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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학 Feb 28. 2019

내가 너가 되고, 너가 내가 되는 것

사랑하면 닮는 거 말고, 사랑해서 닮는 우리.

“자기는 죠x떡볶이 좋아해?”


여자가 물었다. 서로의 눈에 꿀이 떨어지듯 풋풋함이 물씬 묻어 나오는 모습을 보니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커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온통 궁금한 것 투성일 시기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남자는 꽤나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질문에 숨은 의미가 담겨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수능 문제 마냥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여자 친구의 마음에 쏙 드는 대답을 하고 싶었는지 한참을 고민하던 남자는 결국 이상한 대답을 하고 말았다.


“자기는... 떡볶이 좋아해?”


어처구니없는 역질문을 한 것이다. 남자의 대답에 여자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같은 식성임을 어필하고자 하는 욕심이 앞선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괜히 우리는 잘 맞는다고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애쓰는 남자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자연스레 웃음 짓게 되는 대답이었다. 질문과 전혀 상관없는 대답만이 돌아왔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대처였다.


사랑하면 닮는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사랑해서 닮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닮고 싶어 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인 것 같다. 이성보다는 본능에 더 가깝게 행동하는 어릴 적 부모님과 선생님들을 따라 하거나 친구의 패션, 말투를 따라 하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애인의 한걸음 한 걸음씩 따라 맞춰가는 것까지도.


사랑을 시작할 땐,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그저 사랑의 대상에만 집중하고 모든 인생의 중심은 내가 사랑하는 저 사람에게서부터 시작된다. 많은 것들을 뒤로하고 뜨겁게 사랑을 불태운다.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을 수도 없이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친구들의 연락을 뒤로한 채 오직 애인과의 연락을 갈구한다.


“이 녀석 이러는 모습 처음 봐.”


사랑에 취한 나를 보고 놀란 친구들이 자동으로 내뱉는다. 사랑은 나도 모르는 내면의 또 다른 내 모습을 찾아주기도 한다. 누구에게도 해주지 않은 배려를 망설임 없이 하고, 세상의 모든 기준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맞춰지는 것.


나와 전혀 상관없던 남이 내 인생으로 들어와 나를 정복해 나가는 것만 같지만 사실은 내가 그대의 인생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가버린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대의 인생에 한 부분에 내가 존재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그 존재가 더욱 커져만 간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모습에 깔깔대고 다른 모습에 맞춰가는 배려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가 싫어하는 반찬이 먹기 싫어지고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가 좋아지기 시작하는 것. 내가 너가 되고 너가 내가 되기를, 언제 보아도 사랑스러운 애인의 모습을 닮고 싶어 하는 것이 바로 사랑하면 닮는다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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