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와 숯이 되고 싶었다.
나뭇결 사이사이 스며들어
단단히 결속된 불꽃.
매서운 물길질에도 꺼지지 않도록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주는.
불이 머무를 때면 오묘한 향내와
은은한 온기를 내뿜는.
그런 숯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숯이 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을까.
예상치 못한 빗방울에
너와 나의 불꽃은 맥없이 너울거렸다.
섣부른 기대, 막연한 우울
근거 없는 의심, 끝없는 이기심
답답한 집착, 일방적 배려
엄격한 교정, 차가운 언어
400℃와 700℃를 넘나들며
활활 타오를 줄 알았던 우리는
숯은커녕 몇 방울의 물에도
허우적거리는 나무토막일 뿐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숨.
불꽃을 되살릴 부드러운 숨이 필요하다.
순수한 정성, 잔잔한 평안함
강인한 신뢰, 너른 포용력
깊은 인내, 느긋한 여유
든든한 지지, 진실한 공감
온화한 사랑의 언어가 필요하다.
살살 숨을 불어넣어야지.
불이 충분히 타오를 때까지
나뭇결 사이사이 자리 잡을 때까지.
그 모든 시간을 지혜롭게 보내면
언젠가 우리는 숯이 되어있을 거라 믿으며
비록 쉽지 않을지라도
나는 여전히 너와 숯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