물들과 식물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이 됐답니다.
자연에 대한 탐구와 호기심을 알아본 편집자님이, 한국의 멸종 동물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내보자고 집필 제안을 해주셨어요. 운명이 가져온 또 다른 운명이었죠. 좋은 편집자님 덕분에 동물에 더 깊게 공부할 수 있었고 자연을 더 자세히 만날 수 있게 됐어요. 그림책 작업이 처음이었는데 성인책 작업과는 달라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덕분에 이처럼 멋진 <멸종 동물 소원 카드 배달 왔어요>를 출간하게 되었답니다.
책의 화자는 동물들이에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동물들의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동물들의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소똥구리라면, 금개구리라면, 담비라고 상상하며 아이들에게 동물의 이야기를 더 가까이 전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글로 써보니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동안 제가 얼마나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는지 깨닫는 시간이었죠.
인간의 공간은 점점 늘어나는 대신 동물들의 살 곳이 줄어들고 있어요. 희망은 있을까요. 좌절하고 있을 때 사람들의 노력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이 늘어나는 사례도 알게 됐어요. 맞아요. 희망은 있어요. 분명히.
멸종 위기에 빠진 동물들의 소원을 간절히 빌어봅니다.
마음속 소원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많아진다면
동물들의 소원을, 또 우리의 소원은 이루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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