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관찰 01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하루 Nov 23. 2023

가짜 담쟁이덩굴



365일.

너는 거기 그대로 붙박이처럼 널려있다.


정교하지만 매우 규칙적인 줄기의 꼬임

부자연스러울 만큼 균일한 초록빛


세월에 따라 길이가 자라나지도

굵기가 두꺼워지지도 않은 채

계절에 따라 색색깔 갈아입지도

모양이 달라지지도 않은 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그곳에 머무른다.


너는 누군가 그린 줄기의 방향에 맞춰

누군가 조형한 잎의 모양에 맞춰

누군가 칠한 이파리의 색깔에 맞춰 만들어졌겠지.

또 누군가의 손에 의해 툭툭 걸쳐져 있는 것이겠지.


그런 너를 보다가 괜스레 감상에 잠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수동적으로 산다는 것은

결국 생명력이 없다는 것

죽은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에.


오늘보다 내일, 나는 변화하고 있는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창조하고 있는가.

생동감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세월에 따라 자라고

계절에 따라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지금의 안락함에 머물고만 있지는 않은가.

쾌락에 빠져 현실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타인의 생각에 따라 만들어지고, 선택되고,

누군가에게 소비되고 있지는 않은가.

죽음과 같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세월이 지날수록 퇴보하고

계절을 무미건조하게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되는 밤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