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충장로 46번 길 10, 광주극장 바로 오른편으로 끼고 돌면 '영화가 흐르는 골목'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골목은 2020년 광주 동구청이 주민주도 골목단위 재생사업 일환으로 ‘골목재생 로컬랩 2.0’ 공모사업을 진행해 만들어졌다. 옛 광주극장 관사를 리모델링한 열린 문화공간 ‘영화의 집’ 과 인문사회과학예술서점 ‘소년의 서(書)’를 연계했다. 모두 골목 안에 위치한다.
공모사업을 통해 영화와 극장 역사에 조예가 깊은 전문가와 협업이 이뤄졌다. 골목 안에는 광주의 극장과 영화문화사 그리고 영화 홍보 매체인 광고·포스터·전단·간판을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빙 월(wall)이 들어섰다. 또 영화와 극장에 대한 관객의 기억을 담은 메모리 월(wall)도 새롭게 설치했다. 오래된 골목이 추억의 영화와 옛 극장 문화의 향수를 자극하며 빛고을 광주의 특별한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영화가 흐르는 골목'은 50m 내외 짧은 길이다. 하지만 영화와 극장과 관련한 광주의 역사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과거로의 무한 시간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먼저 골목길 초입에 들어서면 1960~1990년대 극장 관람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각종 표지판이 보물지도의 키워드처럼 매달려 있다. 특선푸로, 대한늬우스, 세로자막, 동시상영, 단체관람 등등. 레트로한 감성이 가득하다.
그 바로 옆으로는 1917년부터 1999년까지 광주에 개관한 22개 극장 이름과 개관 연도, 극장 위치가 일사불란하게 벽을 타고 도열해 있다. 정보를 알기 쉽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기가 편하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맞은편을 바라보면 ‘소년의 서(書)’ 독립서점 건물 외벽으로 오래된 영화 포스터 간판이 내걸려 있다. 모두 손으로 직접 그린 것들이다. 남녀 주인공 얼굴을 옛 스타일 그대로 투박하게 붓 칠 한 게 인상적이다. 유심히 들여다 볼수록 실제와 많이 닮아 있다.
골목을 좀 더 걸어 들어가면 지금은 사라진 광주극장 개관 당시 매표소 모습이 현수막으로 복원돼 남아 있다. 골목을 보기 위해선 표를 사라는 듯 찾는 이를 오롯이 반긴다. 더 깊숙이 발걸음을 옮기면 시네필(영화 애호가)이 사랑한 감독과 영화들이 사연 담은 추억의 라디오 엽서처럼 벽면에 박제돼 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에릭 로메르, 오즈 야스지로, 짐 자무쉬. 거장의 이름이 등장한다. 영화가 진정한 예술을 만났다.
마침내 골목의 제일 안쪽에 다다른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기다란 전시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문기사 및 광고로 본 1935년~1950년대 광주의 극장 문화사'란 주제공간이다. 광주와 관련한 극장의 역사를 신문 뉴스, 포스터, 전단지 형태로 원형 모습 그대로 스크랩 해, 연도 순에 따라 긴 행렬을 이룬다. 중간에 옛 대형 영사기 사진도 보인다. 광주의 극장 문화사를 정리한 전시물은 1935년 광주극장의 탄생부터 시작하고 있다.
광주극장 개관 十월 一일부터
[광주]
조선에서 제일을 자랑할 만한 광주극장(光州劇場)은 당지갑부 최선진(崔善鎭)씨외 四명의 주식회사로서 총 건축비 八만여원이란 거액을 들여 약 一년간을 두고 건축중이든 바 근근 준공을 보게 되여 오는 十월 一일 부(府)승격을기념하기 위하여 당일부터 개관을 하게
만단 준비 중이라 한다.
<조선중앙일보> 1935.09.28.
광주극장 최초의 신문광고
최초의 상영작은
<일상월상(日像月像)>
전선제일이라고 하는
광주극장 개관!!!
대광주부의 경이적 위관
총일천이백석, 발성기급 영사기는
세계 제일의 RCA 토키
<동아일보> 1935.10.01.[광고]
1936년, 1937년, 1938년, 1939년,
1940년, 1943년, 1945년, 1946년, 1947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 해 한 해 극장 문화의 변천사를 살피다 보면 우리가 그토록 찾던 백범의 흔적과도 만날 수 있다. 1948년 당시 신문 지상을 스크랩한 부분에 이르면 백범이 전남 삼균학사 개소식 참석차 광주극장을 방문한 기록이 남아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