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학 Mar 08. 2019

사랑을 찾기 위한 노력

자연스러운 만남만을 추구하지 마세요

혹시 ‘자만추’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소개팅이나 맞선을 보지 않고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는 의미의 신조어로 줄임말이다. 인위적인 만남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들었다. 내 주변에서 연애를 꽤 오랫동안 쉬고 있거나 결혼을 미루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자연스러운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나는 문득 드는 궁금증에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자연스러운 만남이란 게 도대체 어떤 거야?”


잠에서 깨면 출근 준비, 일하고 밥 먹고 퇴근. 씻고 잠들고 다시 출근 준비. 또한 순식간에 사라지는 휴일 탓에 제대로 쉬는 것을 느낀 것도 오래전 이야기다. 일주일 전부를 일하고 잠자고 일하고 잠자고… 사회의 톱니바퀴가 되어 우리는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가는데 어떻게 자연스러운 만남이 존재하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심지어 출, 퇴근길에 마주치는 사람들도 대부분 비슷하지 않은가. 내 질문에 자만추의 대답은 이러했다.


“카페에서 우연히 부딪쳐 옷에 커피를 쏟는 상황 있잖아. 그렇게 보상한다며 연락처를 주고받는다던지, 중요한 결정권을 쥐고 있는 거래처 사장이 알고 보니 동창 남자애라던지…?”


그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부터 나왔다. 자연스러운 만남은 개뿔, 드라마틱한 순간을 꿈꾸는 거지. 자연스러운 상황에 찾아오는 ‘운명’을 기다린다는 말을 그저 신조어 단어에 숨겼을 뿐이다. 부조리한 대답에 비웃긴 했지만 나라고 특별하게 다르지는 않았다. 사실 누구나 영화와 같은 아름다운 사랑을 꿈꾼다.


일과 사랑, 사랑과 일.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시작한다면 아마 우리는 열띤 토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일이 우선이라는 쪽으로 많이 기우는 추세기는 하지만 무엇이 더 중요하다를 결정하는 것은 다른 차원인 것 같다. 어릴 적 이 질문을 보면 ‘뭐가 문제야 둘 다 잡으면 되지.’ 싶었지만 그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란 것을 깨달았다.


한참 뜨거울 나이에 사랑보다 미래를 택했다. 대학에서 취업, 그리고 지금의 서있는 자리에서 쉬지 않고 달려왔다. 나이의 숫자가 올라가는 만큼 사랑이라는 단어와의 거리는 더욱이 멀어졌다. 슬슬 주변의 사람들이 결혼을 하게 된다는 소식을 접하고서야 사랑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나이만 먹었지 경험은 쥐뿔도 없으면서 이상하게 보는 눈만 높아져 버렸고 사랑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것저것 따지기 바쁘다. 얼굴이 못생기면 안 되고, 키가 작아서도 안 된다. 적당한 직장은 꼭 갖고 있어야 하며 성격은 자신과 딱 들어맞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탓에 눈은 한없이 높아만 지고 그것을 충족시킬만한 대상은 당연히 찾기 어려워져만 갔다. 억지로 찾을 시간의 여유는 나지 않는 다며, 사랑이 직접 나에게 운명처럼 찾아왔을 때 잡을 거라고 다짐하지만 그것은 그저 핑계로 보였다. 익숙하지 않고 어려운 사랑에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는 변명으로 도망치는 느낌이다.


드라마는 항상 말도 안 되는 상황과 연출로 우리의 마음을 간지럽힌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랑에 관한 환상이 아직까지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만추라고 사랑을 간절하게 원하지는 않는다며 쿨하게 말하지만 사실은 사랑을 기다리고 심장은 언제든지 불을 태울 수 있도록 예열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비전을 위해 일에 집중하는 것은 분명 멋진 일이지만 그것을 이용해서 사랑을 포기하고 숨는 것은 절대 멋진 일은 아니다. 아름다운 로맨스와 찬란한 꿈을 꾼다. 꿈은 노력하는 사람이 이룬다면서 사랑은 왜 기다리기만 할까. 사랑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찾기 위한 조금의 노력은 필요하다.



소설은 사랑과 관련이 있고 동화는 꿈과 관계있다.
-S.T. 콜리지-


이전 16화 너와 내가 피운 꽃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